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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강남통신(江南通信)③-한의원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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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강남통신(江南通信)③-한의원편
  • 정동훈기자
  • 승인 2013.03.21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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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원, 아이와 엄마를 잡다

치과계의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네트워크 병원은 새로운 생존책으로 제시됐다. 대한네트워크병의원협의회에 따르면 치과 네트워크 브랜드는 33개로 의료기관 수는 537개에 달한다.
 
메디컬의 대부분 진료과마다 네트워크 브랜드 수는 10개, 의료기관 수는 100여 개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볼 때 확연히 높은 숫자다.

그런데 치과와 비슷한 현상을 가지고 있는 의료기관이 있다. 바로 한의원. 전국적으로 35개 브랜드. 542개 기관이 분포된 한의원은 치과보다도 네트워크 병원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특히 한의원에서 최대 규모 브랜드를 자랑하는 000네트워크의 경우 64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한의계의 독보적인 존재.

본지는 강남에 위치한 000네트워크의 강남 본점을 찾아 취재기자 신분을 밝히지 않고 예약부터 진료까지 직접 받아보았다.

 


30대 男 기자, 어린이 한의원 가다

 

# 기자는 어릴 때부터 비염이 심했다. 한의원에 가는 김에 비염을 치료해보고자 000한의원 네트워크 강남본원에 예약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이 어떤 진료를 원하는지 물었다.

기자는 비염과 만성피로 때문에 전화를 했다고 하니, 직원은 밝은 목소리로 “아버님, 자녀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라고 되물었다. 아직 미혼이라 아버님이라는 소리에 당황한 기자는 “제가 볼려고 하는데요”라고 했더니 이번에는 직원이 당황했다.

참고로 000한의원은 소아를 위주로 보는 한의원으로 1999년 5월 강남 본원이 설립된 이래 LA 지점, 뉴저지, 뉴욕, 상해 지점을 비롯한 64개 지점과 제약회사와 쇼핑몰까지 소유하고 있는 대형 네트워크 한의원이다.

상담 직원이 어떤 원장님에게 진료받길 원하냐고 해서 원하는 원장님을 지정하면 진료비가 올라가냐고 하니 그렇지는 않다고 했다. 알아서 해달라는 말과 함께 주민번호와 이름,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고 약속 시간을 잡았다. 

# 000한의원은 온라인 상에서 인터넷 홈페이지를 비롯해 카페와 블로그,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다양한 공간을 통해 환자와의 접점을 만들고 있었다. 많은 의료기관들이 여러 플랫폼을 이용하긴 하지만 장기간 관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나 000한의원의 온라인 플랫폼 운영은 상당히 활발한 축에 속한다.

2007년 만들어진 온라인 카페의 경우에 회원 수가 1만7808명이며, 하루에도 7개의 게시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메인 홈페이지에도 전화 상담 요청부터 환자가 직접 상담할 수 있도록 메시지 창과 카카오톡 상담 창을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었으며, 고객만족센터와 야간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특이했던 점은 네트워크의 진료현황을 표시해 총 환자수와 지난 주 환자수를 공식 게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총 환자수는 4백만여 명. 지난 주 환자 수는 1만 500명이었다.

소아 전문 한의원이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홈페이지 메인 모델은 아이들이 주를 이뤘으며, 어머니들이 쉽게 메뉴를 볼 수 있도록 단순하게 홈페이지가 만들어져 있었다.

# 강남 본원이 위치한 3호선 지하철과 대치역 역사 내 광고를 살펴보니 타 한의원이나 성형외과 광고들이 많이 눈에 띄었지만 해당 000한의원의 광고는 보이질 않았다. 이미 1990년대부터 같은 자리에서 진료를 봐왔기 때문인지 병원 이름을 알리는 광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외국어와 수학 학원이 있는 빌딩 2층에 자리잡은 000한의원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현관에는 ‘내 아이 평생 주치의 만나는 곳’이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 있었다. 들어가보니 인테리어는 어린이치과와 비슷했으며, 어린이 놀이방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고 어린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인형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 기자가 한의원에 처음 들어서서 놀란 것은 다양한 한방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백화점의 건강제품 관련 부스를 연상케했다. 데스크는 물론 전용 판매대가 부모의 시선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설치돼 있어 샴푸부터 머리가 좋아지는 한방약, 로션, 심지어 불소 치약까지 판매하고 있었다.

제품 설명과 가격표까지 상세히 적어놓았다. 병원 수익을 진료 뿐만 아니라 한방 제품 판매로 상당부분 올리는 것 같았다.

특히 치과와의 차이점은 진료를 패키지화 시켜 놓고 환자들에게 가격을 공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면 감기 치료의 경우 침치료와 감기탕약 3일분, 청00 15포, 닥터00 합쳐 10만원, 성장치료는 000침, 약침, 교반, 성장고패치, 캡슐을 합쳐 총 7회 28만원으로 가격을 유리창에 크게 명시해 놓았다.

 


또한 비급여수가표를 A4용지 5장으로 구성해 한쪽 구석에 비치해놓았다. 그러나 매체경유발공치료, 접촉발공치료, 폄렴법, 대사자 등 일반인이 알지 못하는 한방의료행위가 나열돼 있어 비급여수가 공개표는 치과계와 마찬가지로 거의 쓰임새가 없었다.

 

 

# 부모를 위한 홍보 자료는 체계적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자녀가 잘 걸리는 질병부터 이를 치료하는 000한의원의 치료방법, 한방제품 소개가 레터 형식으로 만들어져 있었으며, 각 진료 프로그램들을 카달로그 형식으로 만들어 비치해 놓고 있었다. 의료법 상 쓸 수 없는 ‘소아 전문 한의사가 체질적인 요인을 파악하고, 맞춤 처방을 내립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 데스크 상주 직원은 모두 3명. 예약 확인을 하고, 현재 먹는 약이 있는지 간단한 문진을 하고, 개인정보수집동의서를 작성했다. “이 한의원은 어린이만 보나보네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부분 어린이지만 간간히 성인 환자도 온다고 했다. 성인이라고 문전박대는 당하지 않았다. 잠시 뒤 원장실에 들어가 한의사와 상담을 진행했다.

000한의원의 진료진은 모두 동물 캐릭터가 그려진 옷을 입고 있었다. 특히 사탕 바구니가 진료실 안에 있어 어린이들이 진료에 조금이라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한의사는 기자의 손목의 맥을 짚어보더니 양기가 많고, 장기적으로 지속된 비염으로 인해 단기에 치료할 수 없다고 했다. 3개월 마다 한 달 정도씩 탕약과 침을 병행해 치료하자고 말했다. 특히 땀을 흘리는 운동은 기본적으로 해야 된다고 했다.

탕약값이 걱정된 기자가 탕약이 비싸냐고 물어보자 한의사는 탕약이 부담되면 꾸준히 내원해서 침이라도 맞으라고 하면서 다른 한의원과 가격 비교도 해보면서 천천히 생각해보라고 했다.

# 15분 뒤 한의사가 아닌 직원이 와서 침을 빼고, 호흡기 치료를 진행했다. 역시 아이들이 쉽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아로마 향기 요법을 이용하고 있었다. 치료실에 앉자마자 직원이 손세정제를 자신도 바르고, 환자에게도 바르게 했다. 앞에 비치된 PC 모니터에서는 만화영화가 끊임없이 상영되고 있었다. 치료가 끝나자마자 직원이 종이컵에 비염에 좋다며 쌍화탕을 제공했다.

# 치료가 끝난 뒤 상담실장과 치료비에 대한 상담을 진행했다. 한달 탕약 값은 25만원 선. 비싸다는 눈치를 보이자 상담실장은 좋은 한방재료를 쓰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가격이 비쌀 수 있다고 말하며 민간 실비보험에 가입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라고 했다.

치료목적이기 때문에 실비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면 부담이 적어질 것이라는 것. 강제적으로 탕약을 권유하지는 않았다. 상담 진행 중 침을 맞은 머리가 간질거려 긁적거렸더니 백회혈에 침 하나가 꽂혀 있었다. 바로 빼주긴 했지만 기자와 상담실장 모두 당황했다.

# 기자가 확인한 000한의원의 서비스를 나눠본다면 △Core 서비스: 아토피와 성장부진, 감기, 중이염 등의 어린이 치료 △Facilitating 서비스: 어린이 놀이방과 24시간 상담 제도, 한약 택배 서비스, 천연 재료를 이용한 향기탕약, 관리 철저한 홈페이지 운영 △Supporting 서비스: 제약회사 운영, 쇼핑몰 등이다.

어린이 대상이라는 세부시장에 집중해 높은 시장 점유율을 누리기 위해서 다양한 포지셔닝 방향을 기획하고 있었다. 진료가 끝난 후 현관을 나서자마자 카카오톡으로 한의사에게 상담받은 치료계획과 주의사항이 적힌 메시지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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