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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강남통신(江南通信)①-성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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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강남통신(江南通信)①-성형외과
  • 정동훈기자
  • 승인 2013.02.28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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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편 '강남은 현재 소리 없는 전쟁 중’

서울시 25개 지역구 중 의원급 의료기관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강남구는 지난해 말까지 2677곳의 의료기관이 등록돼 있다. 강남구에서 성형외과, 피부과 등의 특정 진료과가 밀집 현상을 보인 것은 2000년대 초반 외국인과 국내 부유층을 대상으로 미용 특구가 형성되면서 시작됐다.

서울의 다른 지역에 비해 소득 수준이 높은 부유층을 특정 타겟으로 삼고 미용 목적의 진료과가 들어서면서 지역 인지도가 형성된 것이다.  강남은 지자체에서 성형외과나 피부과, 치과 등의 의료기관을 이용해 외국인 유치 홍보를 할 정도로 양악수술, 투명교정, 피부미용 등 비급여 진료가 특화된 지역이다. 본지는 강남지역 의료기관의 현 모습을 진단해 보고자 강남에 위치한 성형외과와 치과를 찾아가 취재기자 신분을 밝히지 않고 예약부터 상담까지 직접 해보았다.

 

 


30대 男 기자, 성형외과를 가다

# 기자는 압구정 역사에 조명광고를 통해 ‘양악전문 원장 1명당 양악수술 1,000회’라고 홍보하고 있는 한 성형외과에 예약을 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이 두세 번 울리자마자 “국내 최초 얼굴뼈 성형전문 000 병원입니다”라며 ARS 응답시스템이 대답을 한다. 숫자 버튼을 눌러 상담을 선택하자 상담원이 받는다.

어떤 상담을 원하냐는 질문에 오늘 양악수술 상담을 원한다고 하니 환자가 밀려 당일 양악수술 상담 예약은 무리라고 한다. 적어도 삼일 전에 연락을 줘야 한다고. ‘양악수술  환자가 많긴 많은 가 보구나’ 낙담한(?) 기자는 ‘대한민국 성형지존’이라고 광고하고 있는 또 다른 성형외과에 전화를 해 똑같이 양악수술 상담을 신청했다.

참고로 강남구에서는 ‘세계 최초’, ‘최고의 의료진’ 등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내용은 광고 문구로 선정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성형지존’까지는 봐주기로 했단다.

상담직원은 “당일 예약이기 때문에 기다리실 수 있지만 가능합니다”라고 말했다.

# 병원을 방문하기 전, 해당 성형외과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서핑하고,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 해당 병원 이름으로 검색을 시도했다.

병원 홈페이지에 접속하자 뜨는 배너에는 한 여배우의 비포앤 에프터 사진을 올려놓고 ‘양악수술로 대변신’이란 문구를 넣어놓았다. 배너를 닫자마자 실시간 전화상담을 신청할 수 있는 배너창이 떴다.

또한 수술 전·후 사진 메뉴를 클릭하면 빠른 상담 서비스 창이 별도로 나타난다. 전화상담 및 이메일, 메신저 상담은 한국어와 중국어, 영어, 일본, 러시아, 몽골어가 가능했다. 병원과 환자사이에 접선을 만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이용하고 있었다. 홈페이지에는 30명의 전문의료진 사진과 함께 연예인이 찾는 병원이라는 항목에는 40여명의 연예인 사진과 이름도 올려놓고 있었다.

포털에서 병원이름으로 검색하자 대표 원장이 연예인과 찍은 브랜드 광고가 먼저 떴다. 블로그에는 바이럴 마케팅은 물론이거니와 카페에는 병원에서 실제 수술을 받은 수술 후기, 뉴스 검색에는 기사성 광고가 넘쳐났다. 해당 병원의 이름이 거론된 블로그는 5232건, 뉴스는 2864건, 까페글은 10927건이었다. 

# 약속된 시간에 맞춰 압구정에 위치한 해당 성형외과로 향했다.

3호선 압구정 역사에 붙어 있는 광고는 99개. 이 중 피부과와 치과, 공익광고를 제외하고 성형외과 광고는 93개였다. 한 성형외과가 4~5개 연달아 광고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요즘 지하철 역사 광고의 트렌드는 일반인 얼굴을 수술 전·후 사진으로 나눠 클로즈업 시켜놓은 유형이다.

# 역시 양악수술을 기본으로 하는 성형외과라 그런지 규모가 컸다. 홈페이지에도 본점이 800㎡의 규모를 자랑한다더니 사실인가 싶었다. 해당 병원의 압구정점은 외부 벽면 전체가 엠보싱 처리가 된 반사거울로 장식돼 멀리서 보더라도 눈에 띄었다.

주변에 성형외과가 많은 상태에서도 찾기가 쉬웠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여직원이 양악수술은 옆 건물의 안면윤곽센터에서 한다고 했다.

# 데스크에는 3명의 직원이 상주하고 있었다. 예약 확인을 하고 신환 정밀상담카드를 작성하라고 했다. 상담카드는 한글과 한문, 영어로 된 질문이 게재되어 있었다. 성형을 위해 일부러 강남을 찾는 외국인 환자도 많다보니 대부분의 성형외과가 다양한 언어로 상담카드를 마련해놓고 있다.

상담카드에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기본 정보를 비롯해 △병원을 알게 된 계기 △원하는 진료 △수술 경험 △병력 △복용 약물 체크 △원하는 수술 변화 등을 기입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원하는 수술 변화는 자연스럽게, 수술한 티가 나더라도 확실한 교정, 이미지의 획기적인 변화 등 환자가 원하는 이미지를 체크할 수 있도록 했다. 오전 11시부터 3시까지 해당병원의 안면윤곽센터에 온 신환환자는 모두 9명. 전부가 비소개로 방문했다.

내부 인테리어는 여타 의료기관과 별다를 게 없었다. 소파와 환자가 대기하면서 마실 수 있는 커피와 물 정도가 다였다. 다만 외국인 환자를 위해 해외 여러 나라의 환율정보 표시장치와 함께 3개 언어로 되어 있는 연예인이 모델로 나와 있는 홍보 책자가 놓여져 있었다.

기자와 함께 환자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20~30대 여성 3명이었다. 

# 기자 이름이 불리는 순간 들어간 곳은 CT실. 신환 환자는 먼저 CT를 찍고 상담에 들어간다고 했다(돈을 안가지고 왔는데 CT를 찍는다고 해서 당황했다). CT를 찍은 후 스튜어디스처럼 정복을 차려입은 코디네이터와 상담을 시작했다.

입이 약간 돌출된 느낌 때문에 양약수술을 생각했다고 말하자 코디는 “양악을 하게 되면 입체적인 느낌이 나서 동안 느낌이 날 것 같다. 한번 정리하면 훈남(잘생긴 남성)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술 후 교정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했다. 교정 기간은 1년이 걸리며 양악비는 1800만원, 교정은 600만 원 선이었다. 자세한 비용과 혜택은 원장 상담이 끝난 다음 알 수 있다고 했다.

교정은 해당 병원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사는 곳과 원장 추천에 따라 강남과 압구정에 연계된 치과로 리퍼를 보낸다고 말했다.

 

# 코디 상담이 끝난 뒤 원장실에서 기다리니 직원이 원장 이름이 적힌 책자 하나를 갖다 줬다. 언론에 소개된 해당 병원 원장의 기사를 스크랩한 북이었다. 놀라웠던 것은 A 치과전문지 기사와 임상특강도 수록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잠시 기다리니 구강외과의사가 들어왔다.

담당의사는 사전에 찍은 3D- CT 사진을 보고 상담을 했다. 얼굴 피부 조직과 뼈 조직이 나타나있는 CT 사진을 보면서 의사가 진단을 내리니 동의율이 높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담당의는 “실제로 보통 치아가 4mm 정도 나와 있는게 평균인데 8mm정도 나와 있다”며 “돌출된 느낌이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코디네이터와 수가 상담을 했다. 양악을 하면 사각턱과 턱 끝 수술이 옵션으로 들어가고, 입원비, 무통시스템, 가그린, 고주파 케어 등이 포함된 수가를 제시했다. 처음에 제시된 수가보다 적었다.

예약을 먼저하고 가면 더 많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훈남이 될 수 있다는 소리에 ‘혹’ 했지만 돈이 없어 그대로 발길을 돌렸다. 기자가 두려워했던 상담 비용을 내라는 소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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