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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강남통신(江南通信)]④ 성형외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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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강남통신(江南通信)]④ 성형외과-2
  • 정동훈기자
  • 승인 2014.07.10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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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영리화’ 유령에 잠식당한 성형외과

성형외과들이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양악수술을 특화한 성형외과에서는 치과와 협진을 진행한다며 환자 모시기에 나서고, 모발이식을 전문으로 하는 성형외과의 경우 성형외과 전문의가 피부과 전문의의 협진을 통해 전문적인 환자관리를 하고 있다.

눈매교정은 기본 중의 기본. 코 성형부터 이마 헤어라인 교정, 체중관리, 탈모, 지방 흡입, 여드름, 흉터, 레이저 시술, 얼굴주름 성형, 인중수술, 양악수술 등 성형외과의 광고만 듣고 있으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못하는 치료가 없다.

성형외과는 강남 전역에 산재하고 있지만 그중 압구정동과 청담동 지역의 선호도가 가장 높다. 특히 청담동 블록의 성형외과는 고급스러운 지역 이미지와 부합되는 수요층을 흡수할 수 있다는 장점에 빌딩 전체를 고급스럽게 인테리어하고 타 과와 협진을 내세워 환자를 유인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청담동의 한 성형외과를 찾아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취재했다.

 

 

# 입꼬리 성형을 원하는 환자가 많이 찾아온다는 청담동의 A성형외과. 입꼬리 수술이란 ‘와이키키, 개구리 뒷다리, 위스키’ 단어를 말할 때 올라가는 입 꼬리처럼 평상시에도 자연스럽게 미소를 머금고 있는 인상을 주기 위해 피부와 근육을 재배치해 입꼬리를 올리는 근육인 볼굴대의 위치를 조절하는 시술.

A성형외과는 비용 상담부터 카톡 상담, 온라인 상담을 홈페이지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양악 수술, 무턱 수술, 사각턱 수술 같은 하안면윤곽성형부터 입술인중성형, 줄기세포성형, 힙업성형, 배꼽성형, 종아리성형, 물광주사와 레이저토닝, PRP 등의 진료를 내걸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간단하게 상담신청을 하자 몇 분 뒤 해당 성형외과에서 전화가 걸려와 진료 내용과 환자 신상에 대해 물었다.

상담원이 묻는 몇 가지 질문에 대답하자 상담원은 전문상담원을 연결해주겠다고 했다.

기자는 성형 시술 외에도 피부과 시술을 받고 싶다며 해당 성형외과에 피부과가 따로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상담원은 성형외과빌딩 안에 피부과가 따로 개설돼 있어 성형시술 후 피부과 진료도 한꺼번에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진료비에 대해 묻자 상담원은 수술비는 얼마든지 맞춰줄 수 있다며 병원 내원을 권유했다. 

# 기자가 도착한 청담동 A성형외과는 한 건물에서 상담센터와 수술센터와 피부과와 여성센터로 운영되고 있었으며, 상담 데스크에는 A성형외과, 피부과·여성성형 상담센터라고 적혀있었다.
 

 


처음 상담을 진행한 직원은 주요 시술은 성형외과에서 진행되지만 주름 시술의 경우 성형외과와 피부과 따로 상담이 진행돼야 한다며, 피부과 상담 먼저 받아보라고 이야기 했다.

피부과라고 해서 따로 별도의 문을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라 같은 건물 좌측과 우측에 각각 성형외과와 피부과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처음 상담한 직원이 다녀간 뒤 상담실에 들어온 피부과 직원은 “우리 피부과에서는 레이저 프로그램과 주사용법 프로그램, 림프액 순환 프로그램으로 성형외과와 협진하고 있고, 쁘띠성형이나 레이저 시술 같은 피부관리도 진행하고 있다. 원장님이 피부과 전문의라 치료 결과도 매우 좋다”고 말하며, 원장과 상담해보기를 권유했다.

피부과 전문의라고 밝힌 원장과의 상담시간은 총 3분. 성형외과와 협진체계라고 했지만 사후관리나 실제 성형외과 진료에 참여하는 것 보다 일반 환자의 피부관리에 더욱 치중하고 있었다. 원장과 이야기 한 내용을 토대로 피부과 상담직원과 비용에 대해 이야기했다.

처음 피부과 상담직원이 제시한 비용은 350만 원. 기자가 다른 병원에 대해 비싸다고 하자 진료비는 점점 내려가 260만 원까지 내려갔다. 고무줄 같은 진료비였다.

피부과 상담직원과 진료비 줄다리기가 계속 진행되자 피부과 상담직원은 성형외과 상담도 받아보라며 처음 기자를 대했던 직원을 전화로 불렀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 처음 상담을 진행했던 직원이 들어오자 진료비용까지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어디 있냐며 피부과 상담직원과 말다툼을 하기 시작했다. 환자가 바로 앞에 앉아 있는데 말이다.

조금 언쟁이 길어지자 처음 상담을 진행한 직원은 급기야 자신의 팀장을 데려왔다. 팀장 말을 들어보자면 처음 환자와 상담을 한 것은 자신의 팀이었으니, 진료비 상담도 자신의 팀에서 해야 한다는 것.

일단 상담팀장의 높은 언성에 진 피부과 상담직원이 나가고 기자는 상담팀장과 다시 상담을 해야 했다. 상담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엉망.

피부과 전문의는 피부가 얇다며, 해당 치료를 추천해주었지만 상담직원은 기자의 피부가 두껍다며 해당 치료를 해야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며, 진료비가 360만 원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이미 피부과 상담직원과 260만 원으로 이야기하던 중이라고 하니 잠시 기다리라며 피부과 상담직원에게 해당진료가 왜 260만 원까지 내려갔냐고 언성을 높였다.

처음 상담이 진행돼 환자가 실제로 병원에 내원해 진료에 동의한 경우 상담을 진행한 직원에 대해 인센티브가 진행되는 시스템으로 느껴졌다. 

실제로 인터넷 구인구직사이트에 올라온 A성형외과의 상담 직원이나 콜센터 직원 구인 게시글을 살펴보니 급여제도로 인센티브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지나친 인센티브제가 병원 내부의 균열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 더욱 놀라운 사실은 A성형외과와 A피부과가 한 병원경영지원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의료기관이라는 것이다.

MSO(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는 의료행위를 제외한 병원 경영 전반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병원에서 필요한 구매, 인력관리, 진료비 청구, 마케팅 등을 대신 수행하는 형태로 병원에서 진료와 경영을 분리하는 방식이다. 현재 의료법에서는 MSO는 의료기관을 직접적으로 소유 또는 운영할 수 없다.
 

본지가 입수한 A성형외과와 A피부과의 구성도를 살펴보면 이 병원에 근무하는 총 직원수는 총 140여 명. 부서는 △원장단 △수술팀 △치료팀 △상담팀 △경영지원 △마케팅 △코디팀 △피부관리팀 △여성센터팀 △메니저팀 △웹디자인팀 △포토그래퍼 등 20여 개가 넘었으며, 상담만 전담으로 하는 직원 수만 해도 33명에 달했다.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분명 A성형외과의 사업자나 홈페이지의 대표원장으로 성형외과전문의로 등록돼 있으나 병원 구성도에는 병원의 실질적인 소유주인 대표이사가 따로 있다는 사실이다.

즉, 경영지원회사가 의료기관을 실제적으로 지배하는 형태의 사무장병원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현 의료법상 경영지원회사가 소유하는 있는 병원은 실소유주인 사무장과 함께 명의를 빌려준 의료인도 처벌된다. 그러나 MSO가 자회사 형태로 설립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에 대한 실질적 지배권을 계속 확장할 경우, 위법과 합법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다.

 

 

 

 

 



현 제도하에서도 기업형 사무장 병원은 내부고발이 아닌 경우 음성적인 위법 행위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 기업형 사무장 병원의 확대를 가장 경계하는 분야는 비급여 진료가 많은 치과·성형외과·피부과 등이다. 치과계는 기업형 사무장치과로 인해 크나큰 내홍을 겪은 바 있다.

과장·허위 광고와 과잉 진료가 난립하는 피부과나 성형외과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시장과 영리를 좇는 의료, 그리고 의료 서비스가 성장 동력이라는 정부. 비즈니스가 의료의 영토를 점점 더 잠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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