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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한국의 헐값 의료에 대하여 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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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한국의 헐값 의료에 대하여 ⑦
  • 홍소미 원장
  • 승인 2020.09.24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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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로 인한 불황이 6개월째다. 경제 타격의 강도는 2008년 말 금융위기 때보다 크고 오래 갈 것 같다. 2008년 금융위기에 뒤이은 불황에 대해 가격 경쟁이 심화돼 사상유례없는 수가 하락이라는 결과를 보았는데 10여 년 만에 또다시 닥쳐 온 불황이 무척이나 두렵다. 이 경제 불황은 또 어떤 사회적 결과를 불러올까? 형체 없는 불안감이 매일 나를 감싼다. 

<사건들>
•석플란트(강남점) 임플란트 누적 식립 개수(출처: 석플란트 홈페이지)
석플란트 강남점에서 매달 2800여 개의 임플란트를 심었다는 계산, 그렇다면 석플란트, 룡플란트와 유디치과 프랜차이즈가 심은 임플란트의 총합은 얼마나 될까? 
•2020년 5월 10일 취임 3주년 기념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 원격의료 추진 의지

  문재인 케어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은 2022년까지 국민 모두가 의료비 걱정에서 자유로운 나라, 어떤 질병도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내용의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를 발표했고 이미 많은 부분 실현하고 있다. 즉, 미용 목적을 제외한 대다수의 일반 진료 항목을 건강보험화 하겠다는 내용. 

문제는 필요한 재원의 정확한 출처와 준비가 없다는 것이다. 이미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기 시작한 2018년에는 2017년보다 5조 222억 원(9.1%) 증가했고 이는 7년 간 흑자를 유지해 오던 건강보험이 불과 1년 만에 큰 지출을 보이며 적자로 돌아섰다. 2017년 발표 당시 30조 6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이 금액으로 정부가 제시한 만큼의 보장을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 할 뿐만 아니라 얼마나 더 필요할지를 가늠조차 할 수 없으므로 증세, 의료 보험료의 증가는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보장이 늘어난다고 돈 더 내기를 원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며, 이미 정부는 코로나 정부재난지원금을 받은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다양한 방법의 증세 방안을 통해 청구서를 들이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불경기와 하루하루 새롭게 바뀌어 보도되는 증세 뉴스로 인해 이미 피로감이 상당한 국민이 문재인 케어를 위한 추가 지출을 달갑게 여길까? 정부는 재원의 조달 방안이 명확하지 않은 정책을 강제적으로 시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막대한 적자를 의료 서비스의 제공자인 의사들의 수가 희생을 통해 만회하려 하지 않을까? 더욱 걱정되는 것은 문재인 케어를 발표하던 2017년 당시와 2020년 이후의 경기는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이미 2020년의 불황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문재인 케어가 완성되는 2022년의 부작용은 상상조차하기 어렵다

 논의 
1. 왜 ‘돈이 문제다’라고 말하지 못하는가? 
이 사회의 이중 잣대에 대해 이제 말해야 한다. 우리가 단체 행동을 할 때마다 듣는 말은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집단 이기주의’이다. 어떤 직업군이 밥그릇을 지키는 것으로 욕을 먹는가? 소득이 높으면 밥그릇을 지키면 안 된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밥그릇을 지키지 않아도 될 만큼 소득이 높은가? 또는 이타적인 직업이므로 밥그릇을 지키면 안 되는가? 우리에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타성과 윤리성과 어떻게 발생했는지 생각해 보자. 이타성과 윤리성은 환자들을 위해 매우 중요한 항목이다. 수술 동의서를 쓰고 전신마취 후 온전히 의사에게 몸을 맡기는 것은 그 의사가 나에게 해로운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윤리성은 환자가 강하게 원하는 항목이다. 

또한 환자는 실수 없이 소중한 나의 몸을 고쳐 주길 원한다. 그렇다면 실력이 있는 자가 의사가 돼야 한다. 종합하면, 환자들(국민들)은 빼어나게 실력이 있는 자들이 의사(또는 치과의사)가 돼 이타적으로 치료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불가능한 조합이 가능하려면 연연해하지 않을 정도의 수입을 보장해 주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심하게 저평가된 수가는 치과의사들에게 윤리적으로 진료에 힘쓸 터전을 제공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의사들에게 윤리적으로 행동할 것을 강요한다.  이제 한국의 치과의사들은 문제의 근본은 전무후무한 현재의 수가라는 점을 인지하고 “돈이 문제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더 실력을 더 키우지 못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내가 더 양심적으로 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전문직의 노동의 가치가 반영되지 않은 현재의 헐값 의료 때문이라는 점을 직설적으로 말해야 한다. 국민이 안심하고 윤리적이고 전문적인 의료를 지속적으로 받으려면 현재의 헐값 의료와 그를 이용하는 의료 정책은 시정돼야 한다. 의사(치과의사)들의 윤리성만을 쥐어짜서 유지되는 현재의 헐값 의료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으며 결국 한국 의료인의 수준 저하와 뒤따르는 의료의 수준 저하는 불을 보듯 뻔하다. 

2. 일반 진료비는 병원의 수준에 따라 다층화돼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한국 환자들은 ‘싼 가격=양심적’ 이라는 공식에 의해 병원을 선택한다. 이는 지난 10여 년 간 프랜차이즈 병원들의 광고 공식과 양심선언 치과의사들의 발언에 의한 바 크다. 그러나 환자들이 알고 있는 것은 가격뿐, 그 병원의 치료의 질은 알고 있는가? 의료의 본질은 가격도, 양심도, 친절도 아닌 치료의 질인데 그것을 환자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치료의 질은 환자가 직접 겪기 전에는 영영 알 수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환자는 병원의 치료의 질에 대해 미리 알 수 있어야 한다.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치료의 질을 가격이 내포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격은 싼 것부터 비싼 것까지, 싼 가격은 질이 낮을 것을, 비싼 가격은 질이 높을 것을 가격으로 예측할 수 있도록 다층화 돼야 한다. 그러므로 품질에 따라 싼 가격을 감내하는 이유 또는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이유는 환자의 몫이다. 현재의 환자들은 싼 가격= 양심적인 병원이라는 이상한 주문에 걸려 있고, 의료인은 평준하게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공식은 싼 병원을 선택한 본인의 책임은 없이 치료의 품질을 전적으로 의사의 책임으로 떠넘긴다. 가격에 대한 현재의 인식은 매우 잘못됐다. 가격은 더 이상 비양심, 양심을 내포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의 품질을 내포하는 것이어야 한다. 필자는 경력 20년 이상 되는 절정의 치과의사가 이제 시작하는 치과의사와 같은 가격의 필드에서 경쟁하는 것을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낮은 가격의 필드는 초심자에게 남겨주고 더 높은 가격의 필드를 형성했으면 한다. 치과의사들이 경쟁해야 할 필드는 함께 일하는 동네가 아니라 가격의 필드이다. 더 높은 가격을 받고 그래도 병원이 잘 되는 것이 개원의 궁극적인 목표다. 

3. 의료인 자신은 한정자산이다.
우리의 몸은 한정자산이다. 우리는 일주일에 50시간밖에 일 할 수 없고 육체노동과 가까운 진료의 특성상 60세를 넘기면 효율이 떨어진다. 40대의 원장들은 자신이 한정자원임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더 저가로 떨어지더라도 환자만 많이 볼 수 있다면 얼마든지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소진시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30년 전의 반짝반짝 했던 당신을 되돌아보라. 당신은 삼 대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자랑할 만한 자식이었다. 그 몸이 지금 어떻게 소모되고 있는가?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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