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한국의 헐값 의료에 대하여 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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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한국의 헐값 의료에 대하여 ⑧
  • 홍소미 원장
  • 승인 2020.10.0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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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에 이어>
우리는 현재의 수가를 시간 대비 가치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주일에 50시간을 일할 수 있다고 볼 때, 대부분의 수입은 신환으로부터 창출되지만 특별한 광고를 하지 않는 병원이라면 구환 소개 역시 중요하므로 구환의 관리를 위해 일주일 50시간 중 20시간을 구환에 할애하고 나면 남은 시간은 30시간이다. 이 30시간(한달 120시간)동안 일한 것이 나의 주된 소득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한 달에 1000만 원의 순이익을 남겨야 할 때 한 시간에 9만 원의 순이익이 남아야 한다. 크라운 하나, 임플란트 하나를 완성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는지를 계산하고 그에 따른 수가를 생각해 보면 내가 받을 수가가 나올 것이다. 

크라운 하나를 진단, 상담, 프렙, 세팅까지 하는 데 2시간이 든다고 한다면 크라운을 하나 하는 시간은 18만 원의 순이익을 갖는 시간이어야 한다. 만약 내가 한 달에 2천만 원의 순이익을 가져야 한다면 크라운을 하나 하는 시간은 36만 원의 순이익을 갖는 시간이어야 한다. 이처럼 가격 경쟁에 의해 끌려가는 수가 결정이 아니라 본인의 시간 가치에 따른 수가 결정도 생각해 보자. 

4. 총액으로 생각하지 말고 순수익으로 생각해보자.
크라운 가격이 50만 원일 때 10만 원이 순수익이라면 100개를 팔면 1000만 원이 순수익이다. 만약 크라운이 가격 경쟁에 의해 45만 원이 된다면 순수익은 5만 원이다. 가격을 낮추면 환자가 더 올 수는 있겠지만 기존의 1000만 원을 보존해 줄 수 있을 만큼(200개) 와줄리는 없다. 

결국 전체 수익은 낮아진다. 그러면 우리는 두려워져서 1만 원을 더 내린다. 이제 남는 돈은 개당 4만 원이다. 더욱 낮아진 순수익을 보완하려면 그만큼 환자의 수가 늘어야 하는데 모두 다 가격으로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냥 가격만 낮아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반대를 생각해 보자. 크라운을 현재의 50만 원에서 55만 원으로 올린다면 당연히 환자는 감소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다고 내가 망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5만 원(10%) 인상한 것이지만 내 수익은 15만 원(50%)으로 인상됐기 때문이다. 환자가 30% 줄어도 1000만 원 소득은 보존된다. 

그렇다면 10만 원을 올려서 60만 원으로 해 보자. 환자 입장에서는 20% 인상이지만 내 소득은 100% 인상된 것이다. 그렇다면 환자가 절반으로 떨어지기 전에는 내 소득은 여전히 1000만 원 이상일 것이다. 저가 경쟁은 많이 일해서 많이 벌려는 경쟁이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게 경쟁을 한다면 결국 많이 일해도 조금 밖에 벌지 못한다. 

우리는 조금 일해서 똑같이 벌거나 조금 일해도 많이 벌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내면의 힘을 인지하고 용기를 낼 필요가 있다. 실제로 필자는 2016년으로부터 현재까지 3차례 크라운의 수가를 올렸다. 환자가 줄어도 소득만 같으면 된다는 생각에서 2017년에는 10만 원 올리고 소득을 관찰했다. 순수익은 줄지 않았다. 2018년에는 20만 원을 올렸다. 물론 환자는 줄었지만 순수익은 오히려 올랐다. 

2016년에 비해 현재 60만 원을 증액했다. 이는 환자 입장에서는 처음보다 80% 정도 인상된 것이지만 필자 입장에서 순수익은 300% 증가한 것이다. 나는 원래 보던 수의 1/3만 봐도 소득이 줄지 않고 증가했다. 이와 같이 총액 관점에서 보지 말고 순수익으로 본다면 우리는 치료비를 올릴 내면의 힘이 생긴다. 그렇다면 이 내면의 힘이 더 효과를 발휘하게 할 조건은 무엇인가? 그것은 현재의 ‘낮은 가격=양심적’이라는 매우 왜곡된 일반인의 인식을 ‘가격=품질’로 바꾸는 것이다. 

우리는 환자가 없으면 불안해하는 본능이 있지만 환자가 적어야 진료의 질이 좋아진다. 우리는 일주일에 50시간을 일할 수 있는데 수입을 맞추기 위해 100시간 분량의 일을 밀어 넣어야 하는가? 그 과정에서 박리다매가 발생하고 진료의 품질이 떨어지는 것이다. 

의사는 한정자원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인식한다면 수입을 맞추느라 100개를 더 해도 버텨낸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일을 줄이더라도 스스로를 아끼고 진료의 질을 높이자.  의료의 질을 높이면 가격을 인상할 내면의 힘이 생긴다. 저가는 박리다매와 반드시 연관이 있고 저가를 받는 원장은 그만큼 내면의 힘이 없는 것이다. 싸고 좋은 공산품은 있을 수 있을지 몰라도 싸고 좋은 의료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수가를 회복해야 하는가?
1. 치과의사는 다수의 치과 관련 직업군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치과의사들은 협력 직업군의 일감의 발주자이며 고용주인 동시에 그들 수입의 원천이다. 현재 개원의들의 가격 경쟁은 과도한 원가 절감을 요구하며 그 대상은 치과재료상과 치과기공사라는 직업에게 집중돼 있다. 치과재료상에 대한 원가 절감의 결과 현재 중소 치과재료상은 살아남지 못하고 외국계 또는 소수의 공룡 치과재료상만이 살아남았다. 거대 공룡 치과재료상은 군소 치과재료상이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는 방식으로 영업한다. 

예를 들면 1000만 원 선 결제 시 몇 프로의 할인 조건으로 영업하는데 이는 할인을 가장한 선납 유도, 타 치과 재료상 선택 기회 차단, 할인을 가장한 리베이트다. 즉 매우 기형적인 영업을 하여 살아남은 공룡 치과재료상에 의해 치과의사들이 역으로 지배되고 있다. 치과의 직접적인 하청 업체인 치과기공사는 개원가의 원가 절감을 가장 뼈아프게 겪고 있는 직업군이다. 치과들의 가격 경쟁이 계속되는 지난 10년은 치과기공사들에게도 고난의 행군 시기였다. 수가가 50% 이하로 떨어지는데 치과기공료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결국 치과의사가 헐값 진료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치과의사의 협력 업체들 역시 그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은 빈곤한 직업군으로 떨어지게 된다. 즉, 치과의사의 헐값 진료는 비단 치과의사들만의 문제가 아닌 그와 협력하는 모든 직업군의 문제이다. 

2. 필자는 치과의사라는 직업이 계속 귀하고 명예로운 직업으로 남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계속 상위 1%의 인재가 이 직업을 하고 싶어할 만큼 매력적이고 여유로운 삶이 보장돼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치과대학에 입학하려면 수능만으로 이야기할 때 2019년 기준으로 영어 1등급 + 전 영역에서 서울대: 98.9점~ 조선대: 94.9점(수능 백분위)을 받아야 입학이 가능하다. 즉, 최고 수재들만 입학 가능하다. 그렇다면 그 인재들은 제대로 소비되고 있는가?

현재의 한국 치과계는 의료인을 쥐어짜서 달성하는 의료 복지라는 대외적 어려움, 과도한 상업성에 의한 헐값 의료로 인해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대한민국은 10여 년 간의 고된 전문가 교육을 받은 당대 최고의 인재들을 사회의 퇴비로 소비하고 있다. 선배들이 물려주신 명예로운 직업의 터전을 상당히 추락시킨 주된 세대로서 후배 치과의사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하며 필자의 세대가 끝나기 전에 회복시키고 싶다. 그 마음이 오랜 고민 끝에 결국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이다. 

<다음호에는 ‘한국의 헐값 의료에 대하여’ 연재의 마지막 편이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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