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한국의 헐값 의료에 대하여-마지막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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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한국의 헐값 의료에 대하여-마지막 편
  • 홍소미 원장
  • 승인 2020.10.15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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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마지막으로, 모든 사람들이 당연히 여기는 1. 의사(치과의사)의 환자 유인, 알선 행위 금지, 2. 의사(치과의사)의 면허 대여 금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우리는 이것에 대해 우리 자신에게 되묻고, 이 사회에게도 물어야 한다. 

1. 기업이 존속하려면 마케팅으로 고객을 끌어당겨야 한다. 마케팅은 기업의 존속을 위해 필수적이고 장려할 만한 일이다. 그것은 개원의도 마찬가지다. 병원을 유지하려면 개원의도 환자(고객)를 끌어당겨야(알선, 유인) 한다. 그런데 이 당연한 것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그냥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가 환자가 오면 보라는 것이다. 우리 의사(치과의사)는 이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당연히 여기며 감내한다. 이것은 우리가 착해서인가?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은데 이것이 왜 당연한 듯 지속될 수 있을까?

환자를 많이 봐서 수입을 늘리는 것, 그것은 기업에서 ‘다매(多賣)’에 속한다. 병원이 ‘다매’를 하려면 아픈 환자가 많아야 한다. 그럼 병원은 ‘다매’를 하기 위해 아픈 환자를 많이 만들면 되지 않는가? 마치 기업이 재화를 판매하기 위해 각종 마케팅으로 고객의 소비욕구를 부추기는 것처럼? 그렇다. 병원의 환자 창출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여기서 기업이 영업하는 방식이 의료에 도입되면 절대 안 되는 근본적인 차이가 시작되는 것이다. 

개원의의 고객은 환자인데 아픈 환자는 적을수록 좋다. 아픈 환자의 수는 한정돼 있고 의사가 아픈 환자의 수를 늘릴 수(고객 창출)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치과의사)는 기업이 마케팅을 하는 것처럼 환자를 유인, 알선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것은 이뤄지고 있다. 몇몇 치과 의사들이 환자를 많이 보려 하는 것이다. 기업이 소비 욕구를 부추겨 재화를 판매하는 것과 같이 환자를 아프게 만들 수 없는 직업인 의사(치과 의사)가 다매를 하려면 1) 다른 의사가 볼 환자를 독점하거나 2) 환자 한 명당 치료 할 이의 개수를 늘리는 방법이 있다. 

프랜차이즈 병원이 문제가 된 것은 1)을 행하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0원 스케일링, 1만원 치아 미백은 엄연한 환자 유인행위다. 또한 비정상적인 가격 파괴 광고 역시 환자 유인, 알선 행위다.

치과계에 이러한 상업성(하급 마케팅)이 처음 도입됐을 때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치과의사들 당사자였다. 어찌나 우왕좌왕했는지, 환자라고 해야 할지 고객이라고 해야 할지부터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이다. ‘몸에 대한 책임감’에만 집중하며 살았던 순진한 사람들 속에서 사업가를 하면 적성에 맞았을 사람들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니 그 터전이 초토화 됐다(의료계가 지켜온 순수한 터전은 노련한 사업가들에게는 경쟁 상대가 없는 사업의 장이다). 

그러나 내 환자를 그가 다 가져간다고 해도 2)번까지만 안했으면 그래도 나았을 것이다. 페이닥터부터 직원까지 성과급제라면 자신의 할당량을 채우고 더 높은 성과급을 받기 위한 목표의식이 발생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이 과정에서 환자 한 명에게서도 ‘다매’를 한다. 즉, 불필요한 치료까지 환자에게 권하는 것이다. 

이것이 늘상 어떤 환자에게나 가능해지는 방법은 비의료인(상담실장)이 치료계획, 상담을 해 환자를 수락시킨 후 페이닥터는 단지 실장이 전달한 치료계획에 따라 이미 누워있는 환자를 치료하기만 하면 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왜 치과의사가 치료계획을 짜지 않고 실장이 짜는가? 치과의사가 치료계획을 하면 한 환자로부터의 다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치과의사는 ‘몸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한두개는 몰라도 수 개를 더, 그것도 잠시는 몰라도 늘상 그렇게 잔인한 치료계획을 짤 수 없지만 일반인과 다름없는(‘몸에 대한 책임감’이 덜 한, 성과급을 더 받을수록 자신이 능력이 있다고 여기는) 일부 상담실장들은 과잉적인 치료계획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계획만 짜면 될 뿐, 치료가 불필요한 이를 깎으며 느껴야 하는 찝찝함은 페이닥터의 몫이다. 페이닥터 역시 이 계획은 내가 짠 게 아니고 이 병원의 시스템을 따라야 하므로 과잉진료의 죄책감을 던다. 

그렇다면 ‘박리(薄利)’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현재 한국 환자들을 유혹하는 가장 쉬운 조건은 싼 가격이다. 그냥 싸다고 하면 ‘싼 게 비지떡’이라고 생각할 것이니 ‘서민 진료, 양심적인 가격’이라고 돌려 말한다. 그것도 환자가 수락할 수밖에 없는 상시 50% 이상의 세일 가격으로. 남을까? 남는다. 매우 ‘다매’ 하면 매우 ‘박리’ 해도 ‘많이’ 남는다. 

그렇다면 결국 박리다매의 슬픈 결과가 나온다. 

페이닥터의 몸은 일주일에 50시간밖에 일하지 못하는 한정자원이다. 일주일에 100을 봤던 사람이 200까지도 가능한가? 또는 300까지도 가능한가? 하면 되는가? 되기는 되겠지만 필연적으로 질이 떨어진다. 이 일을 20여 년 간 해 본 필자로서는 전혀 200을 할 수 없다. 반드시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한 환자에게서 벌어지는 치과의료의 박리다매는 다른 말로 하면 과잉진료로 윤리의 근본을 건드릴 정도로 비윤리적이다. 공산품을 많이 판다고 욕을 먹지는 않는다. 그러나 치과의료는 (특히 돈이 되는 일반진료는) 치아를 하나 깎아야 그 치료 하나를 팔 수 있다. 신발을 하나 팔 때마다 발을 하나 깎아 신겨 팔지는 않는다. 그러나 치과는 보철물을 하나 팔 때마다 이를 하나 깎아야 한다. 그러니 한 환자에게서의 박리다매(과잉진료)가 얼마나 비윤리적인가!

그래서 의료법으로 금지한 것이다. 상업적으로 의료에 접근하는 길을 터놓으면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에 의해 결국 환자를 기만하는 하급 마케팅, 박리다매와 이로 인한 과잉진료가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업적으로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다가 아픈 환자가 들어오면 치료하는 것이 그렇게 의료법이 된 것이다.  

일반인에게 면허를 대여하는 것은 왜 법으로 금지됐을까? 

일반인은 의사와 접근 이유가 다르기 때문이다. 의사(치과의사)는 ‘환자를 고쳐 줄’ 생각으로 접근하지만 일반인은 ‘돈을 벌 생각’으로 접근한다. 내 몸을 통해 누군가 돈을 벌 생각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환자 입장에서는 있을 수도 없는, 생각하기도 싫은 일일 것이다. 환자들이 그렇게 당하기 싫어하는 일을 도저히 할 수 없게 하기 위해 의사는 그런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도록 교육되는 것이다. 면허를 대여하는 것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일반인에게 ‘거짓 자격’을 주고 환자가 믿도록 한 뒤 도저히 환자가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 벌어지게 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금지하는 것이다.

매 정권마다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의료영리화, 의료민영화, 프랜차이즈 병원 등은 의료인의 면허 대여를 매우 모호하게 해석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거 안 하고 다른 거 했어도 매우 잘했을 텐데 일반인이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 금지되는 의사(치과의사) 라는 직업에 평생을 바칠 것을 왜 자원했을까? 마케팅, 경쟁 안 해도 연연하지 않고 ‘소중한 몸’의 치료에만 전념해도 될 정도로 삶의 질이 보장되는 직업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 직업에 지원해서 환자(국민)가 원하는 사람으로 교육됐다. 

이 글의 초반부에서 말한 것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빼어난 인재들을 평생 이타적, 윤리적으로 행동하도록 하는 방법은 이처럼 오랜 기간의 교육과 충분한 보상이다. 그런데 치과계는 겨우 지난 10년 간, 의료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상업적으로 ‘환자 장사’를 한 20명 이내의 피가 다른(장사나 했으면 좋았을) 치과의사들에 의해 내부에서 무너져 버렸다. 이러한 내부로부터의 붕괴는 이를 저지해 주지 않거나 방조한 제도권, 그들을 도왔던 전문 경영인의 기술에 의해 더욱 가속화됐다. 

만약, 치과의사들의 처우가 지금처럼 지속된다거나 또는 더욱 가릴 것 없이 상업적이 된다면 우수한 인재는 치과의사가 되기 위해 더 이상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 수준 낮은 사람들이 의사(치과의사)가 돼 더욱 경쟁하면서 그나마 살아남기 위해 환자의 몸에서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일반인의 마인드로 접근할 것이다. 이는 환자 (국민)들이 가장 끔찍해 하는 일이 아닌가? 바로 이것이 필자가 우리 사회에게 하는 질문이다. 과연, 정말 그렇게 되어도 괜찮겠는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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