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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한국의 헐값 의료에 대하여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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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한국의 헐값 의료에 대하여 ②
  • 홍소미 원장
  • 승인 2020.08.13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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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치과의사가 되기를 잘 한 것 같다. 직원 2명, 25평의 동네 치과 원장인 나는 개업한 지 얼마 안 돼 환자 공백 시간이 길지만 지난 달 임플란트를 3개 심었더니 총 수입이 2500만원, 실소득이 1000만원이었다. 개업 2년차인데 이 정도면 앞으로 희망이 있다. 

2006년 치과의사가 되기를 참 잘 했다. 나는 지난달에 5000만 원의 총수입을 달성했다. 임플란트를 10개 심은 덕이 크다. 직원은 한 명 더 고용했다.

개원의 스트레스는 크지만 스트레스만큼 수입이 받쳐주니 감당할 만하다. 진료만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회사 하나 경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영 스트레스가 크다. 하나하나 극복해 가야겠지. 
 

2007년 졸업 동기인 진수와 병원을 합쳤다. 드디어 나도 목요일 하루는 쉴 수 있게 됐다. 진수와 병원을 합치면서 병원을 100평으로 키웠고 직원도 6명이 됐다.

요즘 병원들이 전체적으로 대형화되어 아무리 동네 치과여도 환자들이 크고 시설 좋은 병원을 선호한다. 물론 병원이 커지면 지출도 늘지만 임플란트 전문 병원으로 동네에서 입소문이 나면 병원 경영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2008년 금융 위기라니, 그게 뭘까? 선배들이 겪었다는 IMF 같은 건가? 그런데 12월의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병원 매출은 6000만원, 지출은 4000만원(다행인지, 치과 기공료와 재료비가 절반으로 줄었다). 결국 진수와 나는 각자 1000 밖에 가져가지 못했다. 빨리 경기가 회복됐으면 좋겠다. 

 2009년 환자 수가 반으로 줄었다. 그나마 비싼 것은 하려 하지 않는다. 임플란트를 언제 심었던가? 이제는 임플란트 심는 방법마저 잊을 정도다. 지출을 줄일 수 없는데 수입이 어마어마하게 줄었으니 지난달은 적자다.

적자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마음에 광고를 시작했다. 광고비로 500만원을 썼는데도 별로 효과가 없다. 광고를 더 해야 하나? 요즘은 네이버만 돈을 버는 것 같다. 키워드 한 줄 내주는 값을 병원 임대료만큼 받는다. 아무리 불경기라고 해도 그렇지 왜 이렇게 환자가 없는 걸까?

2010년 지출을 감당할 수 없어서 직원 2명을 해고했다. 병원이 크니 지출이 많다고 해도 세무서에서 믿어주지 않는다. 세금은 잘 될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 애가 타니 광고비만 지난 달에 천만원을 썼지만 효과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온통 반값 광고, 이벤트 광고다. 잘 한다는 광고는 통하지 않고 싸다는 광고만 효과가 있다.  

프랜차이즈 치과들은 다량의 재료를 공동구매해 원가를 낮추므로 돈 없는 서민을 위해 반값만 받는다고 한다. 얼마나 많이 심길래 원가를 그렇게 낮출 수 있을까? 하긴, 반값에 팔아서 20만원만 남겨도 이 동네 환자들은 그 치과를 일단 가보는 것 같으니 100개를 심는다고 하면 2000만원 남네.

환자들은 이윤 욕심 없이 환자 편에서 양심적으로 진료하는 치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럼 나는 비양심적인 치과의사인가? 정말 치과의사가 남기는 돈이 없어야 양심적인가? 

진수가 지방으로 가겠다고 했다. 지방에는 아직 프랜차이즈 병원이 덜하니 가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건물 임대차 계약이 마무리 되는대로 병원도 줄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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