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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원장의 오늘] 카카오택시에는 있고 우리동네 치과에는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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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원장의 오늘] 카카오택시에는 있고 우리동네 치과에는 없는
  • 이수형 원장
  • 승인 2015.12.31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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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연세루트치과) 원장

 

누적 호출 5천만건. 하루 60만건 이상. 카카오택시가 뜨겁다.

승객과 택시기사를 이어주는 O2O서비스로 런칭하고 1년도 안되어 이룬 성과다. 콜택시를 바로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버리고 자리 잡아버린 카카오택시. 현재 전국 택시기사의 70% 이상이 카카오택시를 사용한다.

그 성공 포인트 중에 하나가 택시기사의 마음을 사로잡은 UX, 사용자 경험이다.

서비스를 준비하던 10명 가량의 TF팀은 우선 기사들의 필요사항이나 불편에 대해서 치밀하게 조사했다. 실제 택시기사 자격증을 가진 이도 한 명 있었지만, 아예 예산부터 편성하여 아무 때나 택시를 탈 수 있게 했다. 회사 근처를 돌기도 하고, 시도 경계를 넘나들기도 했다. 손님을 태우는 요령, 조합과의 관계, 원하는 서비스 등 현장의 목소리가 담겨지기까지 수천 회 이상 택시를 탔다고 한다.

실제 기사들 중 60대 이상의 고령자가 많고 주로 핸드폰을 거치대에 놓고 쓰기 때문에, 앱의 글씨를 통상적인 수준보다 아주 크게 키우고 터치버튼도 훨씬 더 키웠다. 개발 중인 앱을 보여주며 불편사항을 체크하고 개선해 나갔다.

특히 위아래로 주로 흔들리는 자동차 주행의 특성을 감안해 모든 터치와 스크롤 방식은 좌우가 아닌 상하로 구성했다. 또 실제 택시 사용 환경에 맞춰, 인근 건물, 주변 상호를 입력하면 현재 위치를 보여주도록 직관적으로 구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시 첫날 바로 기사들의 건의가 폭주했다. 손님의 콜을 받으면 손님의 위치까지 자동으로 내비게이션이 연동되면 좋겠다는 건의였다. 사전에 계획 하에 부르는 콜택시의 경우와 달리, 주변에 빈 택시가 안보이면 부르는 카카오택시의 특성상, 외진 위치나 찾기 어려운 곳에서 부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미 택시마다 내비게이션이 달려있어서 ‘설마 필요할까’ 싶어 제외했던 기능이었다.

기사들의 불만에 카카오는 기민하게 대처했다. 현재는 카카오의 자회사지만, 당시에는 인수이야기가 오가던 상태인 ‘김기사’와 협조해 3일 만에 업데이트 버전에서 내비게이션을 연동 시켰다.

사용자의 경험은 해당 상품 자체, 서비스의 경험, 그 이미지를 넘어서서 그것과 얽힌 나의 히스토리에까지 확장된다. 수십 년 택시를 몰면서 운전석에 앉아 불만을 표해내고 승객들의 피드백 외에는 받아본 적이 없는 60대 택시기사를 가정해보라. 정치도 불만이고, 조합도 불만이지만, 그렇다고 바뀐 적은 없다. 하지만 카카오택시는 다르다.

업종의 특성상 승객과 택시 기사라는 직접적인 서비스 대상 외에도 정부기관, 기존 콜택시 조합, 언론 등 대응해야 하는 상대는 많다. 혁신이 최고인 IT기업과는 달리 오프라인에서는 관계성의 유지도 중요하다. 도입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고 결국 퇴출되었던 우버 서비스와 달리 카카오 택시는 큰 반발없이 잘 풀어나갔다.

우버와 유사하지만 위법성은 없는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여론이나 규제가 나오
고 거기에 대응하면 이미 하수다. 고수는 먼저 자기에게 우호적인 상황을 만드는 법이다.

‘우리동네좋은치과’ 캠페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선 개원의들의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그리고 최소한 개원의들이 느끼기에는 피드백이 충분치 않았다. 그렇다고 뚝심있게 밀어붙여서 승리하고 돌아왔느냐 하면 또 그렇지도 못하다.

유디치과가 태클을 걸고, 보건복지부와는 엇박자를 냈다. 최근에는 전임 회장과의 트러블이 공식적인 지면으로까지 보도되고 있다.

나는 개별 사안을 논할 자격도 능력도 안된다. 그저 치협이 잘하고 있고 옳다는 믿음으로 살고 있다.

다만 지금 치협에 대한 개원의들의 사용자 경험이 만족스러울 수 있겠느냐, 묻고는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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