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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원장의 오늘] 4할 타자, 평균과 변이, 그리고 게임의 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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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원장의 오늘] 4할 타자, 평균과 변이, 그리고 게임의 룰
  • 이수형 원장
  • 승인 2014.06.2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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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프로야구를 지배하는 키워드는 단연 타고투저 현상이다. 예년과 비교하면 타자들이 공을 너무 잘 쳐서 투수들은 죽을 맛이다. 6월 한 달 동안 20점을 넘기는 경기가 2번이나 있었고, 단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9득점 이상 타선이 나왔다. 무엇보다 작년에 비해 3할 타자가 2배로 늘었다. 특히 SK포수 이재원은 타율이 4할 3푼을 넘는다. 그렇다. 과연 꿈의 4할 타자는 과연 가능한 것인가?

스티븐 제이 굴드는 저서 ‘풀하우스’에서 1900년대 초반까지는 간간이 나오던 4할 타자들이 1941년 테드 윌리엄스를 끝으로 사라진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야구에서 투수나 타자 중 어느 한쪽이 일시적으로 우위를 갖더라도 상호 경쟁을 통해 평형으로 회귀하는 내재적 힘과 면밀하고도 적극적인 게임의 룰 조정으로 평균 타율은 일정하게 유지돼 왔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마운드를 뒤로 물리고 공인구를 바꾸고 스트라이크 존을 조정하는 등 다양한 룰의 개입을 통해 평균 타율을 대략 2할 6푼으로 유지했다.  

한편 선수들이 인간의 한계에 좀 더 가까워질수록 선수들 내의 편차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어릴 때부터 가르쳐 엄밀하게 걸러진 인재 풀 안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훈련되는 최고의 선수들은 종이 한 장 차이로 실력이 갈리게 된다. 야구가 성숙해갈수록 선수들의 신체조건과 운동능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되지만, 그만큼 소위 ‘갑툭튀’ 수준의 천재는 나오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래프 인용> 따라서 평균 타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한, 어지간한 천재로는 4할 타자가 되기가 점점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

뒤집어 이야기하면 초창기 프리미엄만이 독보적 성과를 가능하게 한다. 백인천 감독이 1982년에 4할을 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해가 모두가 어설플 수밖에 없었던 프로야구 원년이었던 덕이 크다. 메이저리그에서 대부분의 4할 타자가 1920~30년대 이전에 출현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올해 프로야구에서는 이 이론의 대전제인 ‘평균 타율의 항상성’이 무너졌다. 글을 쓰고 있는 현재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의 60명 중 과반이 넘는 36명의 타율이 3할 이상이고 리그 타율이 0.291이다. 2할 6푼이라는 평균에서 3푼이 올라간 만큼 평소라면 3할 7푼을 칠 기량의 천재에게 4할을 칠 기회가 온 것이다.

하지만 4할 타자에 도전하는 극소수의 선수를 제외하고는 올해의 프로야구는 그리 행복하지 못하다. 타고의 이면에서는 투저가 있기 마련이고, 각종 기록에서 악몽 같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60번이 넘는 블론 세이브에 팀 평균 자책점이 6점을 넘긴 팀이 3개나 되고 이 흐름이 나아질 기미마저 별로 없다. 그저 시간이 흘러 더위가 시작되면 한풀 꺾이려니 막연히 기대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애정을 갖고 지켜본 팬들에게는 그동안 기록들의 가치가 퇴색되고 국민적 오락의 안정성이 파괴되는 비극이다.

적정성 유지를 위해 개입해야만 하는 순간이 있다. 비록 신성한 스포츠라 할지라도 더 공정하고 치열하게 승부하기 위해서는 면밀한 개입을 통한 룰의 조정이 필요하다.

우리 치과계도 마찬가지다. 각 개원의가 열심히 노력하는 것과는 별개로, 서로의 편차가 줄어 차별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군다나 개원가의 평균 타율은 올해 프로야구와는 정반대로 감소하는 상황에 놓여있지 않은가. 우리에게도 게임의 룰에 대한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간과 확률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서 경우의 수가 증가하면 정규분포 그래프상의 양 끝단에만 머물러 있기는 쉽지 않다. 4할을 노리는 sk 이재원도 시즌 끝날 때쯤이면 3할대로 내려올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개원가 사정이 힘들어지는 만큼 경영의 논리나 시장의 논리로 개인적 차원의 해법을 모색해봐야 정규분포 그래프는 냉정하다. 게임의 룰을 정비해서 평균 타율을 높일  방법을 모색하고 구성원들이 지켜나갈 수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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