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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원장의 오늘] 개와 늑대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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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원장의 오늘] 개와 늑대의 시간
  • 이수형 원장
  • 승인 2014.08.29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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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루트치과 이수형 원장

 

최근 화제가 되었던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에서는 개의 진화를 통해 진화론을 설명하여 애청자들을 즐겁게 한 적이 있다. 인간을 두려워 하지 않고 인간이 남긴 음식들에 스스럼없이 다가가던 늑대들이 인간에게 붙잡혀서 세대를 거치면서 인간의 필요에 맞게 선택되어 길러지게 됐다. 그리고 점차 늑대의 특성을 잃고 개라는 새로운 종이 나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개들은 충성스럽고 용맹스러울 뿐 아니라 협동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고 흔히 말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바로 그 특성이다.

지난 8월 19일 사이언스지는 애견가들에게는 다소 불만스러울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Range와 Virányi가 발표한 개와 늑대의 비교실험 결과, 늑대가 오히려 협동적인 특성을 보여준 것이다. 늑대들은 비록 우두머리가 있기는 하나, 음식을 먹을 때 낮은 서열도 동시에 함께 식사에 참여했다. 서열 위인 늑대가 음식을 두고 공격적으로 나오면 서열 아래인 늑대가 가끔 대들기도 한다. 훼방꾼 역인 하운드 개를 쫓아내는 미션에서도 모두가 의사소통 한 후에 함께 협동적으로 참여했다.

반면 개는 수직적이고 엄격한 위계질서에 따라서 행동했다. 실험에서 우두머리 개는 먹이를 독점하며 혼자 먹었다. 서열이 낮은 개는 거기에 감히 쉽게 대들지도 못했다. 의사소통 과정에서도 우두머리 개는 서열이 낮은 개가 선을 넘어설라치면 공격적으로 반응하였다. 즉 개는 서로 협동하지 않았다. Range는 인간과 개의 협동이라고 생각되던 것도 인간을 최상위로 두는 위계질서에 대한 개의 복종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차이는 개와 늑대라는 동물의 차원에서는 근본적으로 각 개체의 내재적인 성향에서 기인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의미를 이끌어내려면 사회 구조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적절할 듯싶다.

늑대는 무리를 지어 생활하며 사냥을 하고 생존을 해나가는 동물이다. 무리 내에서 어느 정도 서열은 존재하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공동의 목적을 위해 동료로서 존재한다.

반면에 개는 절대적 상위자인 인간과 생활하는 동물이다. 상하관계에 민감하고 서열은 절대적이다. 문제를 일으키기보다는 권위에 복종하는 식으로 길들여져 있다. 무리를 이루는 집단이라기보다는 각 지위에 있는 개체의 합으로 구성되어 있는것이다.

뭐 좋다. 어차피 떼거리로 무리 지어 있으면 개인지 늑대인지 멀리서는 잘 구분도 되지 않는다 치자. 문제는 혼자 놓여졌을 때다.

당시 미팅에서 이 연구 발표를 지지하며 Monique가 소개한 본인의 실험에 따르면, 혼자서 통 안에 들어있는 소시지를 2분 안에 꺼내는 실험에서 늑대는 총 10마리 중 8마리가 꺼냈다. 개는 한 마리도 성공하지 못했다. 심지어 대부분은 시도조차도 하지 않았다. 개들은 그들의 주인이 지시를 하고나서야 통을 열고 소시지를 꺼낼 수 있었다.

이에 Monique는 “개들은 독립성이 억압되어 있어서, 그들의 문제해결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기조차 어렵다”고 했다. 

인간과 함께 지내면서 충돌하지 않고 충성스럽게 잘 따르는 것이 개의 필수 조건이다. 아니, 그렇게 따르는 것이 선택돼 개가 됐다가 더 맞을 듯 싶다. 개들에게는 밥그릇을 독점하기 위한 서열 정리가 중요해진다. 그래서일까. 집에서 개를 키우면 식사 서열이 중요하다. 식사 서열이 뭔 상관이야 싶어서 방치하다간 키우던 개에게 손을 물리는 일이 기어코 발생한다.

뿔뿔이 흩어져있는 개원의들이 늑대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늑대가 많아져야 한다. 늑대 무리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야 내 집 앞 똥개를 쫓아내는 일이 가능해진다.

원래는 프랑스에서 ‘해가 기울고 땅거미가 어둑어둑 질 때, 저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치과계가 안팎으로 위기에 몰리는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개와 늑대 중 택해야하는 좀 다른 의미의 ‘개늑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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