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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원장의 오늘] 스팀, 아타리 그리고 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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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원장의 오늘] 스팀, 아타리 그리고 레몬
  • 이수형 원장
  • 승인 2014.07.2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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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연세루트치과) 원장

 

스팀이 여름방학 세일을 하면서 전 세계 곳곳에 쉴 틈 없이 지름신이 강림 중이다. 게임회사인 밸브社의 온라인 게임 유통 체제인 ‘스팀’은 강력한 할인 정책으로 유명하다. 50%가 넘는 세일도 흔하다. 7~90%가 넘는 대박 세일도 간혹 터지기에, 이런 기회를 놓칠세라 스팀을 이용하는 게이머들은 늘 관심을 두고 지르게 된다.

‘게임은 비싼 취미가 아니지만, 스팀은 비싼 취미다’ 또는 ‘게임을 사모으는 게임’이란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더 강력하고 끊임없는 할인정책! 그렇다. 바로 연쇄 할인마 스팀이다.

스팀은 실시간으로 온라인 구매가 가능한 유통채널이다.

현물을 사고파는 오프라인 판매가 아니기에 인터넷이 닿기만 하면 전 세계 누구나 컴퓨터 앞에 앉아 클릭 몇 번만으로 구매할 수 있다. 지름신이 오는 순간 충동적인 구매가 가능한 점에 주목하자. 접속하는 순간 실시간으로 시세 확인이 가능하다. ‘시가’ 즉 실시간 가격정보의 오픈은 할인가에 대한 신뢰성과 매력을 더해준다. 세일이 아니었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사람까지 지르게 한다. 할인 행사가 추가적인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이미 만들어놓은 게임은 일단 손익분기점을 넘긴 이후에는 추가적인 비용 발생이 굉장히 낮다.

그렇다. 손익분기점만 넘기면 매출 대부분이 순이익이 되는 노다지 장사다. 그래서 스팀의 할인 정책은 비즈니스 파트너인 게임 개발사와 이해관계가 상충하지 않고 윈-윈의 결과가 나온다. 개발자, 판매자, 구매자 모두가 행복해진다. 실제로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이 스팀이다.

할인의 위력은 놀라워서 게임에 따라 수배에서 수십 배 매출이 증가한다. 할인 폭이 커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팔려나간다. 관심과 기대를 모으던 신작이라도 막 데뷔할 때보다 오히려 수개월 지나 할인 행사를 할 때 최고 판매량을 보일 정도다.

게다가 할인을 하면 전반적인 관심이 증가해서 유명 게임이 아닌 속칭 B급, 인디 게임들도 덩달아 매출이 증가한다. 세일이 끝나도 판매 수명이 다했던 옛 게임이 몇 주간 지속적으로 매출 증가하기도 한다. 들어간 김에 장바구니에 한 개 더 담고 기억난 김에 또 한 개 더 담는 식이다.

게임은 트렌드의 변화, 게임 그래픽의 향상, 발전되는 시스템 등 시효성이 분명한 상품이라서 최신작에 대한 수요는 끊임없이 존재한다.

기존작의 할인이 신작의 대체재가 되지는 못한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할인행사의 목적이 재고의 떨이로 그치지 않는다. 계속 나올 최신작을 위한 포석으로 할인하는 것이다. 1탄, 2탄 계속 시리즈로 나오는 게임의 경우에는, 수명이 다한 전작을 할인 행사한 후 신작을 출시하는 경우도 흔하다.

출시하면 바로 구매하는 충성고객만 챙길 게 아니라, 나중에라도 저렴한 가격에 사는 고객들을 확보해 일단 저변을 늘려놓으면 이어지는 시리즈물의 판매 증가로 이어진다. 할인행사와 신작 론칭 행사가 시너지효과를 내고 이런 행사들로 신작 출시 전 이슈몰이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스팀의 할인정책에 대해 과거 ‘아타리 쇼크’의 재현이 될까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1983년 당시 시장을 지배하던 게임회사 아타리가 질 낮은 게임들을 저가로 과잉 공급함에 따라 시장에는 형편없는 게임들만 난립하게 됐고 이에 수많은 유저들이 아예 등을 돌려 한동안 게임 산업 자체가 침체되는 암흑기를 겪었다.

재화나 서비스의 품질을 구매자가 알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저렴한 불량품이 시장을 잠식하는 일종의 ‘레몬 마켓’이었던 셈이다.

시장에서 지탄받지 않으려면 할인 정책은 당장 눈앞의 결과보다 좀 더 크게 보고 결정해야 한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개발자와 판매자가 상생하며, 해당 상품군의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고도, 해당 산업 전반의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스팀은 가히 ‘할인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다.

자, 이제야 하고 싶은 이야기의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 치과계는 세부적인 모든 조건에서 스팀과 전혀 상반된다.

산업의 근본적인 성격 차이 때문에 스팀을 따라 할 수도 없고 애초에 건전한 할인이란 것은 우리에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개원가의 끝없는 수가 인하의 전쟁으로 치과계도 자꾸만 레몬마켓이 돼간다. 할인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개원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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