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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원장의 오늘] Mop, Vacuum or Sw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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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원장의 오늘] Mop, Vacuum or Sweep
  • 이수형 원장
  • 승인 2015.11.1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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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연세루트치과) 원장

 

 

 

어느 병원 청소부들을 대상으로 심리학자가 인터뷰를 시행했다. 그들의 업무는 매뉴얼로 디테일하게 잘 짜여져 있었다. 어디는 쓸고, 어디는 닦고, 변기는 어떻게 청소하고, 가구는 어떻게 재배치하고 등등. 매뉴얼대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대상을 정해진 방법대로 청소하는 것이 그들의 업무였다. 그들의 업무 평가는 주어진 일을 얼마나 잘 해내었느냐에 따라 이루어진다.

인터뷰했던 청소부 중 일부는 주어진 매뉴얼을 벗어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잘 해내었다. 청소부 마이크는 입원실 침대에서 나와 복도를 걸으며 운동하고 있는 존스 씨를 위해 하고 있던 복도 물걸레질을 잠시 중단하고 기다렸다. 청소부 샬린은 간신히 눈을 붙인 보호자의 잠을 깨울까봐 환자보호자 대기실을 도저히 시끄러운 진공청소기로 청소할 수 없었다. 그녀는 몇 배로 더 힘든 빗자루를 들고 카펫을 청소했다.

이 사례를 TED 강연에서 소개한 배리 슈워츠는 ‘실천적 지혜’를 강조한다. 현실은 늘 예상 밖의 변수가 있기 마련이다. 그 순간 직원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리고 그 선택의 순간에 보다 지혜롭게 행동하는 일부가 있더라는 것이다. 그들은 업무 매뉴얼은 사소하게 어겼지만 직업의 본질적인 의미에 크게 충실했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직업적 소명이었던 것이다.

일부 직원들은 분명 더 지혜롭다. 더 의욕적이거나, 더 윤리적이기도 하다.

구글의 회장 에릭 슈미츠는 저서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에서 직원 채용에서 가장 핵심은 일단 우수한 사람을 뽑는 것에 달려있다고도 했다. 평균 이하의 사람을 뽑아서 우수하게 키우는 것은 분명 너무 어려운 일이다. 특히 업무의 지식, 숙련도를 넘어선 윤리, 열정, 창의성 같은 덕목은 더욱 그렇다.

개원 연차를 불문하고 단언컨대 모든 개원의들이 절대 벗어날 수 없는 고민이 ‘직원’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사람 손을 거쳐야 하는 치과분야에서는 숙련된 전문성도 필요하지만 환자와 보호자를 상대해야 하는 연륜도 요구된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데에 있어서는 나이나 연차만으로는 설명되지 못하는 플러스 알파가 있다. 지혜로운 직원은 구한다고 구해지는 것도 아니고 가르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만나게 되는 것에 가까운 듯하다. 다만 그렇게 만난 직원들마저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이쪽도 나름의 준비가 필요하다.

청소부의 사례를 한걸음 뒤에서 살펴보자. 우수한 직원이 자신의 소명의식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그 병원의 사내 분위기를 추측해본다. 잠깐만 생각해도 여러가지 전제조건이 떠오른다.

일단 급여와 근무조건이 최소한 불만에 가득 차 있지는 않게 적절해야 한다. 한 번 더 사고할 수 있게 숨 쉴 틈 없이 몰아붙이면 안 되고 업무의 양이 적절해야 한다. 질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이 가능하도록 업무수행의 평가가 단순히 양적으로 기계적으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이유가 분명하다면 매뉴얼과 상반되는 재량이 허용되는 오픈 된 분위기여야 한다. 그 이유를 의심하지 않을 신뢰 관계도 요구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직장의 비전을 직원이 공유하여야 한다. 아니, 그걸 넘어서 직장의 비전이 직원의 직업적 소명과 공통분모를 갖고 공명음을 내야 한다.

과거 치대생이나 수련의로 있을 때 이런 대접은 받아본 기억은 아무리 더듬어 봐도 없다. 아마 전적으로 내 자신이 우수한 직원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개원의로서 내 직원들에게 어떤 판을 깔아줄 것인가는 순전히 나의 몫이다. 문제는 그런 판을 깔아준 기억이 아무리 더듬어 봐도 없다는 것인데, 그 또한 내 자신이 우수한 원장은 아니었기 때문일게다.

정확한 출처는 아무도 모르면서 생텍쥐페리가 했다고 인용되어지는 명언으로 글을 마친다.

‘배를 만들고자 하면, 목재를 모으고 판자를 자르고 업무를 분담하는 것에서 시작할게 아니라 그 내면에 끝없이 광활한 바다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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