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6:52 (금)
[조정훈 원장의  원장실 경영학] 한국의료의 위험한 선택 (상)
상태바
[조정훈 원장의  원장실 경영학] 한국의료의 위험한 선택 (상)
  • 조정훈 원장
  • 승인 2023.06.22 0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든 사업은 미래를 바라보고 시작한다. 50년대 자동차 수리점으로 사업을 시작한 정주영 회장은 자동차가 개인용품이 될 것을 바라보고 현대자동차를 세우게 되고, 미국의 3차 산업혁명을 바라본 이건희 회장은 논과 밭으로 채워진 경기도 화성에 삼성반도체 공장으로 만들었다. 미래를 올바르게 바라본 사람은 성공하고 그렇지 못하는 경우에는 실패를 하게 된다.

기업이면 개인이 파산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국가 정책은 모든 국민이 피해자가 될 수 있어 천천히 연구와 토론으로 신중한 결정을 했으면 좋겠다.

건강보험 탄생 50년을 바라보는 오늘, 의사가 부족하므로 어린 환자는 구급차에서 안타까운 사망을 하고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의대 신설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한의대는 의대로 대입 정원을 양보하며 대입 수험생들은 N 수를 각오하고 ‘의치한’으로 몰리는 비정상을 경험하고 있다.

2005년 노무현 대통령 정부에서 의전원과 치전원을 탄생시키려 할 때, 일부 의사들은 지방 공공의료 담당하던 공중보건의의 부족으로 지방 의료 공백을 주장하며 반대하였다. 그러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의료계에 모여 더 좋은 발전을 할 거라는 '기대와 희망'이 넘쳐 일부 소수의견은 무시되며 엄청난 정부 보조금을 사용하여 의전원과 치전원 제도는 진행되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기대했던 노벨 의학상이나 의료 신기술은 보이지 않고 대도시의 의료기관 사이의 경쟁은 의료광고만큼 심해졌고 지방 의료원에서는 의사를 하지 못해 수억 원을 주고 모신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MZ 세대의 의사들은 일반 현역 18개월에 비해 너무나도 길고 긴 37개월 공중보건의 생활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 시간 동안 일반 현역병들의 군 복무 기간은 정치권의 요구로 계속 줄고 있었으나 공중보건의 제도는 1979년부터 2023년까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이다<표 1>.

정부가 설계하고 ‘단일 강제 보험’으로 시작한 건강보험은 사회 의료보험 체계를 만들고 있다. 이는 의료 서비스의 가격과 진료행위를 모두 규제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 서비스 공급자인 의료계로부터 의료비를 청구받고 이를 심사하며 의료비와 진료 행위를 통제하고 있다. 소비자인 국민에게는 보험료 납부에 대해 강제성을 보이고 보험 급여를 제공한다.

보험 급여란 진찰, 검사, 약제, 재료 지급, 처치, 수술, 예방, 재활, 입원, 간호, 이송을 포함한 의료 행위의 대부분을 포함한다. 그리고 의료 공급자와 소비자는 실질적인 의료 서비스 제공과 전체 진료비의 10~50%에 해당하는 본인 부담금을 주고받고 있다. 2018년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민간 병원은 89% 공공 병원은 11%로 공공 병원이 매우 부족하다.

OECD 평균 공공병원의 비중은 51.7%로 우리의 4배가 넘는 비중을 보인다. 즉 건강보험이라는 제도를 통하여 민간병원에서 공공병원의 영역까지 고맙게도 해결해 주었던 것이다. 얼마 전 전 국민을 위기로 몰았던 ‘코로나 사태’에서 보여준 민간 병원들의 활약은 다른 나라에서 보기 어려운 활동이었다.

원래 방역은 공공 의료의 중요한 부분이고 이를 해결하지 못하여 수조 원의 국가 예산이 지출되었다. 따라서 현 건강보험제도를 두고 의료인의 공급만 늘린다는 것은 의료 서비스의 구조를 훼손하여 정부와 국민 그리고 의료계 모두 큰 손실과 원치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건강보험제도의 변화 없이 의료인의 숫자만 늘리면 발생하는 문제점은 일본의 치과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4년에 출간된 사이토 마사토가 쓴 “이 치과의사가 위험하다”는<그림 1> 과잉 진료가 횡행하고 무능한 치과의사가 넘치는 일본 치과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의료 소비자인 환자는 좋은 의사와 좋은 병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다.

일본의 치과의사는 생존을 위하여 한 명의 환자에게 하루 1건의 진료만 진행하여 내원 횟수를 늘리거나 7만 엔까지 낮아진 임플란트 시술은 저가 중국산을 사용하고 심지어 다른 환자에게서 실패한 임플란트 픽스처를 소독하여 다른 환자에게 식립한 사례까지 발생하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경영난으로 야반도주를 하는 치과의사들도 있다고 했다. 

메구로 클리닉의 이마에다 세이지 원장이 쓴 “현역 치과의사의 경종-이런 치과에 가면 안 된다<그림 2>”. “치과의사는 오늘도 하고 싶은 대로-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한 소중한 이야기<그림 3>” 등 현역 치과의사의 안타까운 경고와 주의는 상상 이상의 내용들을 담고 있다.

원인은 일본의 건강보험도 우리나라와 같이 진료비의 10~30%만 본인이 부담하는 제도이고 환자는 자유롭게 병원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치과의사의 공급과 관리에 실패하여 여러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생각된다. 2018년 기준 일본의 치과 병의원의 숫자는 6만 9,000여 곳이고 한국은 1만 7,900여 곳으로 3.8배 많다. 인구수로 비교하면 일본이 1억 2,000만 명이고 한국이 5,100만 명으로 2.3배 차이로 보면 1.6배 많은 치과가 있는 것이다. 당시 일본의 편의점이 5만 5,000여 곳으로 치과 병의원 숫자보다 적다. 치과가 이렇게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1960년대 7곳에 불과한 치과대학이 “충치 대국에서 벗어나자”라는 슬로건과 함께 29곳으로 증가하였고 1,100여 명의 치과대학 정원도 3,500명으로 증가하였다. 물론 급증하는 치과의사 숫자를 줄이기 위하여 일본 정부는 치과의사 국가 고시 합격률을 60%까지 낮추어 공급을 줄이려 하였으나 기존 치과의사의 고령화에 따른 폐업률마저 줄어 전체 활동 치과의사의 숫자는 증가하였다고 한다. 일본의 치과의사들이 여기까지 몰린 이유는 3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1) 구강 질환 환자의 감소와 치과 의료시장의 축소: 노인도 구강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
2) 치과의사의 증가로 인한 치열한 경쟁
3) 치과 의료 현실에 맞지 않은 낮은 보험 수가


“환자 입장에서는 지난밤의 고통 때문에 치과의 에어 터빈의 두려운 소리를 참고 유닛 체어에 눕는 순간부터 환자와 의사의 싸움이 시작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싸움에 유리한 쪽은 치과의사가 된다. 정보와 진실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자는 일식집의 생선처럼 생선회가 되기도 하고 매운탕이 되기도 한다. 즉 치과의사의 결심에 따라 진료를 받게 된다. 그러다 원장이 야반도주라도 하면..."

아직은 양심적인 치과의사들이 많이 있어 환자의 행복을 보람으로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순간 책을 사거나 인터넷으로 좋은 의사를 찾아다녀야 할지 모른다. 문제는 이미 늦어 돌아갈 수 없을 때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기술 트렌드
신기술 신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