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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훈 원장의 원장실 경영학] 한국 의료의 위험한 선택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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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훈 원장의 원장실 경영학] 한국 의료의 위험한 선택 [하]
  • 조정훈 원장
  • 승인 2023.07.06 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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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의 사냥꾼들이 있었다. 이산 저산 다니다가 5미터가 넘는 거대한 호랑이와 마주치고 말았다. 10명 모두 뛰어 도망가기 시작한다. 이때 사냥꾼은 얼마나 뛰어야 할까? 호랑이보다 더 멀리 뛰어야 하나? 아니면 10번째 사냥꾼보다 앞에 있기만 하면 될까?

경영학에서 자주 나오는 문제로 ‘배트나 (BATNA: 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를 물어보는 것이다. BATNA는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 취할 수 있는 최상의 대안으로 호랑이 문제의 정답은 9번째로 도망가면 되는 것이다.

의료체계는 민간 의료기관과 공공 의료기관의 비중과 역할에 따라 구분된다.
지금처럼 저렴한 의료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정치인들의 선심성 공약으로 없던 의료 수요까지 만들어간다면 건강보험의 지출은 더욱더 증가할 것이다.
결국 우리는 두 가지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다.


첫째, 필요한 건강보험 지출만큼 건강보험료를 올린다. 그리고 공공형 의료제도로 변화를 시작한다.

건강보험료 인상은 직원들의 건강보험료 50%를 납부하는 기업과 자영업자에게 강제적인 노무비 인상이 된다. 특히 개인 사업자에게 건강보험료 미납은 통장 압류와 파산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즉 의료비 지출 증가로 가계와 기업의 입장에서는 소득수준을 낮추는 결과를 만들 것이다. 이러한 대다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하여 혼합형 의료제도를 공공형 의료제도로 변화하려 할 것이다.

영국의 의료시스템은 세금을 제원으로 국가가 주도하는 공공형 의료제도이다. 따라서 의료기관 대부분은 국가가 소유하고 국가가 책임을 지는 제도가 된다. 영국 이외에 노르웨이, 덴마크 등이 해당한다.

공공형 의료제도를 시작하기 위해 모든 의료기관은 국가가 개설하거나 기존 민간 병원을 인수하여 공공 병원의 비중을 늘리고 공공의대를 만들어 공직 의사를 많이 배출하려 할 것이다. 일시적으로 공공의료의 비중을 늘리기 위해 국가는 공공의료기관에 유리한 장점을 의도적으로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건강보험의 지출을 줄이기 위해 급여항목을 필수 의료에 집중한다. 그리고 민간형 의료체계로 변화를 시작한다.

의료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업종이다. 한국은행 ‘2000년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제조업 27.4% 의료업 48.7%로 거의 2배가 된다. 그리고 2003년 전경련의 발표에 따르면 제조업의 취업유발 계수가 4.9명이고 의료업이 16.3명으로 3배 이상이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저성장이 장기화하고 결과적으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반복이 된다면 미래의 정부는 차세대 국가 성장 동력으로 의료업을 산업화시키려 할 것이다. 이는 젊은이의 취업난과 세수 확보 그리고 의료산업의 국제화를 통한 고부가가치 산업 발전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건강보험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그리고 응급의학과로 보장성을 강화하여 국민의 삶과 생애를 국가가 책임지고 그 외 과목은 민간 의료기관과 민간 보험의 영역으로 분리할 것이다. 효율적이고 빠른 기간 내 지방 의료 문제와 과목별 의사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민간 대형병원은 우수한 의사와 고가의 의료장비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병상당 의사수를 늘려 의료 서비스의 수준을 높이는 기회로 삼고 동남아시아와 극동아시아 지역의 의료 허브가 되도록 노력한다.

대형병원이 1차와 2차 의료기관과 경쟁하지 못하도록 규제하여 응급실을 찾다가 어린 학생이 사망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3시간 대기, 1분 진료’는 대학병원이 1차 의료기관과 경쟁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민간 중형병원은 전문 병원으로 특성화시키고 고령화에 맞추어 응급의학과 설치를 지원하여야 한다. 현재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중형병원들은 경영난으로 파산하고 있다. 

특히 대형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2차 병원의 역할과 지원을 법적으로 보장한다. 지역 일자리 창출과 국민들의 의료 서비스 편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3차 병원과 2차 병원의 이용에 본인 부담금은 더 많이 차별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간 개인 의원은 건강보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의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집단이 되고 있다. 개인 원장의 노력이나 실력과 상관없이 전국의 모든 의원은 같은 진료 수가를 적용받는다. 따라서 ‘행위별수가제(Fee for Service)’는 여러 문제가 많이 있다.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는 1977년 박정희 대통령 정부에서 건강보험제도를 실시하려 할 때 시작된 것이다. 개인 의원 원장들에게 건강보험 요양기관의 가입 여부를 묻기에는 의료기관 수가 적어 지역에 따라 건강보험제도에 들어오지 못하는 지역 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영등포에 내과가 10개가 있다면 3개가 건강보험 요양기관이 되고 7개는 비 요양기관이 되면 되었으나 울릉도에 내과가 1개라면 이곳 원장이 요양기관 지정을 거부 시 건강보험 적용 불가 지역이 되기 때문에 법적으로 강제 지정을 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요양기관의 숫자가 정부와 보험공단의 관리와 지불 능력보다 많다. 따라서 비효율적인 공공 의료시스템의 약점도 보인다. 따라서 건강보험료의 낭비를 없애기 위해 의료비 지급 방식은 미국의 메디케어(Medicare)와 같이 포괄수가제(Diagnosis Related Group)의 확대가 예상된다. 그리고 요양기관 강제 지정제도 요양기관 계약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나 둘째 모두 낯설고 어려운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피한다고 그럴 일 없다고 마음 놓고 다닐 때, 의료 서비스의 보험 사업자(정부)와 의료 소비자(국민, 시민단체)에게서는 여러 연구와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 사람들이 사랑니 발치와 스케일링만 해도 중국보다 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지금이 ‘의료업의 Shift 시기’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건강보험제도’를 다시 건강하게 만드는 배트나(BATNA)를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만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석유도 다이아몬드도 나오지 않는다. 변화를 예측하고 준비해야 생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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