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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Ⅱ] 유전자 검사의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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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Ⅱ] 유전자 검사의 명과 암
  • 박하영 기자
  • 승인 2019.03.08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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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뉴 패러다임 치과 특징 살린 ‘타액검사’ 질환 원인 분석 및 대안 제시

질병 예방, 맞춤형 의료서비스 제공
의료서비스 상품화, 타액 채취 후 변질 우려

2007 국민건강통계를 분석한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뇌졸중을 경험한 사람의 치주질환 유병률은 49.3%로, 뇌졸중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 37.6% 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한 심혈관계 질환 경험자의 치주질환 유병률은 60%로, 심혈관계 질환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보다 약 23% 높았다. 이와 같이 심혈관 질환과 구강질환은 상당히 많은 위험요인을 공유하고 있다.

새로운 비침습형 진단법 주목
‘DTC 유전자검사’는 간단하게 가글이나 면봉을 이용해 타액이나 입안의 점막세포를 채취하는 방식으로, 의료계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검사 중 하나다. 일부 대학병원과 개원가에서는 타액 검사를 통해 치주질환을 발생시키는 구강 내 세균 수를 분석하고 있다.

최근 정부의 ‘DTC유전자 검사’ 시범사업으로 유전자 검사 시장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치과에서 치아 홈메우기, 불소도포, 신경 치료, 임플란트 시술, 발치 등이 아닌 타액 검사를 한다는 것에 생소한 국민들이 대부분.

타액은 대부분 물로 구성되지만 전해질과 질소생성물과 같은 무기물과 아미노산, 단백질, 지질 등의 유기물을 포함하며, 타액의 유기물은 주로 혈장에서 확산을 통해 들어오므로 혈액의 농도를 반영한다. 즉 타액의 유기물을 매개로 구강암과 치주염 등 국소적인 질환뿐 아니라 췌장암, 심장병, 당뇨병 등 전신질환 진단까지 가능하다.

타액 속 유전정보를 이용한 진단기술은 비침습형 진단법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7년 발표된 타액을 이용한 진단기술 개발 동향 연구에 따르면 유전자 분석과 바이오센서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극히 적은 농도로도 여러 형태의 바이오마커(단백질, 유전자, 미생물)를 검출할 수 있고, 현재 암과 관련된 마커들이 종종 타액에서 관찰되고 있다.

타액 검사에 관심을 갖고 있는 나성식(나전치과) 원장은 “타액검사를 통해 구강 내 세균 수, ph농도뿐 아니라 에이즈 감염, 기초적인 전신질환과 연결된 데이터가 검출된다”면서 “구강암, 췌장암에 대한 유전인자 분석 또한 타액을 채취해 빅데이터를 만들고, 역학조사를 통해 특정 유전인자를 알아낸다면 좀 더 명확하게 질병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나아가 예방진료까지 확산할 수 있는 간접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료서비스의 ‘상품화’ 우려
일각에서는 ‘예방’을 내걸고 의료서비스마저 상품화시키는 보험사의 동향을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찮다. 지난 2017년에는 치주질환 예방 서비스를 개발한 한 업체가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협진 병원을 모집하고 나선 사례가 있다. 해당 업체는 과거와 달리 특정 협진 병원만 찾는 게 아닌 ‘치아보험 고객들의 내원으로 신환 증가’, ‘신규 수익원 창출 기회’ 등을 내세워 개원가를 공략했다.

하지만 타액 검사는 채취 과정에 따른 변이로 타액을 통해 질병 위험을 평가하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2011년 발표된 ‘타액 진단학’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타액 채취는 표준화된 방법에 따라 일정하게 시행돼야 한다. 타액에 포함된 분석물이 대체적으로 혈액보다 양이 적기 때문에 타액 채취 과정에 따른 변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나 원장은 “타액 검사는 구강질환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전신질환 위험요소까지 분석할 수 있지만 타액 채취물, 즉 시료 자체가 변질되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소변으로 임신여부를 판단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타액검사에서 “왜 이런 균들이 생겼는지,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는지 등 앞으로 질환이 생기지 않도록 원인 규명과 그에 상응하는 치료계획이 동반돼야 한다”고 전했다.

타액은 가장 얻기 쉬운 검체로 각종 유전정보를 통해 질병을 진단할 수 있지만 채취 방법과 정확한 질병 분석, 검사 이후 치료계획 수립과정에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

치과계 중추 역할 해야
DTC유전자검사의 보편화를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예방진료가 자리 잡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가 직접 유전자검사를 통해 질병을 예방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질병 예방에 충분히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라 적절한 대처방안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타액과 가장 근접한 치과는 타액 검출과 이에 따른 분석, 치료계획 수립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의료기관으로서 향후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타액 검사에서 분석 결과를 토대로 치과와 의과의 협진을 통해 치료가 이뤄지는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이후 국민들에게 치과에서도 전신질환과 관련한 검사가 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개인의 비용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치과계가 국민의 구강건강, 더 나아가 전신건강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 않고 새로운 분야로의 도약을 준비하기 위해 않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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