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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특별기고] 연세대학교치과대학 구강악안면외과학교실 차인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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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특별기고] 연세대학교치과대학 구강악안면외과학교실 차인호 교수
  • 차인호 교수
  • 승인 2019.03.0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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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마커 활용해 구강건강 해법 찾자

구강은 소화기계의 관문으로써 외부환경과 인체를 연결해주는 시작점이며, 우리 인체에서 가장 부드럽고 민감한 조직인 구강점막과 가장 강한 조직인 치아의 에나멜 조직이 만나는 접점이다. 그리고 이런 최강과 최약의 조직이 함께 공존할 수 있게 완충해주는 타액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위턱과 아래턱에 있는 치아는 맞물려야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악의 치아가 없으면 별로 쓸모가 없는 존재가 되기도 하며 맞물리는 상태가 미세하게 달라져도 금세 이를 인지할 정도로 민감하다. 

턱관절은 머리뼈에 매달려 있는 구조로 양쪽이 동시에 움직이는 독특한 관절구조를 가지면서 쉬지 않고 일하는 구조물 중의 하나이다. 

혀는 사랑 표현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혀가 제대로 운동을 하지 못한다면 음식을 삼키는 것이 불가능해 살아가기가 무척 힘들고, 초고령사회가 되면 연하작용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하게 될 것이다. 

구강주위의 침샘들은 하루에 1~1.5리터의 침을 분비해 구강청결을 유지하면서 구강 내 미생물을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도 침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침 분비 촉진을 위한 여러 방법들이 기술돼 있고, 침을 함부로 밖으로 뱉지 말고 삼키는 것이 생기를 돋우는 데 중요하다고 했다. 

그동안 우리는 구강건강과 전실질환의 관계에서 치과에 치료를 받으러 갔다가 다른 질환을 발견하게 되는 케이스에 관심을 가져왔다. 입안의 증상을 보고 백혈병이나 다른 혈액질환이 의심돼 혈액검사를 진행, 생각하지도 않던 백혈병을 진단받거나, 생식기와 눈, 구강 등의 신체 여러 부위에 염증증상을 발현시키는 베체트병의 증상이 구강에서 먼저 발현돼 조기에 진단받는 경우 등.

현재 연구되고 있는 구강조직과 타액의 진단적 가치를 살펴보면, 구강 내 탈락 상피세포나 타액을 이용해 구강암을 진단하고, 생체 표지자(Biomarkers)를 이용해 구강전암병소에서 구강암으로 진행할 병소들을 미리 찾아서 치료하려는 많은 시도들이 있다. 그럼에도 타액이 다른 전신질환의 진단에서 혈액에 비해 아직까지 많이 활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혈액에 있는 많은 생체지표들이 타액에는 없거나 아주 미량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량으로 존재하는 지표들을 증폭시키는 기술이 발달되면서 문제가 점차 해결되고 있지만 타액은 아직도 표준화(Standardization), 재현성(Reproducibility) 면에서 기준이 설정되지 못했고, 민감도(Sensitivity) 및 특이도(Specificity) 측면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어, 혈액채취보다 비침습적임에도 불구하고 실용화 및 보편화가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세기 초, 구강세균 감염을 전신질환의 원인으로 보는 이론이 등장해 관련 연구가 진행됐으며, 최근에는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는 기여인자로 작용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들이 많이 나왔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구강 내에서 가장 호발하는 치주염과 전신질환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면서 종종 신문에서 치주염환자는 심장병, 당뇨, 골다공증에 걸릴 가능성이 몇 배 높다는 결과들을 가끔 접하게 되지만, 그 이유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 구강미생물 외에도 아주 적은 수이면서 아직까지 그 작용기전을 거의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구강미생물과 이들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대변 미생물 이식(Fa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FMT)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건강한 공여자에게서 확보한 대변을 처리해 동결 건조 또는 캡슐의 형태로 투여하는 것으로,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Clostridium Difficile 감염(CDI), 궤양성 대장염 및 과민성 대장 증후군 환자에게 적용해 좋은 효과를 얻고 있다는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Salivary Microbiome과 연관해 새로운 연구를 시도하는 발판되고 있다. 

현재 구강 내 세균총들과 치주염의 관계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의미 있는 결과들도 나오고 있지만, 향후에는 대변 미생물 이식과 같은 개념으로 구강 건강이 좋은 사람들의 타액을 채취하고 가공해 구강 건강이 좋지 못한 사람들에게 투여, 구강 내 세균총을 건강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면 충치, 구내염 및 치주염과 같은 구강 세균총과 관계가 있는 구강질환의 새로운 치료법으로 발전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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