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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탈MBA] 제갈량과 주유의 현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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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탈MBA] 제갈량과 주유의 현의 대화
  • 박종석 코치
  • 승인 2021.01.27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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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석 코치의 ‘성장하는 병원의 비밀’

영화 ‘적벽대전’에 매우 인상 깊은 장면이 나온다. 주유와 제갈량이 고대 중국의 현악기인 칠현금을 연주하는 장면으로 그들은 약 2분 30여 초의 시간 동안 대화 한 마디 없이 서로의 뜻을 묻고 생각을 나눈다. 

제갈량은 조조의 100만 대군에 맞서 유비와 손권 연합군을 이끌어내기 위해 동오의 명장인 주유를 찾아 칠현금을 연주한다. 제갈량과 주유는 연주를 통해 서로의 됨됨이를 알아차리고 자신의 뜻과 생각을 현에 실어 대화를 나눈다. 

그들이 연주하는 공간에는 오직 현의 선율만 존재한다. 제갈량은 장중하면서 처연한 음색으로 동맹을 맺기를 청했고, 주유는 강하면서 빠른 연주로 동맹을 허락하고 장수로서 자신감을 현에 실어 보낸다. 그들은 대화 한 마디 없이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상대의 뜻을 헤아린다. 그들은 연주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울림으로 공감을 나누며 현으로 마음을 표현했다. 그들은 최고의 대화를 나누는 소통의 달인들이다.

영화 장면과는 달리 현실 세계에서의 소통은 수많은 대화 속에서 길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신의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상대의 의도조차 가늠하기 힘들다. 대화를 하지만 정작 남는 것은 오해와 선입견으로 똘똘 뭉친 결과뿐이다.

우리는 ‘뜻이 서로 통해 오해가 없음’을 의미하는 소통(疏通)이라는 말을 일상에서 자주 사용한다. 자주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쓰임이 많다는 것이고 사회적 교류를 하는 인간에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소통의 의미를 비추어 봤을 때 과연 제대로 소통을 하고 있는 것인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같은 내용의 대화를 나눴지만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전혀 다른 결과물을 내는 것은 각자의 입장이라는 전제가 있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나의 이야기를 말하고 전달하려는 과정에서 얻는 필연적인 결과일지도 모른다. 즉 귀는 닫고 입만 열어 상대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나의 주장만 하고 있는 형국이다. 소통은 말 그대로 막힘 없이 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귀를 열어야 한다.

그러나 귀를 여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귀를 열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때 나의 에고(ego)는 끊임없이 귓속말로 내게 말을 건다. 우리는 쉽게 에고의 귓속말에 대답을 한다. 어느 순간 듣는 척을 하면서 에고와의 대화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많다. 분명히 상대가 있는 대화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존재는 사라지고 나만 남게 된다. 

제갈량과 주유가 최고의 대화를 나눌 수 있던 것은 에고를 내려 놓고 상대의 의도와 뜻을 이해하기 위해 귀를 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속해 있는 조직 안에도 숨어 있는 제갈량과 주유가 있을 것이다. 그들을 발견하면 그들의 대화법을 유심히 관찰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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