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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결국엔 파업으로 치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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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결국엔 파업으로 치닫나
  • 김정교 기자
  • 승인 2012.11.08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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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정심 수가결정 유보에 투쟁방식 의견수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의사결정 구조가 불합리하다며 탈퇴를 선언한 대한의사협회가 결국 대정부 투쟁이라는 카드를 뽑아 들었다.

의협은 건정심이 지난달 25일 의원급 요양기관에 대한 수가조정안 발표를 유보하자 26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더 이상 정부의 횡포에 인내할 수 없다”며 “국민건강 보호와 올바른 의료제도를 만들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강력히 투쟁할 것”을 선언했다.

의협이 건정심을 탈퇴하면서 노환규 집행부의 ‘강력 투쟁’이 예상돼 왔으며, 이번 수가협상이 어떻게든 의협에 명분을 줄 것으로 전망돼 왔다. 대선을 한 달 여 남겨놓은 시점에 결국 투쟁을 선언한 의협이 원하는 바를 쟁취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의협 건정심 탈퇴 왜?
의협이 건정심 탈퇴를 공식 선언한 것은 지난 5월 24일. 이날 건정심 제 13차 회의에서 의협 대표로 참석한 유승모 보험이사와 윤용선 보험·의무 전문위원이 ‘회의 참여 거부’를 밝히고 회의장을 나와 버린 것 (본지 인터넷판 5월 24일자 ‘의협, 건정심 탈퇴 선언’ 기사 참조).

의협이 밝힌 탈퇴 이유는 ‘공정하지 못한 건정심 의사결정 구조 때문’이다.

건정심은 의료소비자와 공급자, 공익단체가 8명씩 총 24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당사자 협의를 거쳐 사안을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중립을 지켜야 할 공익단체 8인 중에 의료비를 적게 쓰고자 하는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보험자 측 인사들이 포함돼 있어 의료서비스 비용의 문제는 항상 16:8의 불공정한 구조 속에서 결정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계는 특히 “위원 가운데 의사를 대표하는 위원은 공급자 8인 중 3인에 불과해 표결이 이뤄질 경우 전문가단체의 의견은 묵살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면서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건정심은 본래의 취지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정부가 전문가 단체의 목소리를 합법적으로 묵살하는 도구로 사용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월 개최된 제4차 건정심 회의에는 공익대표로 참석한 6인 중 복지부 공무원 1명, 건보공단 1명, 심평원 1명, 보사연 1명, 기재부 1명 등 복지부 소속이거나 복지부와 이해관계를 함께 하는 인물들로 채워졌다고 의협 측은 설명했다.

의협은 “노사가 1:1의 동수로 협의구조를 갖춘 노동위원회와 같이 의사·약사·치과의사·한의사 등 각 단체와 정부가 1:1의 협의체를 갖춰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건정심의 구성이 바뀔 때까지 탈퇴한다”고 밝혀왔다.

건정심, 의원급 수가결정 유보
이런 가운데 건정심은 지난달 25일 2013년도 유형별 수가협상 결과와 보장성 강화 방안에 대해 심의 의결하면서 의원급 수가인상률 결정을 유보했다.

의원급 수가결정 파트너인 의협이 건정심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가인상률을 결정하기보다는 의협의 참여를 유도해 합의 하에 수가인상률을 결정하겠다는 포석이다.

사실 이해 당사자가 없는 상태에서 정부와 보험자, 그리고 다른 공급자 단체 관계자들만 모여 의원급의 수가를 결정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을 건정심이 지게 되는 것은 자명하다.

건정심은 이런 책임을 피해나가기 위해 수가 인상을 유보하고, 의협이 건정심에 복귀해 수가 논의를 재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시한은 오는 연말까지다.

‘파업’ 포함 모든 수단 논의 중
그러나 의협은 이번 건정심의 수가조정안 발표 유보 결정을 ‘꼼수’로 규정하고, 파업까지 포함하는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의협은 수가결정 유보 다음날인 2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수가결정 연기 꼼수는 수가협상이 정부 주도의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과 건정심이 정부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송형곤 의협 대변인은 대정부 투쟁 방식과 관련해 “파업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며 “전 회원 투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지역과 직역이 역할을 나누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의협은 1일부터 6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투쟁방식에 대한 전 회원 의견수렴을 실시했다. 이어 7일 저녁 8시 현재 전국의료계대표자연석회의를 열어 수렴된 의사들의 의견을 확인하고 투쟁방식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의협의 투쟁 목표는 ‘건정심의 구조 개혁’에 있다”고 강조한 송 대변인은 “불합리한 의료제도의 근간이 저수가 체제에 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건정심 구조가 공급자 가입자 1:1 동수로 구성돼야 한다. 이는 KDI, 감사원, 다수의 국회의원도 지적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정부의 횡포에 대해 오랜 기간 의사들은 인내하면서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의협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올바른 의료제도를 만들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강력히 투쟁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히고 의사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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