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02 08:08 (목)
수가협상 걸림돌 ‘성분명 처방’
상태바
수가협상 걸림돌 ‘성분명 처방’
  • 김정교 기자
  • 승인 2012.10.25 10: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단 “수용 시 2.4%+α” 제시… 의협 “수용 절대 불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대한의사협회와의 건강보험 수가협상 과정에서 ‘성분명 처방’을 부대조건으로 내걸어 협상이 결렬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단은 수가협상 대상자들에게 부대조건을 제시하고 부대조건을 수용하는 대상자에게 수가인상률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협상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 의협과 날을 세워온 공단이 의협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부대조건을 제시한 뒤 협상을 결렬시키는 수순을 밟았다는 것. 이에 따라 보험자와 의원급 의료공급자 사이에 또 한 번 칼바람이 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제한적 성분명 처방도 거부
공단은 수가협상 과정에서 2.4% 인상안과 함께 부대조건으로 △성분명 처방과 △총액계약제 △차등수가제 등을 제시했으며, 성분명 처방을 마지막까지 들고 갔다.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해 기본적인 인상분을 2.4%로 하되 부대조건을 수용할 경우 더 인상할 수도 있다고 제안한 것.

공단은 그러나 총액계약제와 차등수가제는 현실적으로 당장 시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먼저 거둬들였다. 이어 성분명 처방도 한발 물러선 ‘제한적 성분명 처방’으로 제시했으나 의협 측의 격렬한 반대에 따라 결국 무산됐다. 이와 함께 공단과 의협의 수가협상도 결렬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로 넘겨졌다.

지금까지 통상적으로 공단과의 수가협상에서 합의되지 않고 건정심으로 넘겨질 경우 수가 인상률은 공단이 제시한 선을 넘지 않거나 오히려 삭감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병협의 경우도 지난해 건정심으로 넘겨져 1.4%라는 초유의 인상률에 그친 바 있다. 의협은 사실상 적정 수준의 수가인상을 포기하면서까지 제한적 성분명 처방을 거부한 것이다.

제한적 성분명 처방이란 성분명 처방의 전면시행이 아닌 특정한 약들에 한해서만 성분명 처방을 하도록 허용하도록 하자는 것. 공단은 제한적 성분명 처방을 현실화하기 위해 성분명 처방이 가능한 구체적인 의약품 리스트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개협 “기본 파기하는 발상” 맹비난
이번 수가협상 과정에서 공단에 의해 제시된 ‘성분명 처방’과 ‘대체조제 활성화’에 대해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의약분업의 기본원칙을 파기하겠다는 발상”이라며 공단을 맹렬히 비난했다.

김일중 대개협 회장은 21일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추계 학술세미나에서 “성분명 처방을 강행할 경우 의약분업 반대 총궐기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김 회장은 개회사에서 “2000년 의약분업 초기에는 건강보험 재정 13조원 가운데 1만9000여 개원가에서 35.6%를 가져갔으나 2011년에는 46조원 가운데 2만9000여 개원가가 (가져간 것이) 21.6%에 불과하다”며 “11년 동안 1만 곳의 개원가가 불어났지만 건보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년에 1%씩 감소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개원가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회장은 이번 수가협상 결렬과 관련 “부대조건을 앞세운 공단 요구에 협상단이 결코 동의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내년 수가협상부터는 전체 의료계를 대변해야 하는 의협이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전면에 나서도록 하지 않고 (의협)상임이사회를 비롯한 정식 의결과정을 거쳐 대개협 차원에서 협상팀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협 3.6% 인상 건정심에 요구
한편, 의협은 23일 발표한 ‘건정심, 공정성·객관성 기해 수가 조정해야’ 성명을 통해 “여러 가지 불리한 조건과 상황에서도 진정성과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했지만, 건보공단은 터무니없이 낮은 수치와 총액계약제·성분명 처방제도 등 부적절한 부대조건을 제시해 도저히 수용할 수 없었다”면서 이번 협상이 “유형별 수가계약의 취지를 상실한 의미 없는 협상”이라고 비난했다.

의협은 특히 “공단이 부대조건으로 제시한 총액계약제는 저수가 상황에서는 계약이 불가능하며, 성분명 처방 역시 국내 여건상 의료계가 동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공단은 이 같은 사정을 잘 알면서도 급작스럽게 부대조건으로 내건 것은 공단이 의협에 ‘협상할 의지가 없다’고 통보한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단은 총액계약제의 경우 총액 산정기준, 총액에서 제외되는 사항, 총액의 관리와 방법, 계약의 특수조건 등 아무것도 확실하게 규명하지 않은 채 제안만 했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협상 결렬에 따른 불이익은 무리한 요구로 결렬의 원인을 제공한 공단에게 주어져야 한다”며 “전체 유형중 가장 낮은 수치와 총액계약제·성분명 처방 등 터무니없는 부대조건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한 의협에 불이익을 준다면 건정심은 공단의 하수인임을 자처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급여비 실질 증가율을 감안해 의원급에 3.6%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며 “만약 건정심이 의협의 의견을 묵살하고 일방적·비민주적으로 의원급 조정률을 결정한다면 ‘의원급 죽이기’로 간주하고 강력한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기술 트렌드
신기술 신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