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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승한 원장의 잇몸이야기] 사랑니 발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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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승한 원장의 잇몸이야기] 사랑니 발치 단상
  • 배승한 원장
  • 승인 2024.04.04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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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주과 전문의 닥터배치과 배승한 원장

 

 

아침에 매일 한 시간씩 병원에 와서 하는 일이 있다. 바로 환자 차트리뷰. 항상 오전, 오후 마지막 타임에는 사랑니 환자들이 예약되어 있다.

사랑니만 하루평균 3~4명씩 발치하는데 한 달에 80명 정도 발치를 하게 된다. 1년이면 약 1,000명이다. 한 번 발치할 때 2개씩 발치하니 대략 1년이면 2,000개의 사랑니를 뽑는다.

이전 인턴, 레지던트, 군의관을 거쳐서 페이 봉직의 시절까지 다 합치면 대략 20,000개 정도의 사랑니를 발치한 것 같다.

필자가 그 많은 사랑니를 뽑으면서 느낀점은 만약 발치기술이 없었던 고대에는 과연 이를 어떻게 뺐을까에 대한 의문이 생겨서 사랑니발치역사에 대해서 한 번 공부하게 되었다.

사랑니의 정식명칭은 제3대구치이다. 대개는 17~22세 무렵에 턱의 가장 안쪽에서 나타나게 되는데 한국에서는 사랑니라고 부르지만 미국과 중국에서는 wisdom teeth(철이 들고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나이)라고 부른다.

대개는 20살가량 되면 성인이 되면서 철이 든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부모가 모르는 치아라고 부르는데 아주 옛날에는 수명이 짧아서 사랑니가 날 때쯤 이미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이름의 유래도 재밌다. 원시시대는 어땠을까?

원시인류는 턱돌이가 많았다. 생식을 먹고 날고기를 먹다 보니 턱이 발달했을 것이다. 넓고 단단한 턱을 가지고 있다 보니 사랑니가 정상적으로 자라서 어금니의 기능을 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당시에는 질긴 음식들이 많았기에 사랑니가 제 역할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불을 사용하게 되면서 부드러운 음식을 먹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따라서 얼굴이 점점 계란형이 되면서 그 변화가 생기게 된다.

얼굴이 계란형이 되고 턱이 작아지다 보니 사랑니가 날 공간이 없게 되어 사랑니가 매복되고 그 부위 잇몸이 붓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사랑니를 빼면 문제가 없지만 매복된 상태로 발치를 못한 경우에는 붓고 염증이 생기게 된다는 점이다.

심해질 경우 염증이 퍼져 고름이 생기고 턱뼈가 녹게 되면서 감염이 되어 죽기도 했다는 점이다. 당시 평균수명이 짧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심지어 옛날에는 마취기술이 없었기에 이를 빼다 쇼크사로 죽기도 하고, 과다출혈로 죽기도 했을 것이다. 이런 문헌들을 보면 참 좋은 시절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사랑니를 가진 사람은 줄어드는 추세이다. 하지만 치과 기술의 발달로 사랑니가 있어도 잘 빼다 보니 이제는 사랑니 빼는 기술은 진화를 역행하는 기술이 되었다.

논문상에서 4개의 사랑니를 다 가진 사람은 60% 정도라고 한다. 사실 진화론에 의하면 사랑니를 가진 사람은 모두 죽어야 하는데 최근에는 사랑니를 다 잘 뽑아주다 보니 인류의 진화가 느려진다고도 한다.

필자도 4개의 사랑니를 가지고 태어나다 보니 진화가 덜(?) 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필자는 4개의 사랑니를 모두 뺐기에 예전 같았으면 아주 고생했을 경우다. 현대의학의 기술에 감사함을 가지면서 오늘도 열심히 사랑니를 발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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