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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A “의사 집단행동 정당” 성명 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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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A “의사 집단행동 정당” 성명 채택
  • 김정교 기자
  • 승인 2012.11.22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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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총회서… 대정부 투쟁하는 한국 의료계에 힘 실어줄까

의료 전문가 집단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다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의료계가 19일부터 주 40시간 근무로 대정부 투쟁을 시작했다.

이에 앞서 세계의사회(WMA)가 최근 “정부의 불합리한 정책으로 환자들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건강을 위협받는다면 이를 바로잡기 위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정당하다”며 의사 파업의 윤리적 정당성을 인정하는 성명을 채택해 주목된다.

지금까지 의사들의 파업이나 집단행동은 윤리적 의무가 강조되는 직업 특성으로 인해 광범위한 지지를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 그러나 WMA는 불합리한 의료제도를 개선한다는 전제 하에서의 의사 파업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다.

▲ WMA가 의사들의 단체행동을 인정하는 성명을 채택했다(사진은 의협이 지난 9월 13일 의료악법 개선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는 모습).
‘의료제도 개선 위한 행동’ 전제돼야
WMA는 지난달 태국 방콕 총회에서 채택한 ‘의사의 집단행동에 있어 윤리적 측면에 관한 세계의사회 성명(WMA Statement on the Ethical Implications of Collective Action by Physicians’에서 의사가 환자 치료의 의무뿐만 아니라 환자 건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보건의료 환경개선을 위해 노력할 의무도 있으므로 의료제도 개선을 위해 집단행동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성명은 “최근 근무 환경이 열악한 국가 의사들의 단체행동이 점차 보편화 돼가고 있다”며 “의사들은 환자의 치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진료환경의 직간접적인 개선을 위한 항의 행위를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성명은 나아가 “의사들은 개별 환자에 대한 의무뿐만 아니라, 의료의 접근성과 질을 충족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에 대한 책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해 의사가 환자 진료라는 기본 책무 외에 의료제도의 개선을 위한 사회적 책임도 져야 한다는 점을 천명했다.

WMA는 아울러 의사가 의료전문가임과 동시에 의료기관 혹은 국가에 종속된 ‘피고용인’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이 둘 사이의 갈등과 그로 인한 단체행동의 윤리적·도덕적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단체행동 가이드라인도 제시
WMA는 특히 세계 각국 의사회가 단체행동 시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먼저 △단체행동에 참여하는 의사들은 환자에 대한 윤리적·전문가적 의무로부터 면제되지 않음을 명시하고 △각국 의사회는 단체 행동 등에 의사협회가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의사 개인이 자신의 윤리적 의무를 인식하고 준수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체행동의 수위에 대해서도 △가능하다면 비폭력적 시위나 로비·홍보·캠페인·협상·조정 등을 통해 개선을 요구하고 △파업 과정에서 기초·응급 의료서비스가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보장함으로써 공공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한 △일반 국민에게 현재 이뤄지고 있는 갈등상황과 의사들의 요구사항을 알려주고 △환자들에게도 이와 관련된 최신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사들의 단체행동으로 인해 수반되는 보건의료상의 제약사항을 국민이 알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독·일 강력 지지로 채택
WMA의 이번 성명은 이스라엘 의사회가 먼저 제안하고 한국과 미국, 독일, 일본 등이 강력히 지지해 채택됐다. 노르웨이와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의료윤리나 법령에 위반된다며 반대 입장을 유지했다.

신동천 대한의사협회 국제협력실행위원장(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은 “전 세계적으로 의사 권리에 대한 위협 요소를 개선하기 위한 파업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들의 단체행동이 윤리적으로 정당할 수 있다는 입장을 WMA 차원에서 밝혔다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 의료계는 7월부터 확대 시행된 포괄수가제와 응급실 전문의 당직제 및 액자법을 비롯한 각종 의료관련 제도들이 의료공급자 당사자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하며 시행되고 있다며 반발해 왔다. 결국 노환규 의협회장은 12일부터 단식에 들어가 의료계의 투쟁 결의를 이끌어냈으며, 19일부터 주40시간 진료 등 준법투쟁을 펼치면서 투쟁 수위를 점진적으로 높여갈 계획이다.

의협 관계자는 “세계의사회의 성명은 한국 의사들을 비롯한 세계 의사들의 단체행동에 대해 국제사회가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어서 앞으로 의협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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