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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소비자 권리 어떻게 확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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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소비자 권리 어떻게 확보하나
  • 김정교 기자
  • 승인 2012.11.1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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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세미나… 의료 공급자 권리 보장도 고려돼야

의료계 수장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개선 등 의료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을 요구하며 12일부터 무기한 단식투쟁에 들어간 가운데 소비자 단체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료소비자 권리확보를 위한 의료정책 개선방안’ 세미나를 열어 주목을 끌고 있다.

심평원은 지난 1일 건강세상네트워크와 녹색소비자연대, (사)소비자시민모임, (사)한국소비생활연구원,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의료소비자 권익 보호 및 상생적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데 이어 13일에는 양재동 엘타워 6층 그레이스홀에서 관련 세미나를 개최했다. MOU 체결과 관련, 의료계 일각에서는 “정부쪽이 감당해야 할 의료문제에 대한 논의를 환자 등 의료소비자로 하여금 대신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배선희 심평원 홍보부장은 “의료소비자의 권익을 객관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소비자 단체와 MOU를 맺은 것”이라며 “이번 세미나 주제의 하나인 ‘의료소비자 권익보호 방안에 대한 소비자 의식조사’도 소비자 단체에서 실시한 것이기에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을 짚어 본다.

‘환자 권리법’ 제정 제안
오숙영 소시모 운영위원은 ‘의료 소비자 의식조사’ 결과 의료소비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권리의 항목은 △진료비 확인이 45.3%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병원평가(24.4%) △비급여 확인(18.2%) △의약품 안심서비스(12.0%)의 순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진료비와 관련, 부당한 의료비를 지불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20.4%에 이르고 이들이 부당하다고 생각한 내용에는 △과도한 MRI, CT 촬영과 △2인실 장기입원 △무조건적인 비급여 처방 권유 등 메디컬 항목 외에 △치과에서 아픈 이 외에 엑스레이 촬영 등 불필요한 검사 실시 등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조사결과와 관련, 소비자단체는 의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건강보험 보장률을 80%대로 향상시키고 △하위 50%에게 적용되는 본인부담 상한을 100만원으로 낮추며 △틀니, 치석제거, 산전초음파, 소아선천성질활 등에 대한 건강보험 확대적용을 제안했다.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고문은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대한 국민들의 만족도는 63.9%에 불과하므로 환자 및 일반시민의 요구가 제대로 반응할 수 있는 구조로 보건의료체계나 정책이 변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변화를 위한 정책과제로 △보장성 OECD 평균(72%) 이상으로 확대 △의료기관 및 의료인에 대한 질 평가확대 및 공표 △환자안전법 제정 등 환자 안전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 △보건의료자원 배분·급여우선순위 설정에 환자 및 시민참여 법제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조 고문은 특히 “환자권리를 총체적으로 정의하고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독립법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환자권리법 제정’을 정책과제로 제안했다.

공급자 권리 보장은
의료계는 환자권리 보호라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법리적 실효성에 대한 검토와 공급자의 권리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이재호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이미 의료법과 보건의료기본법·건강검진기본법 등 각종 의료관련 법률에 환자의 권리가 상세히 적시된 만큼 추가 법 제정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의료소비자 권리에 대한 목소리는 높지만 의료인의 권리에 대해서는 소홀한 것 같다”고 지적하고 “의료법의 진료거부 금지 규정으로 인해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의료인이 주폭에 폭행을 당하고 진료권을 위협받고 있다. 의료인의 진료권도 함께 지킬 수 있는 방안이 고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또 의료기관과 의료인에 대한 평가를 확대하고 공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환자 알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공개하는 진료정보를 늘릴수록 역으로 정보가 외부에 유출되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이는 의료인의 방어 진료로 이어질 수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석완 대한병원협회 사무총장도 “과도한 정보공개는 공급자의 손발을 묶을 수 있다”고 우려했으며, 환자권리법 제정에 대해서도 “공급자와 함께 충분히 논의하고 결정할 일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치과 진료 특수성 고려 강조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마경화 대한치과의사협회 부회장이 토론자로 참석해 치과계의 의견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마 부회장은 “적정한 진료비와 환자에 대한 정보제공, 지역과 연령별 맞춤형 정보제공에도 동의한다”고 전제한 뒤 정부의 홍보가 특정 정책에만 치중되고 있음을 비판하면서 “지난 7월부터 노인틀니 보험급여가 시작됐지만 관련 홍보부족에 실망했다. 생활밀착형 제도변화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료 평가와 관련해서도 “환자 개개인의 상태가 달라 검사와 진료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건전한 공급자와 소비자의 관계가 형성되도록 심평원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특히 치과진료의 특성을 언급하면서 “인접치아와 주위 조직의 연관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고 각각의 유형 특성이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받았다.

이밖에도 이날 세미나에는 환자단체 대표와 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이 패널로 참가해 각각의 주장을 펼쳤다. 이날 세미나 한 번으로 심평원이 기대하는 ‘객관성 확보’가 완결되진 않겠으나 앞으로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주목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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