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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기관 당연지정은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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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기관 당연지정은 위헌?
  • 김정교 기자
  • 승인 2012.10.19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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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개설 90일 이내 의료기관으로 소송제기

“요양기관은 정당한 이유 없이 요양급여를 거부하지 못한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42조 5항의 규정이다. 42조 1, 2, 4항에서는 의료법과 약사법 등 관련법에 따라 요양기관을 정하고 있으며, 대개의 의료기관이 요양기관의 범위에 포함되고 있다.

이 42조에 의해 건강보험 요양기관은 당연지정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치과도 ‘당연히’ 건보 요양기관으로 지정되고 있다. 이러한 요양기관 당연지정제가 의사의 진료권 및 환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제도이므로 위헌이라는 주장이 다시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당연지정제도가 뭐길래?
건강보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는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의료기관 등이 해당 의료기관의 의사와 관계없이 무조건 건강보험 요양급여를 행하는 기관이 되도록 지정하는 제도로 일종의 강제지정제이다. 당연지정제와 강제지정제는 모두 의료기관이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국가에 의해 강제로 요양기관으로 지정된다는 점에서 같다.

의료계에서 바라보는 당연지정제도의 문제점은 크게 5가지 정도로 정리된다.

먼저 이 제도는 △모든 의료기관을 요양기관으로 강제 지정하면서 공공의료기관으로 편입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상 의료기관의 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현행 의료법상 의사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건강보험법으로 인해 근본적인 제한이 가해지고 있다는 것.

또한 △질병의 치료방법에 대한 개인의 선호 및 기호가 무시된 채 건강보험이 허용하는 범위 내의 보편적 진료서비스만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국민의 진료 선택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면서도 △건강보험제도에 참여하는 모든 당사자들이 이해하고 만족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의료기관의 자발적인 참여가 아닌 국가시책에 따라 법적 강제에 의해 지정·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기관에게 요양기관 당연지정을 강제함과 동시에 요양급여를 거부할 수 없도록 강제하고 있음에도 정작 진료(요양급여) 도중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책임은 요양기관에게만 부담시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해외서는 자유의사로 결정
이 같은 문제로 인해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당연지정제 방식을 취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토대로 요양기관 편입관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회보험을 채택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의료기관이 사회보험상의 의료공급자로서 기능하기 위해서 일정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의료기관의 신청 또는 동의에 근거해 국가와의 자율적 계약 내지 협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고, 우리나라와 같이 획일적 당연지정제도를 채택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

예를 들어 독일과 프랑스의 요양기관 선정방식은 보험의 편입계약제이고, 일본은 요양기관의 자율적 신청에 의해, 그리고 미국의 경우 의료인 자유계약으로 이뤄지고 있다(별표 참조).

위헌소송 가급적 빨리 추진
대한의사협회는 현행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에 대한 위헌소송을 청구하기 위해 지난 9월 19일 ‘개설한지 90일 이내의 의료기관의 장’을 대상으로 청구인 모집에 들어갔다. 이어 약 한달 뒤인 지난 17일 상임이사회를 열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위헌소송을 진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의협 송형곤 대변인은 “현재 청구인은 1~2개 의료기관이지만 더 모을 필요는 없다. 청구인이 몇 명이든 소송을 시작하는 데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에 정해진 청구인의 자격이 ‘개설한지 90일 이내의 의료기관의 장’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빨리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소송을 빨리 진행할 것임을 강조했다.

사실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에 대한 위헌소송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2년 10월 합헌 판결(헌법재판소 2002.10.31. 선고 99헌바76)이 내려져 의협으로서는 한 번 졌던 사안이다.

그러나 당시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도 △진료과목별?행위별 수가간 불균형 시정 △의료의 질적 수준의 다양함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 △신의료기술의 신속한 반영체계 획기적 개선 등 단서 조건을 제시하며 정부의 개선을 권고했었다.

결국 이번 위헌소송은 헌법재판소의 개선 권고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아무런 개선의 노력이나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아 이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는 헌재 판결 당시와는 여러모로 의료환경이 많이 변해 있어 다시 한 번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에 대한 위헌 여부를 다투어 볼 필요성도 있다. 2라운드에 들어선 요양기관 당연지정제가 어떻게 결론지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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