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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없는 구인난 해결 ‘언 발에 오줌 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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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없는 구인난 해결 ‘언 발에 오줌 누기’
  • 정동훈기자
  • 승인 2016.11.1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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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은 치과계 구인난 … 정부 고민과 지원 절실

치과계의 ‘구인난’은 지금이나 10년 전이나 똑같다. 전국 대학에 개설된 치위생(학)과는 이미 80여 개를 훌쩍 넘어선 지 오래.

한 해 배출되는 치과위생사만 해도 5천여 명이다. 전국 치과 수가 1만6천여 개라고 하면 단순 셈을 하더라도 30%의 치과가 한 명의 치과위생사를 고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신규면허자 수 대비 치과로 유입되는 인력은 2천여 명에 불과하며, 치과위생사 전용 구인구직 사이트와 카페 및 블로그에서는 ‘치과 중 최고 대우’를 내걸고 치과위생사를 구한다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온다.

2016년 2/4분기 현재 치과의원에 근무하는 치과위생사 수는 2만7487명, 간호조무사는 1만8219명이다.

전체 치과위생사 7만1280명의 절반도 못 미치는 치과위생사만이 개원가에서 근무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뒤에는 개원가에서 필요로 하는 치과위생사가 7만5천 명에서 10만 명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대로라면 개원가의 걱정은 10년이 지나도 지금과 똑같을 수밖에 없다. 

개원가의 구인난에 대해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최남섭, 이하 치협)나 대한치과위생사협회(회장 문경숙, 이하 치위협) 등 관련 단체도 손 놓고 지켜본 것만은 아니다.

지난 10일에도 치협은 유휴 인력이 발생하게 된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개원가의 인력난과 취업난에 대해 고민하기 위해 세미나를 개최했다. 해당 세미나에는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 간호조무사 등 치과계 종사 인력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 주무관도 자리를 함께 했다.

현재 치협은 개원가의 구인난 해결을 위해 유휴인력 교육과 치과 행정을 담당할 일반인 교육, 시간선택제 일자리 제도 도입 등을 실시하고 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제도는 4~6시간만 일하면서 전일제 노동자와 임금에서나 복리후생 면에서 차별 없이 일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치과의 특성상 여성 구직자가 원하는 시간대와 치과가 필요로 하는 시간대가 맞지 않거나 기존 직원과의 갈등이 발생해 취업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치협 강정훈 치무이사는 “치과는 진료 연속성이 중요하지만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파트타임으로 일해야 하므로 치과와 구직자 사이 시간대가 맞지 않거나, 맞는다해도 직원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단점이 분명 있으나 개원의의 수고를 덜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어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강남의 큰 네트워크 치과가 해주는 요건만큼 동네치과에서 복리후생 수준을 현실적으로 맞춰줄 수 없는 현실에서 치협이 정부의 지원을 이용하면서 개원가 구인난을 조금이라도 해결하기 위해 제시한 카드인 셈이다.

현재 개원의가 시간선택제 신규창출 지원을 신청하면 임금의 50%를 월 80만 원 한도로 1년 지원을 받고, 간접 노무비 월 10만 원을 추가 지원 받을 수 있다. 

내년부터는 월 60만 원으로 지원금이 축소되고, 간접노무비도 폐지될 예정이어서 시간선택제를 원하는 개원의라면 올해가 지나기 전에 신청해야 조금이라도 혜택을 더 받을 수 있다. 

노사발전재단에 따르면 현재 722개의 치과가 시간선택제 지원제도를 이용하고 있으며, 1450명의 치과계 종사인력이 시간선택제를 이용해 취업하고 있다.



치협은 시간선택제 외에도 구인난 해결을 위해 우송대학교와 함께 치과경영과를 신설하고, 여성가족부와 함께 치과행정사 과정을 개설해 진료보조를 제외한 단순 치과 행정 등은 일반인이 담당하자는 카드도 내놨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한위생사협회나 간호조무사협회는 부정적이다.

최종현(대한간호조무사협회) 기획이사는 “현재도 직종 간 갈등이 있는데 치과행정사 직종이 들어선다면 갈등만 더욱 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치협과 치위협 모두 구인난 해결을 위해 신규인력 보다는 기존 면허자의 치과계 재유입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치위협은 기혼여성의 경력단절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낮은 급여와 개원가의 7년 이상의 고년차 인력의 기피 현상을 꼽고 있다.

대한치과위생사협회 김은재 법제이사는 “육아와 가사 비용보다 취업할 때 순이익이 발생해야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며 “남편이 아내에게 ‘나가서 얼마나 번다고, 그냥 집에서 애나 봐’라고 말하면 뭐라 말할 수 없는 것이 치과계뿐만이 아닌 한국 사회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구인난 속 구직난도 문제다. 치과위생사 인력이 부족하지만 구인을 원하는 치과는 대부분 1~7년차 치과위생사 구인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상의 경력자들은 면접 기회조차 얻기 힘들다.

기존 직원들이 자신보다 높은 연차의 직원들과 일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도 그 이유다. 

김성남(서울특별시치과의사회) 치무이사는 “소규모 치과일수록 소통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며 “소통을 통해 직업의식을 높이고 치과를 운영하는 공동체로서 자존감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분명한 것은 결혼과 임신 육아로 직장 경력이 단절된 누군가의 아내와 엄마들을 개원가에 부르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없는 치과계만의 노력으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구강건강을 위해 노력한 동네치과와 임신과 출산, 육아 등을 통해 저출산 문제 해소에 사회적으로 기여한 경력단절자들을 위해 정부가 앞장서지 않는다면 10년이 지난 후에도 치과계는 똑같은 걱정거리를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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