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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원장의 오늘] 키위, 너무나 큰 단 하나의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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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원장의 오늘] 키위, 너무나 큰 단 하나의 알
  • 이수형 원장
  • 승인 2015.04.09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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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를 상징하는 새, 키위는 타조, 모아 새와 같이 날지못하는 새, 주금류에 속한다. 키위는 날개는 다 퇴화돼버려 손가락 마디만큼만 남아 풍성한 깃털 속에 묻혀 있고 크기는 커봐야 통통한 암탉만한 새다. 사람을 피하기보다는 오히려 모르는 사람을 마을까지 따라갈만큼 순진한 구석이 있기도 하다. 인류가 이주하기 전까지는 뉴질랜드에는 박쥐를 제외하고는 포유류가 없었다. 날지도 못하고 땅에 사는 키위에게 별다른 천적이 없었다는 소리다. 이후 외래종 유입으로 인한 멸종 위기로 전국가적인 보호와 관심을 받고 있지만 개체수가 잘 늘지 않고 있다.

키위의 알은 굉장히 크다. 무게로는 어미새의 4분의 1에 달한다. 어미새의 크기를 감안하면 지구상 모든 새 중에서 가장 알이 크다. 그러다보니 키위는 한번에 1개의 알을 낳는다. 그래도 알을 낳다가 어미새가 죽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개체수가 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이다. 닭이 6배 큰 달걀을 낳는 정도이고 사람으로 치면 다 큰 4살짜리 애를 낳는 정도라고 한다. 알을 낳기 이삼일 전부터는 위장이 밀려서 어미새는 뭘 먹지도 못한다고.

이런 기이할 정도로 큰 알의 존재 의의를 설명하기 위해 여러 학자들이 고민해왔다. 키위의 알은 크기도 크지만 내용물도 실하다. 새끼새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노른자도 큰 편이다. 갓 부화한 새끼 새가 알에서 깨자마자 바로 눈을 뜨고 걸어다닐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래서 키위가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알의 크기를 키우는 쪽으로 진화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이런 시각과 정 반대의 이론을 제시했다. 아주 먼 옛날의 키위는 제 사촌들인 타조와 모아처럼 키가 1~2미터는 넘었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큰 몸에 걸맞는 큰 알을 낳던 키위의 조상이 점차 외부 환경의 변화로 몸집의 크기는 작게 변화하였다. 반면 알의 크기는 몸집의 변화속도에 맞추지 않고 상대적으로 큰 알로 남게 되었다는 가설이다.

실은 이 글을 구상할 당시의 의도는 바로 굴드의 이 가설을 소개하려는 것이었다. 개원환경은 악화되고 매년 입시를 치르는 학생의 수는 감소하는데 치대의 정원은 그대로인 현 상황이 키위의 버겁도록 큰 알과 다르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은 끊임없이 발전한다. 최근 고생물학에서는 유전학적인 분석으로 과거의 이론이 뒤집어지고 풀리지 않던 의문이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키위도 예외는 아니다.

2014년 5월 사이언스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키위는 지금은 멸종한 마다가스카르의 코끼리새와 가장 가까운 친척이라고 한다. 16세기까지만 해도 남아있었던 코끼리새는 키는 3미터에 몸무게는 4~500kg는 족히 나갔던 가장 큰 새였다. DNA 분석을 통한 가장 최신의 진화론적인 해석은 몸이 작고 날개가 아직 남아있던 공통 조상이 각각 다른 지역에 자리잡아 크기와 형태를 달리하며 분화해서 코끼리새와 키위로 갈라졌다고 본다. 하나는 커졌고 키위는 계속 작은 상태였던 것뿐이다.

깨어진 굴드의 가설을 수습하기 위해 키위의 알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을 소개하고자 한다. 어미새의 체중과 알의 무게를 통계적으로 분석해보면, 키위나 타조가 속한 주금류가 다른 조류들보다 어미새의 체중에 비해 알이 무거운 것이 공통적인 특징이다. 다만 알 1개의 무게를 어미의 체중과 비교하면 통계적 상관성이 떨어진다. 반면에 어미가 한번에 낳는 알들을 다 합친 무게를 어미의 체중과 비교하면 주금류 내에서 통계적 유의성이 확인된다. 결국 타조와 에뮤는 10개, 20개씩 적당히 무거운 알을 여러 개 낳아 분산시키는 반면에 키위는 오로지 단 1개의 극도로 크고 무거운 알을 낳는 셈이다. 오호라. 조금 돌아왔지만 이제는 결론에 도달했다.

치과가 단일과목으로 매년 800명이라는 숫자가 버거운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키위가 몸으로 말하고 있다. 소모적인 전문의 논쟁을 넘어서 치의를 세분화할 수 있는 협진 의료시스템을 구축한다든가, 졸업 후 개원의로 당연스레 이어지는 진로가 다양화된다든가, 이도저도 아니면 연륜있는 베테랑 치의들이 중동으로 진출하여 국위선양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물론 좀 더 쉽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알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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