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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회장선거 ‘직선제’로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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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회장선거 ‘직선제’로 회귀
  • 김정교 기자
  • 승인 2012.05.03 2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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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민주화 되려나

▲ 의협은 지난 29일 총회에서 회장선거제를 선거인단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회귀시켰다.
2001년 대의원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뀌었던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제도가 2009년 간선제로 변경됐다가 지난 달 29일 열린 제64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다시 직선제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오는 2015년 진행되는 제 38대 의협 회장 선거는 전체 의사회원이 참여하는 직선제로 치러지게 됐다.

의협회장 선거제도는 2001년 회원 직선제로 변경된 후 신상진 김재정 장동익 주수호 경만호 회장 등 5명의 회장을 배출했다. 반면 대의원을 포함하는 회장 선거인단제는 2009년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채택된 이후 지난 3월 25일 37대 회장에 노환규 전국의사총연합 대표를 선출한 뒤 역사 뒤로 물러나게 됐다. 회장 선거제도를 비롯해 이번 의협 총회에서 다뤄진 주요 내용을 살펴본다.

2/3 겨우 맞춰 직선제 통과
의협은 지난달 29일 서울 신도림동 소재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호텔에서 제 64차 정기대의원총회를 열고 의협회장 선거방식에 대한 표결을 실시, 참석 대의원 163명 중 109명이 지지한 직선 선거제를 채택했다.

의협의 정관개정은 전체 대의원 242명 중 2/3 이상의 재석과 재석 대의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이뤄진다. 이날 재석 대의원은 163명이므로 의결 정족수는 109명 이상(66.9%)이 되며, 직선제 안은 의결 정족수를 딱 맞춰 통과됐다. 단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거나 기권하더라도 부결될 뻔했던 셈이다. 지난 2009년 총회에서는 재석 대의원 162명 중 128명(79%)이 간선제를 지지했었다.

선거제도 변경을 위한 찬반 의견도 극명하게 갈렸다.
간선제에 찬성하는 경북의 한 대의원은 “과거 직선제에서 고작 11%의 지지율로 의협회장이 선출되는 등 대표성에 문제가 노출됐다”고 지적하고 “간선제를 불과 한 번 시행하고 바꾸는 것 보다 이를 보완해 합리적인 방향으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직선제에 찬성하는 인천의 한 대의원은 “간선제의 문제점은 모두가 느끼고 있을 것이다. 모든 회원에게 회장을 뽑을 수 있는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의협 대의원들이 직선제를 선택한 것은 간선제 선거제도가 너무 복잡하고 불편했기 때문이다. 선거인단을 뽑은 뒤 다시 회장 선거를 치러야 하는 이중의 과정도 불필요하게 느껴졌지만 기표소 투표를 위해 전국의 선거인단이 한 자리에 모여야 하는 불편함도 직선제 회귀로의 요구를 증가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선거 과정의 불편함보다 더 큰 원인으로 변화와 개혁을 원하는 의사들의 열망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노환규 전의총 대표의 의협회장 당선으로 일반 의사들이 소원하는 바가 극명하게 표출된 상황에서 대의원들이 더 이상 간선제 등 자신들의 주장만 고집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 의협 총회에서 한 대의원이 질의를 진행하고 있다.
보수‧진보세력 이해 모두 충족
반면 이번 직선제 선택은 의료계 내의 보수와 진보세력의 이해를 모두 충족시킨 것으로도 분석된다.
노환규 회장을 비롯한 전의총과 전공의, 공보의 등 상대적으로 젊고 진보적인 세력은 간선제 전환 당시부터 직선제 환원을 주장해 왔으므로 이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의원회의 주류인 보수세력이 간선제를 포기한 것은 명분이나 실익에서 건질 게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는 지난 3‧25 회장선거를 간선제로 치르면서 일부이긴 하지만 특정세력이 선거인단을 선점할 수 있음을 보여준 데서 비롯된다. 이로써 간선제를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잃게 된 셈이기 때문이다.

이번 총회에서 직선제가 선택됨에 따라 다음 선거 전에 투표 방법이 결정돼야 한다. 현재 거론되는 방법은 우편 투표와 우편+기표소 투표 병행, 그리고 인터넷 투표 등이다.

총괄예산 384억 원안 승인
이날 대의원총회는 오전 본회의에 이어 오후에 사안별로 4개 분과위원회로 나뉘어 진행된 후 다시 본회의를 여는 방식으로 전개됐다. 사업계획 및 예산결산 심의분과위원회는 집행부가 상정한 2012년도 총괄 예산안 384억 8,100만원을 원안대로 의결, 본회의에 상정해 승인받았다.

올해 총괄예산안은 지난해 343억200만원에 비해 41억 7,900만원이 늘어난 규모다. 이 가운데 전국의사대회 등 의협 고유사업에 대한 예산은 지난해 보다 6억 3,087만원 증액된 130억 3,327만원으로 확정됐다.

또한 경기도의사회가 상정한 ‘협회경영정상화와 회무효율제고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안’은 토의 끝에 부결시켰다. 그러나 2011년 회계결산에 대한 감사를 ‘의협 감사 특별위원회’가 다시 실시토록 의결(재석 122명 중 85명 찬성, 69.7%)함으로써 회계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아울러 내년 제65차 정기 대의원총회에서는 예산결산소위원회를 구성해 분과위원회에 앞서 결산안과 예산안을 사전 심의하기로 했다.

총회는 또 집행부가 상정한 의협 중앙윤리위원회 구성안을 부결시키고, 새로운 구성안을 제 37대 집행부가 마련해 차기 대의원총회에서 추인 받도록 했다.

윤리위 구성을 신임 집행부에 넘기는 안건과 관련, 대의원들 사이에서 격론이 일자 노환규 당선인은 대의원회에 윤리위 구성을 위임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표결에 부쳐진 윤리위 구성안은 재석 대의원 124명 중 과반수(57.3%) 찬성으로 신임 의협 집행부가 맡게 됐다.

이날 총회는 만성질환관리제 중단, 진료수가 현실화, 총액계약제 추진 중단 등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하고 일정을 끝냈다. 노환규 의협 회장 당선인은 이날 “여러분의 판단이 아닌, 회원들의 판단에 따라 의사결정을 해주기 바란다. 그게 변화의 시작이고, 희망이다. 회원들의 행복과 국민 건강이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당부는 이날 참석한 대의원에게만 해당되지는 않을 것이다. 총회는 끝났지만 채택된 결의문과 사업계획을 추진하는 것은 이제 시작이기 때문이다. 의료계의 ‘Change’가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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