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6:52 (금)
메디컬 거부 아이템 ‘선택의원제’
상태바
메디컬 거부 아이템 ‘선택의원제’
  • 김정교 기자
  • 승인 2012.04.20 10: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정·환 갈등 촉발…해결책은?

의사들 사이에서 ‘선택의원제’로 불리며 거부 아이템이 되어 온 ‘만성질환관리제’가 지난 1일 전면 시행됐다. 복지부는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 등 만성질환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한다. 환자가 동네의원에서 지속적으로 진료를 받으면 다음 진료부터 해당 질병의 진찰료가 경감되는 혜택도 주어진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협을 비롯한 의사단체는 이 제도 또한 ‘의사 죽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환규 의협 회장 당선자는 최근 열린 시도의사회장 연석회의에서 이 제도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환자 단체에서는 의사의 집단이기주의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정부… 만성질환 관리 위해 도입
선택의원제가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수년이 지났으나 지난해 10월 26일 개최된 제18차 건강정책심의위원회에서 구체화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재진이상 환자에게 의사가 지속적 질환관리의 필요성을 설명한 뒤 환자의 의사를 확인해 자격을 부여하고 △환자에게는 금전적 인센티브로 진찰료 본인부담금 30%를 20%로 경감토록 했다.

또 △질환 교육정보와 필수검사 실시시기 등 양질의 건강정보를 제공해 건강지원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고 △제도 참여환자에 대해 보건소 만성질환관리사업과 연계해 질환교육 등을 지원하며 △1차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 제고를 통해 환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지속 시행키로 했다.

제도에 참여한 환자가 본인부담 경감을 받을 경우 진찰료가 9210원이라면 평소 2760원을 내던 환자는 1840원만 내면 된다. 복지부는 진찰료 경감 등을 위한 소요재정을 약 350억원 내외로 추계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가 예산까지 들이면서 만성질환자를 관리하려는 것은 이들 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국민건강을 위한 재원을 감소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국민건강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라며 “이밖에 어떤 저의나 다른 의도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의사… 보건소에 환자 뺏길 판
그러나 의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노환규 의협회장 당선자는 8일 전국 16개 시도의사회장과 긴급회의를 열고 “선택의원제의 요소가 여전히 남아있는 만성질환관리제도에 의료계가 동참할 이유가 없다”고 천명했다.

의사들은 지금까지 정부와 의료계가 수차례 협의를 거치면서 선택의원제의 독소조항을 많이 제거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환자의 선택과 의원의 등록절차가 잔존하고 △환자의 개인정보 누출 위험과 보건소의 개입 여지가 있으며 △질 평가를 통한 일차 의료기관에 대한 통제 등 의료계가 우려하는 요소들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특히 보건소가 1차 의료기관으로부터 환자의 정보를 제공받아 만성질환관리 서비스를 제공토록 한다는 시스템에 대해 강한 의혹을 갖고 있다. 결국 1차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만성질환자 정보를 알아내 보건소 등 보건기관에서 환자를 관리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의사들은 “민간의료기관과 부당하게 경쟁하고 있는 보건소에서 1차 의료기관의 환자 개인정보를 활용해 만성질환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은 1차 의료기관의 존립 기반 자체를 궤멸시키겠다는 의도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만성질환자에게 경제적 혜택을 주고 1차 의료기관 방문을 유도한다는 순수한 의도만 가지고 있다면, 환자 선택과 등록 절차를 없애고 모든 고혈압·당뇨 환자에게 동일한 진료비 감면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며 의혹을 풀지 못했다.

의사들의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성창현 복지부 1차의료개선팀장은 “보건소는 제도로 인한 혜택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부가적인 건강지원서비스만 제공할 계획”이라며 “복지부는 보건소 기능에서 진료기능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지역보건서비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해 나갈 계획이므로 1차의료기관에서 환자를 빼앗길 우려가 없다”고 설명했다.

환자단체… 극한대립 피해야
이처럼 의료계가 만성질환관리제에 불참을 표명하자 환자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의료계는 만성질환관리제 참여 방해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환단련은 먼저 “만성질환의 체계적 관리에 동참하는 의원과 환자 모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선택의원제 도입을 놓고 정부, 의료계, 시민사회환자단체, 전문가들이 ‘의료기관기능재정립제도개선협의회’를 구성해 지난 1년 동안 함께 논의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의협이나 지역의사회가 정부를 상대로 만성질환관리제 반대 투쟁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하나의 의원을 정해 환자가 체계적인 만성질환 관리를 받고 소액이지만 의료 비도 절약하기 위해 의원을 찾았는데 의사가 그런 환자에게 제도에 참여할 수 없도록 유도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이냐”고 비판했다.

성명은 특히 “실제 의료인들이 제도 참여를 방해하고 있다는 민원이 제기될 경우 연합회 내에 신고센터를 설치해 적극적인 신고를 받아서 대응할 수밖에 없으며 이렇게 되면 민형사상 법적 대응까지 검토될 것”이라면서 “의협과 지역의사회는 의사와 환자가 극한 대립으로 가지 않도록 현명히 대응해 달라”고 주문했다.

어느 분쟁에나 이익을 위한 의견 대립이 있다. 만성질환관리제로 소란스러워진 것은 믿음과 소통의 부재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가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만성질환관리를 강화한다는 진정성을 의사들에게 인정받으려면 의사의 이익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을 담보해야 한다. 의사들이 정부의 그 설명을 믿을 때 다툼은 멈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의사는 자신의 진료 능력을 믿어야 한다. 관급 의료와 경쟁해야 하는 능력이라면, 그 실력으로 어떻게 다른 의원, 다른 병원, 그리고 다른 종합병원 진료시스템과 경쟁할 수 있겠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기술 트렌드
신기술 신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