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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반대 속 ‘의료분쟁조정법’ 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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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반대 속 ‘의료분쟁조정법’ 발효
  • 김정교 기자
  • 승인 2012.04.13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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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공정한 분쟁 해결 가능할까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조정법)’이 8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중재원)도 9일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정부는 이 제도 시행으로 의료분쟁으로 인한 시간적·경제적 부담과 정신적 고통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의협을 비롯한 의사들은 의료분쟁조정절차에 불응할 것을 선언하는 등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제도의 골자와 의료계에서 반대하는 이유, 그리고 해법은 없는지 짚어본다.

 

▲ 김원종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과 신현호 중재원 변호사가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분쟁조정제도 도입 배경
보건복지부는 조정법 발효에 따라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신속·공정하게 구제하고 보건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의료사고로 인한 분쟁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으며, 소송기간 장기화(1심 평균 26.3개월)와 과다한 비용, 전문 지식 부족 등으로 환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김원종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의료소송 제기건수는 2000년 519건에서 2010년 871건으로 증가한데다 처리되지 못하고 해를 넘기는 누적 미해결 건수도 2000년 722건에서 2008년 1,062건으로 늘어나 의료소송이 장기화되고 있다”며 “1심에서만 평균 26.3개월이 걸리는 긴 소송기간으로 환자는 심적인 고통을 받는 동시에 500만원이 넘는 변호사 비용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까지 겪어 왔다”고 분석했다.

임대식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팀장은 “의사 등 의료인의 경우도 경제적 부담뿐만 아니라 환자의 시위와 농성 등으로 진료환경에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복지부는 이 같은 양자의 어려움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조정제도를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의료분쟁조정 절차도

 

진행 절차와 조정대상법 시행 시점인 8일 이후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소정의 수수료 부담으로 의료중재원에 조정 신청을 함으로써 90일(1회 연장 시 최대 120일) 이내에 조정결정·중재판정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수수료는 조정 신청액이 500만원 이하일 경우 2만2,000원부터 1억원 이상의 경우 16만2,000원까지 4단계로 구분되며 이외 추가비용은 없다.

의료분쟁 조정·중재 신청은 환자와 의료인 모두 할 수 있지만 피신청인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야 조정·중재절차가 시작된다.

박연옥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팀장은 “절차가 시작되면 ‘의료사고감정단’이 인과관계 및 과실유무 등에 대한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감정을 실시한다. 감정단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 2명, 법조인 2명(검사 1명), 소비자권익위원 1명 등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이어 “의료분쟁조정위원회가 공정한 심리를 통해 손해배상액 산정 및 조정결정·중재판정을 내린다. 조정부는 법조인 2명(판사 1명), 보건의료인 1명, 소비자권익위원 1명, 대학교수 1명 등으로 구성된다”고 덧붙였다.

의료분쟁 조정신청 대상은 보건의료인이 환자에 대해 실시하는 진단·검사·치료·의약품 처방 및 조제 등 병원과 의원, 한의원, 약국 등 의료기관 종별로 발생하는 모든 의료사고이며,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환자 의료사고에도 적용된다.

의사들은 왜 결사반대 하는가
대한의사협회 산하 16개 시도의사회장은 8일 의협 회관에서 노환규 제 37대 의협회장 당선인과 긴급회의를 열고 의료분쟁조정제도 자체를 거부키로 했다.

노 당선인과 시도의사회장단은 이 제도가 ‘환자와 의사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제도’로 규정, 분쟁조정위원회 참여를 거부하고 조정절차에도 응하지 않기로 했다. 의사가 조정에 동의하지 않으면 조정절차를 시작할 수 없게 된다.

이에 앞서 대한개원의협의회와 20여개의 각과 개원의협의회도 지난달 7일 성명을 통해 이 법의 위헌 요소 개정을 요구하는 한편 향후 의료분쟁조정절차에 불응할 것을 선언했다.

개원의들은 △의료기관 난동 등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조항 명시 △민사소송에 없는 강제출석 현지조사 폐지 △무과실 강제분담금 거부 △배상금 대불금제도 철폐 등을 요구했다.

의사들은 특히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 보상재원을 왜 의사가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지 못하고 있다.

신현호 중재원 변호사는 이에 대해 “보상재원을 마련하면 의사는 안심하고 진료를 할 수 있고 환자는 의료사고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판을 마련할 수 있다.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 재원마련을 위해 분만건당 2,862원이 든다. 전체 분만비 89만원의 0.23%다. 서로 윈윈하기 위해 재원마련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원종 정책관은 “의료분쟁조정을 위해 필요한 한해 예산은 1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정부가 70억원을 부담하고 요양기관이 30억원을 부담한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연간 600만원 정도 부담하지만 의원급은 3~10만원, 약국은 1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며 ‘진료환경 안전판 마련’에 무게를 실었다.

현재 스웨덴이나 뉴질랜드처럼 국가가 국민의료를 전부 책임지는 의료사회주의 시스템을 채택한 나라를 제외하면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재원을 전부 책임지는 국가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또한 중재가 진행되는 동안 어느 쪽에서 중재를 파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중재원의 공신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재원의 결정이 많은 비용을 들이고 시간을 감수해야 하는 의료소송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 의사와 환자들에게 인식되면 중재원을 신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호혜와 양보의 정신으로 의사와 환자 모두가 윈윈하는 제도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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