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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메디컬, Change를 선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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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메디컬, Change를 선택하다
  • 김정교 기자
  • 승인 2012.03.27 1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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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노환규 의협 37대 회장에 당선

▲ 노환규 의협 37대 회장 당선자
2008년 5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후보는 ‘Change’를 선거 구호로 내세워 매케인을 누르고 당선됐다. 그의 ‘Change’는 당시 미국의 암울한 경제 현실과 약화된 세계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미국인의 염원을 성공적으로 반영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변화를 원하는 사람에게 대체로 기득권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현실은 이전보다 크게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오바마의 승리 이후 Change는 변화와 개혁을 원하는 세계 각계의 화두가 됐다.

한국의 의사 사회도 그 화두를 받아들였을까? 지난 25일 치러진 대한의사협회 37대 회장 선거에서 Change를 강조한 노환규(50·연세의대) 후보가 1차 투표에서 승리했다. Change를 내세운 후보가 압도적 표차이로 승리한 것은 한국의 의사 사회가 이미 기득권 집단이 아님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들은 어떤 Change를 원하고 있을까.

의협 회장 선거를 통해 나타난 의료계의 Change 욕구를 들춰본다.

10% 미만 득표자 기탁금 의협 귀속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최종욱)는 25일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서 진행된 의협회장 선거에서 노환규 후보가 총 유효표 1430표 중 839표(58.7%)를 얻어 회장에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선거에는 의협 대의원 224명을 포함해 회원 30인 당 1인으로 직접 선출한 선거인단 1574명 중 1430명이 투표에 참여, 90.9%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투표 결과 1번 나현 후보 221표(15.5%), 2번 최덕종 후보 114표(8.0%), 3번 전기엽 후보 11표(0.8%), 4번 주수호 후보 74표(5.2%), 5번 노환규 후보 839표(58.7%), 6번 윤창겸 후보 171표(12.0%)를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의협 선거관리규정에는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획득한 후보가 없을 경우 1, 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2차 결선투표를 진행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노환규 후보가 6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보임에 따라 결선투표 없이 회장 당선이 확정됐다. 또한 유효투표의 10% 이상을 얻지 못한 최덕종·전기엽·주수호 후보의 선거기탁금 각 3000만원은 의협에 귀속됐다.

애초 의료계에서는 노환규 후보의 약진을 점치기는 했으나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획득할 것이라는 전망은 누구도 하지 못했다. 나현 후보가 현직 서울시의사회장, 윤창겸 후보는 경기도의사회장이라는 프리미엄이 있고, 주수호 후보는 전직 의협회장을 지냈다는 관록이 있는 등 6명의 후보가 서로 내세울만한 ‘꺼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1차 투표에서의 과반수 득표는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현직 프리미엄·관록·학연 안 통해
더구나 이번 선거에서는 의료계 선거의 고질로 여겨지던 학연도 통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나현·주수호·노환규 세 후보가 모두 연세대 출신임에 따라 가톨릭대 출신인 최덕종 후보와 한양대 출신인 윤창겸 후보가 상대적으로 이익을 보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으며, 의사들은 ‘변화’를 내세운 노환규 후보를 선택했다.

노환규 당선자는 의사들이 왜 자신을 선택했는지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 의사들은 의료 현실에 절박함을 느끼고 있다”면서 “저는 의료계의 힘든 현실에 대한 변화 요구를 적극 수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당선자는 “임기는 5월 1일부터 시작되지만 지금부터 당선자 신분으로 정부와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4월 1일부터 시행되는 선택의원제와 7월부터 시행되는 포괄수가제에 대해 원점에서 재협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선택의원제는 노 당선자가 경만호 현 의협회장에게 지난해 12월 계란을 던지게 만든 사안. 그는 “선택의원제는 지난해 9월 9일 의협 산하 35개 단체와 회원들의 대다수가 반대했지만 현 집행부가 찬성한 것”이라며 “포괄수가제 역시 의사회원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므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일정까지 제시한 사안을 막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냐는 지적에 대해 그의 지지자들은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의사들의 불참으로 사문화시키는 방향으로 끌고 가면서 정부와 재협상을 통해 제도의 폐지 혹은 개선을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유관단체는 ‘불편’
반면, 노 당선자의 급진적 성향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은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법정단체인 의협의 회장이라는 자리와 임의단체인 전국의사총연합의 대표라는 자리가 같을 수는 없지 않겠냐”면서도 “회원들이 그의 급진적인 성향에 표를 준 것이라면 당선자 입장에서도 상대와 부드럽게만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앞으로의 협의과정에 우려를 표명했다.

노 당선자가 의협의 정통적인 리더 승계과정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점도 넘어야 할 산으로 보인다. 다른 후보들이 의협 회장이나 부회장, 또는 시도회장 등을 맡으며 회무를 경험한 것과 달리 그는 의협이라는 조직에 대해 ‘아는 바 없음’이기 때문.

그는 차기 집행부 구성과 관련 “전문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면서 “선거캠프와 관계없이 전문성이 있는 인재는 집행부 구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성을 배제하고 전문성을 고려하겠다는 것이지만 실제 현실에서 그의 의지가 얼마나 먹힐 지에도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무상의료 등 복지 포퓰리즘 정책을 막아내고, 의사가 양심에 근거해 진료하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겠다는 약속, 미래를 준비하는 강한 의협을 만들겠다는 약속도 그가 어떻게 지켜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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