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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제 폐지’ 입법예고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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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제 폐지’ 입법예고 못해
  • 김정교 기자
  • 승인 2012.03.26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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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각계 다양한 의견 수렴위한 것” 설명

전공의의 진료 능력을 배양하고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교육하기 위해 1958년 처음 도입된 인턴제도가 54년 만에 없어질 전망이다. 현재의 인턴은 대부분 병원에서 잡무를 담당하고 있는데다 하나의 과에 소속되지 않아 책임 있는 수련이 어렵다는 지적이 10여 년 전부터 제기돼 온 때문이다. 정우진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사무관은 “인턴제를 폐지할 것이라는 원칙 외에는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인턴제 폐지 원칙에 대해 확인했다. 그는 “앞으로 학계와 병원계, 전공의 등의 의견을 다각적으로 수렴해 폐지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의견수렴 중’임을 강조했다. 지금 메디컬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인턴제 폐지 문제를 짚어본다.

인턴제도, 왜 없어져야 하나
인턴제도에 의한 수련기간이 도입 취지와 달리 소모적이라는 의견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인턴으로서 배우는 업무는 1달 정도면 습득할 수 있음에도, 이를 위해 1년을 인턴으로 보내는 것은 교육적으로 불필요하다는 것이 의료현장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의 의견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도 최근 발간한 ‘전문의 제도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선책을 모색했다.

보고서가 지적한 현행 인턴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교육적 목적이 결여돼 있는 단순 잡무가 인턴 업무의 주를 이룬다는 점이다. 그러나 방사선 검사 후 필름을 찾고 판독을 받거나 진단 검사지를 찾는 일, 검사 예약이나 장부 정리 등 인턴이 주로 하던 업무는 이미 상당 부분 전산화됐다.

그럼에도 의사로서 실질적인 현장 교육이 강화되지는 않았다. 환자들의 인식 변화로 인턴이 진료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면서 이전보다 더 진료에 관계없는 잡무를 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는 지난 14일 입법예고 예정이었던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을 각계의 의견 수렴을 위해 잠정적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개정령안의 주요 내용은 현행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인 전공의 수련기간을 2014년부터 레지던트 5년 과정으로 단일화하는 것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전문의 수련 제도 개편을 위해 의학회와 의협, 병협 등과 의견을 교환하면서도 정작 의대생들의 의견 수렴은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연기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잡무는 누가 맡나
전공의 수련제도에서 인턴제가 폐지될 경우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병원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현재 인턴이 맡고 있는 ‘잡무’를 누가 할지가 가장 큰 문제. 전공의들도 인턴제를 없애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지금 인턴이 하는 일이 전공의 1년차에게 그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의대 졸업 후 곧바로 과를 정해 레지던트를 시작하면 응급실이나 다른 과의 분위기를 체득할 수 있는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는 시각도 있다. 보고서는 인턴제 폐지 후에도 이런 순기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진료과와 개인의 필요에 따라 다른 과 파견 수련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과·소아청소년과·가정의학과 등의 1·2년차 교육만으로 일반의 자격을 부여하거나, 전문과 수련기간을 축소한 후 세부전문의 과정을 활성화하자는 의견도 있다.

인턴제 폐지와 맞물려 얘기가 나오고 있는 진료보조인력(PA) 양성화와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30~50%까지 늘리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지만 각계 입장이 첨예한 만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의료계는 인턴제를 폐지하는 대신 NR1(New Resident 1) 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의사국시에 합격한 인턴 지원자들을 레지던트로 전환하고, 기존 레지던트 1년차와 구분해 한시적으로 5년 동안 수련을 받도록 한다는 것.

이와 관련,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협회(KAMC) 정책위원회는 인턴제 폐지에 대비하기 위해 TFT를 구성하고, 회의 및 워크숍 진행예산으로 1000만 원을 책정했다.

TFT는 인턴제 폐지에 따른 의학교육의 현안과 과제에 대해 종합적인 연구조사를 수행하게 된다. 제도 개편안은 대한의학회 연구보고서 등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온 만큼 교육적 측면에서의 과제를 정하고 실행을 추진하게 되는 것이다.

권용진 정책위원회 간사는 “수련기간을 줄이지 않고 5년제로 가냐고 묻는 분들이 많은데, 당장 4년으로 줄일 때 전공의 선발 시 부작용을 고려해 일시적인 대책으로 나온 방안”이고 말했다.

의대생 “우리 의견은 반영 안돼”
정부와 의학계는 인턴제 폐지를 원칙으로 하여 법안을 만드는 등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제도의 대상이 되는 의대생들은 정부정책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지난 17일 의협 동아홀에서 복지부 담당자를 초청해 개최한 수련제도 개편 관련 토론회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학생들은 “인턴제 폐지에 무조건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라 학생 의견을 반영하고 적어도 시행 준비 기간을 4년으로 변경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의료계가 인턴제 폐지라는 큰 그림만 그린 채 밑그림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의 생각이 더 엉키기 전에 “4주마다 다른 과를 경험하는 인턴제가 전공 선택에 큰 도움이 됐다”는 한 전공의의 말을 되새겨볼 만하다. 인턴 제도를 폐지한다고 잡무가 없어지는 등 폐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점진적인 제도 개편도 고려해볼만 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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