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6:52 (금)
[차상권 원장의 BMS] 최윤식과 필립 K. 딕
상태바
[차상권 원장의 BMS] 최윤식과 필립 K. 딕
  • 차상권 원장
  • 승인 2014.04.10 11: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코너는 차상권(고운미소치과) 원장이 오랫동안 해온 취미생활(BOOK, MOVIE, SPORTS)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본 시각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책과 영화, 그리고 스포츠를 통해 세상사를 나누고, 또 빡빡한 일상에서 한숨 돌리는 여유와 간접적인 독서의 효과까지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편집자주>

 

 


누구나 자신에게 또는 이 사회에 앞으로 생겨날 일에 대해 관심을 갖고 궁금해한다. 근본적인 이유는 아마도 ‘불안’ 때문일 것이다.

특히 변화의 진폭과 속도가 점점  커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미래에 대한 염려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기회’와 ‘가능성’을 엿보기 위해 미래상에 관심을 가지곤 한다. 점집을 찾아가 내게 생길 불운과 대운이 어떤 것인지 물어보게 되고,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사주팔자나 오늘의 운세라도 들여다 본다.

알려졌듯이 사회과학의 영역에서 이러한 분야를 다루는 곳이 있다. 바로 미래학(Futurology)이다. 미래학이란 간단히 말해서 과거 또는 현재의 상황을 바탕으로 미래사회의 모습을 예측하고 그 모델을 제공하는 학문이다. 미래학의 단점은 미래상 또는 미래사회를 학문대상으로 삼기에 입증할 수 없다는 점이며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미래학은 현재 가장 주목 받는 영역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미래의 리스크에 대한 예측과 대비의 수요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국가와 기업에서 미래영역을 다루는 연구소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제공하는 전문회사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미래학자로는 현대 정보화사회를 정확히 예측한 ‘제3의 물결’의 저자 앨빈토플러를 대표하는 서양학자들이 주로 알려져있지만 우리나라에도 꽤 알려진 전문 미래학자가 있다. 인천 송도에 세워진 뉴욕주립대 미래기술연구원의 최윤식 원장이다.

최근 출간된 「미래학자의 통찰법」에서 저자는 탁월한 미래예측력은 통찰력(Insight)으로 길러진다고 말한다. 통찰력은 ‘밖’(현상)을 보지 않고 ‘안’(사물, 사건, 상황의 이치 또는 본질)을 꿰뚫어보는 눈이라 설명하며 항상 보이는 면보다 보이지 않는 면(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통찰력은 재능의 산물이 아닌 훈련, 즉 습관과 규칙의 산물이며, 다소 싱거운 조언이지만 읽고, 또 읽고, 그리고 잘 읽으라고 말한다. 앨빈토플러, 존 나이스비트 같은 미래를 읽는 탁월한 통찰력을 가진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이것이다. 지적 성찰이나 능력개발에 대한 글을 읽게 되면 항상 드러나는 이야기, ‘신문’과 ‘독서’의 중요성에 대한 언급이 여기서도 나온다.

그런데 미래를 예측하는 힘을 기르는데 왜 독서가 필요할까? 단순한 정보량의 증대를 의미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세상의 많은 기사나 정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과 ‘견해’로 구분할 수 있다. 사실은 그대로 일어난 일 또는 객관적으로 증명된 진실들이다.

하지만 견해는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말한다.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잘못되거나 편협한 해석, 또는 착시현상, 그릇된 압력이나 정책에 의해 본질에서 멀어지는 의견이 나오게 된다. 오죽하면 그 옛날 윈스턴처칠이 ‘진짜 정보와 가짜 정보의 진위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가 진정한 천재’라고 말했을까?

옳은 견해와 그릇된 견해를 구별하고 핵심과 본질을 알아내기 위해선 ‘올바른 자신의 생각과 관점’을 길러내야 하는데 가장 좋은 수단이 ‘많이 읽기, 그리고 생각하고 글쓰기’라는 다소 허무할 수 있는 저자의 결론이다. 실제로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아서 그렇지 반박하기 어려운 ‘견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미래를 예측하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미래학의 접근방식과는 다르지만 사람의 ‘상상력’으로 바라보는 방법이 있다. 상상력의 산물 중 하나가 영화며 적지 않은 SF(공상과학)영화에서 현실과 근접한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990년작 폴베호벤 감독의 「토탈리콜」, 그리고 2002년 스필버그 감독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예로 들어도 10, 20년 전 미래상을 상상력만으로 보여준 모습이 지금 현실에서 실현된 것을 알 수있다. 토탈리콜에서 보았던 벽걸이 TV, 911테러 이후 논란의 대상이 됐던 전신 투시 검색대, 인공지능 내비게이션 자동차, 가상현실 게임, 개인 우주 여행 등이 현실화 또는 현재 진행형이다.

또한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왔던 멀티 터치형 디스플레이, 개인 맞춤형 디지털 광고, 생체인식소프트웨어, 마이크로 로봇 등이 현실화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영화제작 시점에서 이러한 미래상을 예측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위 두 편의 영화는 모두 필립 K. 딕(1928~1982)이라는 작가의 공상과학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며, 이 소설가는 거의 40여년전 이러한 미래상을 상상력만으로 그려내었다. 불안증, 공황장애, 치료제의 부작용으로 환각에 시달렸던 이 소설가는 그의 내면의 고난을 미래의 모습으로 그려내는 놀라운 직관을 보여줬다.

「메가트랜드」의 저자 존 나이스비트는 이렇게 말했다. “미래는 지금과 비교해서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고. 공교롭게도 영화 메트릭스 3편 레볼루션에도 같은 대사가 나온다.

「메가트랜드」에선 지금의 80~90%는 변하지 않는 것이며, 10~20%정도만이 변한다고 한다. 교육제도가 바뀌어도 학교생활은 부모세대나 자식세대가 엇비슷한 것처럼.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 80~90%와 변하는 것 10~20%가 서로 역동적으로 맞물리면서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미래에 만들어내게 된다.

앞으로의 변화는 무엇인가, 지금 어디에 그 변화의 씨앗이 숨겨져 있는가, 그것을 지금 어떤 방법으로 찾아낼 수 있는가. 앞으로 다가올 시간과 시대를 맞이하며, 이러한 생각들이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여전히 현재에 눈을 크게 뜨고 있는 내 자신이 아쉽기만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기술 트렌드
신기술 신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