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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구인에 대학 이름 신경 써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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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구인에 대학 이름 신경 써야 하나”
  • 정동훈기자
  • 승인 2014.03.2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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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치위생(학)과 신설 … 전문 인력 질 하락으로 이어져 채용 ‘기피’

# K 원장은 올 초 신입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이력서를 받았다. 그런데 몇몇 지원자들의 대학명이 생소해 치과위생사 출신인 인사 실장에게 물어봐도 모르겠다는 답변만 들었다. 치과위생사면허증만 소지해도 입사 요건은 충분했으나 K 원장은 손에 든 이력서를 결국 내려놓고 말았다.

개원가의 보조인력 구인난 시대, 신입 직원 이력서만 들어오는 것만 해도 남들은 ‘복에 겨운 치과’라는 소리를 하는데 K 원장은 왜 대학명만 보고 이력서를 내려놓게 됐을까.

개원가 인력선발 ‘신중’ 

의료기사법 개정에 따른 업무 현실화와 국민의 의식 수준 향상 등을 통해 치과위생사의 역할과 업무가 다양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새로운 치위생과 교육과정의 필요성이 대두대고 있다. 그러나 보조인력 수급 문제와 취업률만 생각한 대학의 무분별한 학과 신설 등이 맞물리면서 개원가가 원하는 직무능력을 갖추지 못한 인력이 배출되고 있어 개원가에서도 인력 선발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치위생(학)과가 설치된 대학은 82곳. 치위생과는 1977년 4개 대학에 개설된 이후 1985년까지는 10개 대학에 불과했으나 1994년부터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해 2001년도에는 25개 대학에 치위생과가 개설됐다.
그러나 2002년부터 치위생(학)과의 신설이 매년 급속히 증가하면서 지난 6년 동안 32개 대학(교)에 치위생(학)과가 신설됐고, 현재 82개 대학(교)에서 치과위생사를 양성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나라 대학의 의료기사를 배출하는 보건계열 학과 중에서 전례가 없는 유일무이한 경우이다. 가장 큰 문제는 폭발적인 학과 증설에 미치지 못하는 부실한 교육여건이다.

학과 증설에 따른 신입생 유인에만 몰두한 채 교육 내실화와 취업률 높이기 등 대학의 근본적인 체질을 바꾸지 않은 채 외형적인 변신만 꾀하는 대학이 급증했기 때문.

교수인력 및 장비 부족 ‘외면’

올해 초 교육부(장관 서남수)가 발표한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하위 15%)과 학자금대출제한대학 및 경영부실대학 평가 결과 치위생(학)과가 설치된 82개 대학 중 13개 대학이 부실대학으로 나타났다. 4년제 대학은 백석대, 서남대, 신라대, 한서대, 호남대이며, 3년제 대학은 고구려대, 광양보건대, 벽성대, 송호대, 영남외국어대, 전북과학대, 포항대, 한영대 등이다.

올해 치위생과를 증설한 한 대학의 학생회는 기존학과의 교수정원 부족, 실습기자재 부족 등 열악한 환경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측이 학과를 증원하는 것에 반발, 학내 제반문제 해결을 요구했으나 묵살당한 바 있다.

특히 치위생실습교육과정은 공중구강보건실습과 치아형태학 실습, 임상 전 단계 실습, 예방치과 실습, 치면 세미 실습, 치과응급처치 실습, 치과방사선 실습, 보험 및 의료관리 실습, 치과재료학 실습, 구강보건교육학 실습, 교외 임상실습 등이 선행돼야 하나 교수인력 부족과 기자재가 부족해 진행하지 못하는 대학도 있다.

A대학 치위생학과 교수는 “최근 대학들의 치위생(학)과 신설이 급증되면서 제대로 된 교수인력이나 장비 등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라며 학생을 뽑아 놓았으면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교교육과 임상현장과의 연계성 부족 등이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수충원 대책 및 교육공간 확보, 실습기자재 확충계획 등 기본적인 계획도 없는 무분별한 학과 증설은 전문 인력의 질을 점점 떨어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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