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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입지 줄테니 네 명의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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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입지 줄테니 네 명의 다오”
  • 이현정기자
  • 승인 2013.10.17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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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병원 유혹 여전히 극성 … 수익배분 등 달콤한 조건 주의해야

“치과병원 자리를 대어 드리겠습니다. 선생님 명의로 장비 리스하고, 치과 개설신고를 하시면 돼요. 닥터론으로 인테리어도 하시고···. 수익은 5:5로 나눠 갖는 것으로 하죠”

경영악화로 치과를 잠시 쉬고 있던 A원장은 모 업자로부터 최근 치과병원 자리를 제공해주는 대신 대표원장을 맡는 조건으로 자신의 명의를 빌려 주고, 인테리어 비용 등을 부담해 개원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A원장은 다시 개원을 하려니 가장 부담이 됐던 건물임대료가 해결되고, 당장은 들어가는 돈이 없는 이 제안에 솔깃해 한동안 고민 해왔다.

치과계가 사무장병원 척결을 위해 전방위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치과의사를 사무장병원의 덫으로 유혹하는 손길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개원입지 고민과 비용을 해결해 주면서 이익을 반반으로 나눌 수 있다는 식의 달콤한 제안이 여전히 판을 치고 있는 것. 덫에 걸린 치과의사는 장비리스나 닥터론을 하더라도 당장 자신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없는데다 ‘벌어서 갚겠다’는 생각으로 일단 빚을 내고 보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경영악화로 마음고생이 심한 중년의 치과의사나 일자리가 마땅치 않아 개원 욕심이 생기는 초년의 치과의사들이 바로 검은 손이 노리는 주요 타깃이다.

개원비용 해결 제안 솔깃
최근에는 지방 소도시에 이 같은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소도시에 규모가 작지 않은 독점급의 병원 신축건물을 지어놓고, 병원을 운영할만한 치과의사에게 접근하는 방식이다.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덥석 계약한 치과의사는 개원 후 막상 환자가 없어 큰 피해를 입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규모가 작지 않다보니 리스와 인테리어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다 5:5의 수익은커녕 빚만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근래는 일부 건설·인테리어 업자들까지 가세해 사무장병원을 부추기고 있다.
인테리어 업자로부터 주변 치과의사를 소개해 달라는 제안을 받은 적 있다는 B치과의사는 “메디컬 몇 개 과와 같이 있는 병원급의 신규 개원을 이야기 하면서 대표원장을 맡을 나이가 지긋한 치과의사를 소개해 달라고 하더라”면서 “소개비로 5천만 원의 대가를 제시했다”고 털어놨다.

먹튀수법 도 지나쳐
심지어 건물주를 꼬드겨 병원을 짓게 한 뒤 이득을 챙겨 잠적하는 사례가 나타나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피해자가 비단 의사뿐만 아니라 일반 건물주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

소도시 건물주에게 “병원을 지으면 무조건 된다. 의사는 내가 구해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해 인테리어 시공 등을 한 후 돈을 받고 사라진 일화도 들릴 정도다.

아예 대놓고 병원 인테리어만 전문으로 하는 개인 건설업체를 설립해 소위 ‘먹튀’ 수법을 일삼는 업자도 생겨나고 있다. 업자가 인테리어, 의료진 구성, 병원 오픈까지 개입해 이익을 챙긴 후 빠지면 경영에 따른 리스크는 치과의사가 떠안게 되지만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유혹에 솔깃하는 피해자들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 9월까지 적발된 사무장병원은 치과 20개소를 포함해 총 523개소에 이른다. 사무장병원 척결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그 수는 매년 급증하고, 수법도 매우 다양해지고 있어 더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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