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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의료계는 절박… 6월까지만 인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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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의료계는 절박… 6월까지만 인내”
  • 김정교 기자
  • 승인 2013.05.16 1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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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규 의협회장 기자회견 “대화 안 되면 투쟁으로 간다”

▲ 노환규 의협회장이 취임 1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모두의 예상을 깨고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획득해 37대 대한의사협회장에 당선된 노환규. 당시 선거에는 의협 대의원 250명과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한 선거인단 1324명 등 전체 1574명의 유권자 가운데 1430명이 참여했다. 노 회장은 이들로부터 1차 투표에서 58.7%(839표)를 얻으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그로부터 1년. 노 회장은 지난해 9월 모든 진료과목에 당직의사를 배치토록 하는 응급의료법과 환자의 권리만 강조한 액자법 등 일련의 의료법 강제 개정에 반발해 서울역 광장에서 거리 시위를 주도했다. 특히 10월에는 3만여 의사가 참석한 가운데 일산 KINTEX에서 ‘의사의 착한 손 운동’을 시작한다고 선포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Change’를 캐치프레이즈로 11만 의사의 수장 역할을 해 온 1년을 되돌아보는 기자회견을 8일 가졌다. 회견을 통해 노환규 1년의 공과와 앞으로의 비전을 정리한다.

▲ 기자들이 질문을 진행하고 있다.
Q 취임한지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의 소회를 정리해 달라.
열심히 일한 1년이었다. 그러나 적지 않은 부분 후회가 함께 한 1년이었다.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제도개혁을 위해 노력한 점, 그리고 시행착오와 수정된 전략에도 불구하고 아직 다수의 회원들이 신뢰를 보내주고 계신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조직을 강화하지 못했고, 포괄수가제 저지를 위해 결정한 ‘1주일 수술 거부’를 무기한 연기한 점 등은 후회와 아쉬움으로 남는다.

Q 전임 경만호 회장에게 계란을 던지며 항의하던 야생마가 순한 양이 되어간다는 얘기도 있다. 왜 의협회장만 되면 똑같이 무기력해지는가?
밖에서 활동할 때보다 안에 들어와 보니, 훨씬 더 두텁고, 더 높고, 더 많은 벽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반면 더 많고 무거운 족쇄들이 의협회장의 발에 채워져 있음도 발견하게 되었다.

미처 알지 못했던 이런 장애요소들은 필수적으로 전략의 수정을 가져오게 되고, 이렇게 수정된 전략이 당장 절박한 회원들의 기대에 못 미쳐 그런 평가들이 나오는 것으로 생각한다.

Q 앞으로 어떤 부분에 가장 비중을 둘 것인가?
조직 강화에 크게 비중을 둘 것이다. 조직이란, 첫째는 의협 산하기구들과 회원의 조직을 뜻하고 둘째는 의협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조직을 뜻한다.

조직 강화는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 회무에 미숙한 상황에서 여러 의료현안에 대처하느라 후순위로 밀려 있었는데, 올해에는 가장 중점을 둘 예정이다.

Q 4월 말 대의원총회에서 예산안과 임원 증원안이 부결되는 등 중요 정책이 시행되지 못했다?
의협회장이 된 후 첫 대의원총회였다. 대다수 대의원들이 의협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됐다.

시도의사회 임원이 대의원직을 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대의원회가 중앙 집행부를 심판하는 기능을 한다면 더욱 그렇다. 시도의사회 임원들도 함께 책임을 지는 집행부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한 의사들이 서울역 광장에서 비를 맞으며 시위를 하고 있다.
Q 대의원총회에서 의협 재정이 파탄 위기라고 지적됐는데?
의협의 재정위기는 늘어나는 지출과 줄어드는 수입의 결과에 기인한 것이다.

늘어나는 지출의 원인은 협회 조직의 확대와 업무량의 증가, 그리고 직원들의 호봉상승에 의한 인건비 순증 때문이다. 줄어드는 수입의 원인은 회비를 강제할 수 없는 제도, 오랫동안 반복되었던 의협 집행부의 방만한 경영과 의협에 대한 실망 등이 큰 이유다.

지난 해 임원들의 법인카드 사용을 대폭 줄이고 개인비용 지출을 늘리는 등 재정절감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저 개인적으로도 급여를 연간 1200만원 줄였고 차량리스비와 보험료 약 2500만원을 개인이 부담했으며 법인카드 사용도 1/5 이하로 줄였다. 전체 법인카드 사용 절감액은 전 집행부에 비해 약 6억3000만원에 달한다.

집행부가 회원들의 회비를 투명하고 깨끗하게 사용하고 있으니, 이제는 회원들이 집행부에 믿음을 주고 회비를 납부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또한 전체 회비 중 중앙회비는 1/3에 불과하고 2/3는 지역의사회에 납부되고 있는데, 지역의사회의 주된 역할이 제도개선보다 친목에 국한되고 있다는 것이 일반 회원들이 부담스럽게 느끼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알고 있다.

회비납부 방식을 개선하고 보다 많은 회원들이 저렴한 회비를 납부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개선하고자 한다.

▲ 지난해 10월 의협 착한손 선포식을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와 노환규 회장이 나란히 지켜보고 있다.
Q 정부와의 관계는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정부와 의료계 양측 모두 지금까지 이어져온 불신에 대해 반성할 부분이 있다. 이것은 정부와 의사협회 양쪽 모두 잘 알고 있으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보다 큰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

지금 의료계는 절박한 상황이다. 현재는 대화를 통해 빠른 제도개선이 필요한 상황인데,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의료계는 다시 강경한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일단 정부가 저수가 문제에 대해 인식을 하고 제도개선에 대한 방향성을 옳게 인지하고 있는 만큼 6월까지 기다릴 예정이다. 신뢰가 또 다시 깨어진다면 양측 모두 불행한 시기를 맞게 될 텐데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고 있다.

최근 회원 설문조사에서 응답회원의 97%가 투쟁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만큼 지금의 제도는 의사들이 인내하기 어려운 제도다.

Q 진주의료원을 방문하는 등 의협 행보가 예전과 달라졌는데?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각종 제도에 정치적 정서와 스탠스가 결부되어 있다. 지난 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확인된 것처럼, 극단적으로 분류한다면 국민의 절반이 보수이고 국민의 절반이 진보라 할 수 있다.

국회도 마찬가지고 언론도 그렇다. 경제적인 의료보다 최선의 의료를 선택해야 하는 의사들의 속성상 진보보다 보수적 가치를 지향하는 성향이 있으나, 진보의 순가치조차 외면한다면 제도개혁에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보수와 진보 양쪽의 순가치를 의료적 입장에서 인정하고 공감할 때 제도개혁을 위한 의사들의 노력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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