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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직의들 처우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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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직의들 처우 ‘악순환’
  • 이현정기자
  • 승인 2013.01.24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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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급여에 임상경험 폭 좁아…중앙회 역할 절실

개원환경이 나날이 피폐해지면서 갓 졸업하거나 공중보건의사를 마친 젊은 치과의사들의 설 곳이 점차 좁아지고 있다. 젊은 치과의사들이 사회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은 최근 몇 년 동안 계속돼 오고 있지만 이렇다 할 출로를 찾지 못한 채 반복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개원은 곧 죽음’이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나돌고 있을 만큼 개원환경이 어려워 젊은 치과의사들은 일찌감치 개원을 포기하고 있다. 대한공중보건치과의사협의회가 지난해 10월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보의 전역 후 진로에 대해 71%가 페이닥터를 생각하고 있었으며, 개원은 11%에 불과했다. 그러나 페이닥터 일자리마저도 구하기가 더 힘들어진 것이 요즘 치과계의 현실이다.

치과의사들이 주로 선호하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 페이닥터 구하기는 더 하늘의 별따기다. 200만 원 정도로 곤두박질 친 치과의사 페이닥터의 급여는 몇 해째 예년과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초년생의 모 치과의사는 “서울, 경기지역일수록 처우가 별로 좋지 않지만 개원 준비까지 고려하면 그나마 수도권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일부 개원가에서는 페이닥터로 남자를 선호하는 경향까지 있어 여자들은 취업에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했다.

수도권일수록 안 좋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개원을 염두에 둬 대부분의 페이닥터 구직자들이 수도권 지역에서의 근무를 원하지만 개원은 갈수록 녹록치 않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

최근 수도권에서의 페이닥터 평균 근무기간은 4~6년 정도로, 예년 3~4년 정도에 비해 늘어난 편. 개원입지를 구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페이닥터로 근무하는 동안 배울 수 있는 임상영역도 한정돼 있어 개원이 쉽지만은 않다.

모 치과의사는 “근래는 환자들이 대표원장이 직접 임플란트 시술을 하지 않으면 컴플레인을 하는 사례가 많아 치과에 근무하고 있어도 페이닥터들이 임플란트 술식 등을 해 볼 기회가 거의 없다”면서 “고난도 술식을 현장에서 배울 기회가 없는 것도 개원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지방의 경우 수도권보다는 상황이 나아서 페이닥터 근무 2~3년 정도에 개원을 계획해 볼만 하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지방보다는 수도권 개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계속돼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 되다보니 불법네트워크 치과 근무가 석연치 않으면서도, 이를 선택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초년생 치과의사들 혹은 페이닥터의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할 방법은 없는 걸까.

최근 들어 페이닥터들의 커뮤니티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니즈가 포착되고 있는 것이 개선책에 대한 갈증을 방증하고 있다. 젊은 층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할 수 있는 거점 혹은 집단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들이 적잖게 나타나고 있는 것.

한 치과의사는 “페이닥터들이 현재 당면한 처지를 개별적으로 해결하고 있거나 개원 자체가 목표이기 때문에 당장의 처우 문제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보니 커뮤니티 형성에 대한 요구가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젊은 치과의사들의 갈증을 해소하고, 이들이 불법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한치과의사협회, 중앙 차원의 노력이 요구된다. ‘불법네트워크치과에 근무하지 말라’고 호소만 하기보다는 중앙의 거점을 만들어 젊은 치과의사들과 소통 창구역할을 하도록 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만들어야 할 절박함이 있다.

물론 젊은 층의 개별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정보교류가 마땅치 않은 페이닥터들을 돕기 위한 어플 개발이 그 예 중 하나.

박창진(미소를만드는치과) 원장과 조성민(대한공중보건치과의사협의회) 이사는 젊은 치과의사들의 임상정보 등 의학적 컨설팅을 돕는 새로운 웹서비스를 개발해 올상반기 중 론칭할 계획이다.

조성민 이사는 “페이닥터로 근무하는 젊은 층의 치과의사들이 임상정보를 공유할만한 장이 없어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의학적인 컨설팅을 돕는 웹서비스를 통해 소통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한다”며 기대를 당부했다.

출로가 잘 보이지 않는 젊은 치과의사들의 첫 사회진출. 의료환경의 변화와 세대간 소통, 젊은 치과의사들의 의지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될 때 비로소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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