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6:52 (금)
[김기영의 오만과 편견] 코로나바이러스와 치과 감염 관리 가이드라인
상태바
[김기영의 오만과 편견] 코로나바이러스와 치과 감염 관리 가이드라인
  • 치과의사 김기영
  • 승인 2020.02.13 09: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평소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때즈음에서야 우리는 미세 먼지나 바이러스 등에 대해 그 위험성을 생각할 수 있을 뿐이다. 

방사선 사진을 이용해 치아의 내부와 뼈의 상태를 영상으로 볼 수 있게 된 이후 비록 눈에 보이지 않아도 우리는 항상 이런 영상 정보들을 염두에 두며 진료에 임한다. 하지만 눈에 전혀 보이지 않고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미생물들을 평소에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은 도전적인 것임이 틀림없다.

우리는 적절한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에 대한 염려는 감염 관리에 대한 치과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치과 감염 관리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지만 현실에서 이제까지의 과학적 방법론들을 실천하는 것은 가이드라인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는 다른 문제다. 미국의 경우 질병관리본부와 미국치과의사협회에서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는데, 그 기준이 만약 한국에 존재한다고 가정했을 경우(한국에는 아직 가이드라인이 없다) 그것을 규제의 방식으로 강제할 것인지, 동기를 유발하고 보상을 주는 방식을 채택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 

어떤 방식을 채택하던 상관없이 높은 수준의 감염 관리에는 비용이 든다. 현재 치과 감염 관리료는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수준이다. 제대로 하려면 어느 정도 비용이 드는지, 한 연구에 따르면 일인당 약 1만6000원 정도이다. 관혈적 시술이 대부분인 치과에서는 그만큼 아무리 간단한 진료라도 상당한 수준의 감염 관리 방식을 요하기 때문에 이 비용에 대한 접근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논의가 필요하다.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정상적인 수가를 책정해 동기를 부여하면 되겠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계 전반에 걸친 비정상적인 급여 항목의 수가를 생각해보면 ‘현실성이 있겠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치과 감염 관리만 중요하고 다른 의료 항목들은 중요하지 않은가 하면 그렇지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도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의료계 수가 체계 전반에 대해 재고가 필요한데, 치과의 급여 항목은 현행대로라면 항상 상대적으로 낮은 가치 평가로 인해 불리할 수 밖에 없다. 현재 치과의 급여 항목 수가는 원가의 50% 수준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치료 행위에 대한 수가의 정상화가 시급한 문제라 새로운 급여 항목의 신설은 더욱 요원하다. 그렇다고 치과의 감염 관리 문제를 차일피일 미룰 수만은 없는 일이다.  

일부 선진국의 경우 치과를 의과와 분리해 보험 재정을 관리하는 이유가 무엇이고 어떤 장단점들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치과의 급여 항목을 정상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또 비급여 진료 항목이 여전히 많은 치과 진료에 대한 대비책으로 민간 치과 보험이 시장 경쟁이 과열되고 있기에 충분히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써 재정 분리와 조정을 주장해볼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으로 감염 관리에 대한 우려가 있는 요즘에도 갑자기 뾰족한 수란 있을 수 없다. 중국 내에서는 이미 바이러스 확산 방지 차원에서 교차 감염에 취약한 치과 진료를 금지한 지역도 있다. 한국이 높은 수준의 치과 치료 수준을 자랑한다 해도 과연 감염 관리에서도 그러한가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치과의 감염 관리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현실화하고 싶다면 근본적으로 시스템에 대한 고찰이 선행돼야 하며 결국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어떻게 하면 이 고장난 시스템의 총체적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지 지혜를 모을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기술 트렌드
신기술 신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