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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레미 칼럼 1] 자기 일처럼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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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레미 칼럼 1] 자기 일처럼 하는 사람
  • 윤미용기자
  • 승인 2013.01.10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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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일처럼 하는 사람

 

작년은 그야말로 마지막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한 해였다.
개인적으로 바쁜 한 해를 보내서였는지, 아니면 이제 대한민국의 평범한(종잣돈 마련 걱정하는 맞벌이 직장인이자 육아에 서투른 귀 얇은 부모이자, 자기 앞 가림하기 바쁜 딸 자식인) 30대 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한 탓인지, 한 해 마감과 새 해의 다짐 같은 것 하나 없이 건조하게 2012년과 작별하고 2013년을 맞이해 버렸다(아니 어느새 새해도 많이 지나갔네요!). 그래도 몇 년 동안 벌여 놓았던 일을 드디어 수습했다는 안도와 인생에서 중요한 이벤트 중 몇 가지는 이루어가고 있다는 자부심은 들었다.
많은 변화를 경험한 만큼 이전에 비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얻고, 함께 일하는 경험도 많이 얻었다. 내가 지시하고 의뢰할 때도 있었고, 내가 아랫사람이 되어 지시를 받을 때도 있었고, 사람들을 고용하는 윗사람과 이야기 할 때도 반대로 주로 지시를 받아 일하는 사람들과 만날 기회도 많았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사람에 대한 평가 또한 많이 해볼 수도, 들어볼 수도 있었다.
새로 채용한 직원에 대한 평가, 같이 연구 작업을 하는 사람에 대한 평가, 비서에 대한 평가, 동료에 대한 평가, 후임자에 대한 평가…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것은 어떤 분야이건 어떤 직업이건 간에 사람들이 원하는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의 조건은 정말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너무 비슷해서 깜짝 놀랄 정도였는데 또 너무 당연한 것이어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뭐 하나를 맡기면 해결책을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경영서적에서는 주인의식이라고도 하고, 자기개발서에서는 능동적 자세라고 하기도 한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일을 자기 일처럼 하는 사람이라고 정리해보고 싶다.
시켜서 정말 시킨 것까지 하면 구박받기 십상. 안된다는데요? 그리고 다음 처분을 기다리는 것은 그야말로 하급 직원의 행태이자 한심하고 자기 몫을  못하는 사람인 것이었다.
하다못해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어떤 방향으로 더 알아봐야 하는지 정도라도 알아보고 보고하는 걸 기대하는 거다.
‘그 사람은 이러이러한 건 참 좋은데, 이게 안되서 기대보다 실망이야. 다시 같이 일하고 싶지 않아’ 이런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난 과연 저 사람과 함께 일할 때 잘했었는지, 살짝 불안해지기도 했다.
어릴 땐 그야말로 시킨 것만 잘하면 칭찬 받았는데 말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해야 할 일만 잘하고 사고치지만 않으면 모범생으로 사랑받고 컸던 학창시절에 몸에 배어버린 습관일지도 모른다. 사회에 나와 보니 원하는 인재의 기준이 달라져 버렸다. 한편으론 억울해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문득 ‘착한 아이야 라는 칭찬을 하지 말자’라던 선배 엄마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렇게 시키는 일을 잘했으니 넌 착한 아이야’, ‘어쩜 이렇게 착하니’, 그렇게 칭찬하려고 했던 말들이 아이의 창의성과 능동성을 제한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거다.
이제 세상은 말 잘 듣는 사람을 원하지 않으니까. 이런 저런 걸 알면서도 여전히 후다닥 맡겨진 곳까지 해결하고 ‘빨리 해치우고 광명 찾자’ 는 모토대로 움직이는 신년의 나를 보면 한심하다.
사랑받는 인재의 비밀을 아는 만큼 올해가 끝날 때 즈음의 자기성찰 때는 조금은 나아진 내 모습을 발견하기를 공개적으로 다짐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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