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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원장의 시론] 우리는 왜 끌려다니기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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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원장의 시론] 우리는 왜 끌려다니기만 하는가?
  • 윤미용 기자
  • 승인 2012.12.21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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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일 년에 363일 진료하는 다시 말해 휴일, 공휴일 모두 진료하는 바로 건너편 소아과의원이 토, 일 휴무를 했다. 일단 충격이 너무 컸다. 실제 환자들한테 미칠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소아과 원장님들이 생각하는 문제의 심각성이 그대로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조심스레 물었다.
‘과연 이슈가 무엇인지요?’
의협에서 지침이 내려와서 하는 것이라고는 했지만, 수가 협상 외에 갑작스레 개원병원의 휴진투쟁까지 해야 할 확실한 이슈가 와닿지 않았다. 의협의 의견은 7가지 정도의 요구안이 있지만, 다분히 대선을 앞두고 앞으로 수가협상 및 기타 협상 테이블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로 판단이 되었다.
하지만, 대선이 지나면 여당이 되던, 야당이 되던 복지부 내부에 조직개편이 있게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지금 합의한 사항이 얼마나 영향을 끼칠 것인가?
또한 막상 개원가의 휴진투쟁을 주도하는 것이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은 시점에서 경제적인 손실을 감수해야하는 극단적인 선택 임에도 이 방법뿐이었는가 하는 점이다.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일개 직능단체이긴 하지만, 의사협회 회장은 보건을 담당하는 행정부 수장이나 정부의 대표들과 상대를 한다. 그러나 지난 포괄수가제 논쟁에서 볼 수 있었듯이 우리나라에선 의협회장과 복지부 과장이 TV 토론을 한다. 물론 장관이나 차관이 담당부서 과장만큼 대답을 못하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고는 하지만, 의사를 대표하는 수장의 위상이 이 정도인지에 대해 실망을 금할 길이 없었다.
과연 국민이 의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TV에서 의협 회장이 복지부 일개 과장과 논쟁을 벌이는 이런 모습을 만든 원인이 무엇인가? 이번 휴진 투쟁과 같은 구태의연한 대처가 이 원인이라고 생각을 한다. 지난 의약분업 이후 의치한 대표 단체들은 파업과 집회, 성명 발표 등 어찌 보면 너무나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논쟁에 임했다.
그 사이 복지부나 관계 기관들은 해마다 논의과정 자체가 진화하여, 충분한 의견수렴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논리를 축적해나가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것이 지금의 의협회장과 복지부 과장의 TV토론을 만들게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의과나 우리 치과계 모두 한 대학의 한 교실에서 매해 수 십 편의 논문을 만들어 내고, 해외 학술지에도 십 여 년 전에 비하면 몇 배나 많은 수의 논문을 게재하는 지금의 시대에 막상 같은 나라 정부에 대응할 논리를 만드는데 게을렀다는 것이다. 자기 해당과의 보험수가와 진료지침에 관한 연구를 예방의학이나 의료관리학 등의 기타 교실들에서 생산해 내도록 하거나 외주를 주는 형식으로 막상 너무나 안일하게 대처해온 결과이다.
지금의 복지부는 수가와 관련된 정책을 결정하거나 의료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서 예전처럼 비전문가적으로 절대 접근하지 않으며, 나름의 논리를 충분히 구축하면서 대응한다. 관련 기관에 해당 연구를 의뢰하여, 의료계에서 신기술이 나오기 전에 관련 연구를 준비하듯 충분히 뒷받침할 논리를 준비한다. 이것이 우리가 끌려 다니는 이유이다.
이제라도 의치한의학계에서 신기술 연구가 중요하고, 학술연구가 중요하듯이 정책개발연구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시스템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앞으로 영리보험이 구체화되게 되고, 표준 진료지침 등을 통해 각 술식을 표준화하는 경우 비보험 분야에까지 수가를 계측하게 되는 경우에는 대처가 늦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영리보험이 시작되기 훨씬 이전부터 그에 대한 대응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해 발표되는 해당 분야 학술논문의 5% 정도만이라도 해당 부문의 보험수가에 관련한 연구나 경제성 등 정책에 관련된 연구를 발표하기 시작한다면, 지금처럼 복지부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 왜 국책연구기관에 대응 논리를 개발하라고 주문을 하겠는가?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충분히 참고하고 반영할 여지가 충분한 것이다.
사회 구성원 중 가장 논리적인 집단이 비논리적이고 감성적으로 대처하는 최근의 상황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해 보았다. 이번 집단휴진투쟁에 있어 치과계도 어느 정도의 문제의식은 가지고 있었어야 한다. 물론 의과계의 대응이나 논리가 부족한 부분도 없지않아 있으나 건강보험공단에서 받는 비용으로 병원 임대료 정도 밖에 못내는 치과계의 현실에 대한 성찰도 필요한 좋은 계기였다고 판단한다.
이제 우리도 문제점을 조금이라도 빨리 인지하고, 개선을 하여 정부나 민간보험사들과의 논쟁에서 우리가 의견을 주도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그것이 국민을 위하는 길이고 치과계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된다.

 

잠실 이재용치과의원 이재용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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