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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권 원장의 데자뷰] 싸이의 성공, 그리고 약자(underdog)의 역설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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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권 원장의 데자뷰] 싸이의 성공, 그리고 약자(underdog)의 역설 (下)
  • 윤미용 기자
  • 승인 2012.12.06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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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 싸이는 한국 가요 시장에서 강자의 주류에 속한 가수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넓게 봐도 아시아 혹은 한국 대중음악이 글로벌 대중음악 시장에서 가지는 미미한 영향력 혹은 위상을 고려하였을 때 대중음악계에서 싸이는 ‘언더독’이라고 불러도 이상할 것 없는 가수라고 할 수 있다. 싸이도 아마 그 점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언더독-싸이’가 기존의 강자들과 경쟁한 자신의 방식은 무엇일까? 그리고 어떻게 자신의 방식을 찾아 나갔을까?

 

강남스타일 뮤직 비디오와 메이킹 필름, 그리고 예전의 노래들을 다시 들어보았는데, 나름 정의한 싸이 음악의 특징은 ‘어설프지만 즐겁고 재미있다’라는 것이다. 딱딱 맞아 떨어지는 다른 아이돌 그룹의 기계적인 안무와도, 세련되고 화려한 음악도 아닌 싸이의 음악과 뮤직비디오는 어딘가 부족한, 어설픈 느낌을 준다. 약점으로도 볼 수 있는 그 어설픔에서 싸이는 자신의 가사처럼 멋진 반전을 이루어낸다. 재미있지만, 때로는 어이없는 듯한 어설픔 또는 부족함에 사람들은 관심을 보내기 시작했고 많은 패러디를 통한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그 빈 곳을 채워나가며 거대한 확산력을 만들어냈다.
이름만 ‘대중’음악이지 영미권 가수들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중음악 시장은 아시아 가수들에게 생각보다 매우 배타적이다. 상대적으로 클래식 분야에서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알려진 우리나라, 인도, 일본인 연주자, 지휘자는 꽤 있어 왔지만 대중가수는 별로 많지 않은 현상을 보아도 대중음악 시장이 얼마나 뚫기 힘든 벽인지 알 수 있다.. 그 주된 이유는 아마도 ‘언어의 한계’에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야 팝송의 가사를 외우거나 번역해서 들으며 할리우드 영화를 자막으로 보는 것이 익숙하지만 영미국가들의 사람들에게는 영어나 영어가 아니더라도 알파벳 계열로 이루어지지 않은 노래의 가사가 무척이나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선호하는 방식대로 그들의 언어로 노래하고 멋지게 안무를 구성하는 것도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닌 듯하다.
예전에 미국에서 제대로 한 번 승부를 겨뤄보기 위해 매끄러운 영어가사와 현란한 춤으로 도전하였던 원더걸스의 그저 그런 결과에 대한 사례를 보아도 그러하다. 그들의 눈과 귀에는 자기들 스타일과 비슷해서 신기한 느낌을 주는 동양권 가수였지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기에는 무거운 한계가 지워졌을 것이다.
그만큼 글로벌 대중음악 시장은 폐쇄적이다. 싸이의 성공이 더 드라마틱한 것은 이런 구조적인 한계를 뛰어 넘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한국 시장을 목표로 한 노래일 가능성이 많았기에 영어가사로 된 노래는 애초에 고려사항이 아니었겠지만 노래의 폭발적 반향을 처음 접했을 때 주위에서 또는 자신도 영어가사로 된 노래를 고려했을 법하다. 하지만 싸이는 이런 부분에 관심 두지 않고 자신의 강점에 집중한 것 같다. 언어와 인종에 상관없이 사람들에게 깔려있는 가장 보편적인 정서 ‘즐거움’, ‘유머’라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밀고 나간 것이다.
 가수가 되기 이전부터 싸이는 기본적으로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사람 즉, 원래 엄청 잘 놀던 사람이었고, 정말로 노는 즐거움을 좋아했던 것 같다(아마 부모님 속을 예전부터 어지간히 긁었을 것이다). 자신이 이렇듯 좋아하니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 거라는, 그리고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그의 음악 스타일이며, 표현방식일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약점과 음악적 한계에 대해 왜 회의와 고민이 없었을까.
이런 생각도 들었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가수에 가장 치명적인 것은 아마도 ‘사람들의 비웃음’일 것이다. 여러 사건 사고로 인해 그는 그런 상황이 수차례 있어 왔다. 그 때마다 그는 아마도 수 백 번 자신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음악 스타일에 대해 스스로 묻고 대답했을 것이다.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처음엔 자신의 음악세계에 대한 의심과 회의에 관한 것이었겠지만 마지막엔 ‘진정 이 일이 내가 원하는 것이고, 좋아하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었을 것이다. 내가 싸이가 대단하다고 느낀 점은 싸이의 성공뿐 아니라 이전의 긴 시간 동안 이러한 자신의 고민와 한계를 동시에 극복해내고 자신의 스타일을 완성해 나갔다는 점이다. ‘언더독-싸이’의 이러한 스토리는 말콤 글래드웰이 말한 ‘약자의 역설’에 가장 맞아 떨어지는 사례라고 말하고 싶다.
결국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대한 이러한 관점은 ‘자기스타일’에 관한 생각으로 이어지게 된다. 과연 나만의 스타일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나의 삶에 의미를 가질까?
 『이기는 습관』의 저자 전옥표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것은 남의 시선이나 비교잣대에서 벗어나 오랜 시간 동안 내 자신에 대해 깊게 생각하며, 자신만의 즐거움과 강점에 대해 확신하고 찾아 나가는 긴 터널을 지나게 되면 결국엔 자신만의 성공 방정식을 만들게 된다는 말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이 드니 싸이가 요즘 들어 멋있게 보이기 시작했다. 놀라운 그의 성공 때문만은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크고 작은 시련과 어려움과 단점을 극복하며 대체 불가능한 자기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어떠한 분야든, 무슨 일을 하든지 난 그런 사람이 멋있는 사람. 멋진 인생을 사는 것 같다. 다만 세상이 정한 잣대를 가치의 기준으로 삼고, 남들과의 비교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시간만 흘려보낸 내 자신이 안타까울 뿐이다.

 

 

고운미소치과 차상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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