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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균 원장의 아침편지] 자본주의와 치과의사의 직업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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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균 원장의 아침편지] 자본주의와 치과의사의 직업윤리
  • 윤미용 기자
  • 승인 2012.10.25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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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치과대학 대강당 앞에는 학위 수여식이라고 쓰여 있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동기들의 얼굴에는 환하게 미소가 퍼졌다. 학장님께서는 환자들에게 양질의 진료를 행하라는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다. 학위 수여식에 한 후배가 졸업하는 선배를 위해 멋들어지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지난 6년간 힘든 치과 공부를 끝마쳤다. 6년간 좋든 싫든 정이 든 동기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부터 각자 자기의 길로 나아가기로 하였다.
어떤 동기는 학교에 남아 공부를 더 하기로 하였고 어떤 동기들은 공중보건의로 또 어떤 동기는 취직을 하기로 하였다. 학교라는 커다란 울타리 안에 있다가 이제는 더 이상 안전하게 보호받는 학교가 아니라 낯선 세상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어느덧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가끔씩 모임이나 세미나에서 동기들을 마주쳤다. 학생 때 그리 친하지 않은 동기들도 이렇게 우연히 만나면 마치 잊혀진 옛사랑을 만난 것처럼 반갑기 그지없다.
하지만 풋풋하고 앳돼 보였던 동기의 얼굴에는 거친 세상에서 얼마나 모진 풍파를 경험했는지 눈가에는 주름살이 하나 둘씩 생겨났고 얼굴표정은 찡그리고 피곤한 모습이었다.
만나면 주된 이야깃 거리는 동기의 소식이다. 누구는 어디에 어떻게 개원해서 잘된다네. 누구는 어디에 어떻게 했는데... 처음에는 다른 화젯거리로 대화를 해도 어느 순간에는 동기의 근황 소식에 빠져든다. 지난 옛날 함께 했던 동기소식이 궁금한 것은 당연하리라.
하지만 한 때 좋아하고 보고 싶었던 동기가 생각지도 못한 모습으로 바뀌었을 때 안타깝기도 하였다.
“너 혹시 알고 있었어?” 동기의 갑작스런 질문에 난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동기 하나가 자신이 진료하는 치과 말고 그 근처에 관리의사를 고용하여 치과를 두 개나 더 운영한다는 얘기였다. 학생 때 항상 동기들과 친하였고 학교 일에도 열심히 했던 동기였다.
그래서 동기로부터 들은 소식은 더욱 더 충격적이었다.
그 동기와는 근래에는 연락이 없었지만 학생 때 꽤나 친했다. 몇 년 전 어느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 그 동기를 우연히 만났고 우리는 자연스레 술자리로 이어졌다. 어떻게 지냈는지 서로 안부를 물었고 그리고 그 당시 이슈가 된 문어발식 네트워크 치과의 횡포에 대해 얘기를 하였다. 나 또한 개원한 치과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대형 네트워크 치과가 생겨 한동안 힘들 때였다.
그 네트워크 치과는 실제 원장이 아닌 관리의사가 병원을 운영하였다. 많은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싼 수가에 치료를 받으러 갔었다. 하지만 몇 개월도 못가 의사는 바뀌었고 과잉진료를 일삼았다. 갔던 환자들은 다시 나를 찾아와 치료 후 후유증을 토로하였다. 동기는 같은 치과의사에게 할 행동이 아니라며 열변을 토하였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 그 동기도 결국 소리 소문 없이 병원을 두개나 더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말을 들으며 그때 나에게 했던 말이 머릿속에서 쉬지 않고 맴돌았다. 그리고 그 날 마셨던 소주는 유난히도 쓰게 느껴졌다.

 

열린마음치과 조영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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