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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유치 위해 부녀회 뒷거래는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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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유치 위해 부녀회 뒷거래는 기본?
  • 정동훈기자
  • 승인 2012.10.18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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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가 네트워크 무차별 진료협약에 동네치과 초토화

저수가 치과네트워크들이 정부부처나 관공서는 물론이고 동네 부녀회까지 파고드는 노골적인 진료 협약으로 동네치과들의 원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 시흥 모 아파트 상가에 개원한 Y원장은 개업 초기 병원을 알리기 위해 노인구강건강 강좌 및 저소득층 무료봉사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던 중 Y 원장은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임플란트 50% 할인까지 

최근 저수가 네트워크로 치과계의 지탄을 받고 있는 A치과가 지역 내 상가번영회와 노인정 및 저소득층 돌봄센터와 진료협약을 맺고 비급여진료를 50% 이상 할인해준다는 것이었다.  

Y원장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개원 기념으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도 생각해 봤지만, 정기적으로 임플란트 같은 비급여진료를 20~50% 이상 할인해주는 대형 저수가 네트워크와 힘겨루기는 달걀로 바위 치기와 다름없었기 때문.

이 저수가 네트워크는 지난 7월 이 지역 저소득층 돌봄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충치, 임플란트, 틀니 등 필요한 치료를 비급여 항목에 한해 50%를 감면해 지원하기로 했다며 지역신문에 보도자료를 뿌리기도 했다.  

해당 저수가 네트워크들의 마케팅 수법은 사은품 증정이나 비급여진료를 터무니없는 저수가로 책정해 환자를 유인하거나 과잉진료로 다른 시술까지 받게 하도록 유인하는 것이지만, 더욱 동네치과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부녀회, 상가번영회 등 각종 친목단체와의 진료협약이 될 수밖에 없다. 

한 치과 관계자는 “모 유명치대 출신으로만 이뤄졌다고 홍보하는 모 저수가 치과네트워크 사무장의 업무는 동네 부녀회, 경로당, 근처 회사를 돌아다니며 홍보지를 돌리거나 업무협약을 맺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저수가 네트워크 사무장들은 그런 일을 주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저수가 네트워크에서 주변 아파트단지와 진료협약을 하기 위해 주민자치단체나 친목단체의 임원들에게 무료로 시술을 해주거나 금품 뒷거래와 같은 온갖 부정까지 일삼는다는 것이다.

서울 잠실의 모 아파트 부녀회의 경우 아파트 공용부지 등 입주민의 공동 자산을 가지고 게시판 광고료 등 각종 수익사업을 벌이면서 해당 저수가 치과네트워크의 진료비 할인 광고를 게재해 주기도 했다.

심지어 이런 뒷거래에 익숙해진 지역 부녀회나 각종 단체들은 신규 병의원에 성금을 요구하거나 진료비 할인을 대수롭지 않게 요구하기도 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규 동네치과들은 주변 지역 환자 확보에 끼어들 틈도 없을 뿐더러 지역 부녀회의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어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업체 영업사원까지 동참

이런 불법 진료협약에는 치과 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다. 일부 치과기자재 업체 영업사원들 중에는 치과와 단체의 진료협약에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들 영업사원들은 영업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자신이 거래하는 치과나 치과의사와 계속해서 거래할 수 있도록 자신이 속해 있는 모임이나 동아리, 해당 지역의 각종 단체, 회사들을 찾아다니며 사무장 역할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이렇듯 저수가 치과네트워크가 싹쓸이 진료협약 등과 같은 노골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정부는 스케일링 등 비급여 할인이나 단체 간 진료비 할인 협약에 대해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애매한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

우리나라 공동주택은 전체 가구의 50%. 아파트 단지는 말할 것도 없고 다가구주택가 동네치과들은 동네 안팎을 깊숙이 파고드는 일부 저수가 네트워크들의 움직임에 한숨만 더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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