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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은 X-ray 장비, 치료는 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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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은 X-ray 장비, 치료는 침으로?”
  • 정동훈기자
  • 승인 2017.11.29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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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vs 한의사, 의료기기 갈등 ‘악화일로’

의사 vs 한의사, 의료기기 갈등 ‘악화일로’
현대 의료기기 허용 시 영역 분쟁 심화 우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의 처리가 일단 보류됐으나 일선 개원가는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주장이 내심 불편하다.   

지난달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을 심의했다.

현행 법령에서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안전관리책임자로 영상의학과 전문의와 의사, 치과의사, 방사선사 등을 제한하고 있어 한의사의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사용 불허의 근거가 됐다.

개정안에는 X-ray 등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관리책임자에 ‘한의사’가 추가돼 한의사가 장치를 사용할 수 있는 근거가 담겼다.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안전관리책임자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로 인식되어온 만큼 안전관리책임자에 한의사를 추가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의미다.

법 개정 여부를 놓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격론이 벌어졌으나 일단 전문가단체 간 협의를 통해 결론을 낼 수 있도록 하자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 보건복지부가 함께하는 의한정협의체를 구성하자는 것.

그러나 양 단체의 상충된 이해관계로 팽팽한 줄다리기 싸움은 여전하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허용 주장은 일선 개원가에서도 불편한 사안이다.

안면비대칭 교정, 턱관절 치료, 치주 치료까지 행하고 있는 일부 한의원에서 파노라마 등 현대의료기기까지 허용한다면 치과 의료영역 잠식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기 때문.

경기도의 A개원의는 건너편에 위치한 한의원을 볼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해당 한의원은 암 전문한의원이라고 칭하며, 산삼을 이용한 면역세포 자생법으로 턱관절장애나 구강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허위·과대광고를 진행하며, 환자를 모으고 있다.

A개원의는 “한의원에서 종양을 파괴하는 약재로 이뤄진 천연물 항암처방제로 구강암을 치료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근거 없는 한의학적 치료로 인해 환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을지 걱정된다”며 “이런 한의원에 현대 의료기기까지 허용된다면 환자들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검증되지 않은 시술을 하는 한의원들의 허위·과대광고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SNS에서 넘쳐난다. 

한의원 턱관절 부문 한국소비자만족지수 1위를 수상했다는 한의원은 ‘수술과 교정기 없이 자체 개발한 턱교침요법으로 턱관절을 치료한다’고 홍보하고 있으며, 또 다른 한의원도 ‘위산과다로 몸의 열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불균형을 이루고 있어 치주질환이 진행된다’며 한약을 처방하기도 한다. 

이런 진단은 한의원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확인이 불가능하다. 현대 의료기기는 이러한 한의학적 진단과 치료에 아무런 효용이 없다.

B 개원의는 “한의사 의료기기 법안이 통과된다면 한의원에서 촬영한 X-ray 진단만 믿고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진행하는 환자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한 진단은 학문의 기반이 다르고 심도 있는 해부, 병리, 생리학적 지식 및 고도의 훈련된 판단 능력이 요구되는 진료 행위”라고 지적했다. 

동일한 증상을 두고 다르게 해석해야만 하는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전히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의료현장에서는 과학적 근거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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