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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치 인도네시아 진료봉사를 다녀와서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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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치 인도네시아 진료봉사를 다녀와서 <上>
  • 이현정기자
  • 승인 2012.08.23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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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에는 국경이 없다”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사람들은 갖고 있다. 가령 대중 앞에서 막힘없이 위트 있는 ‘한 말씀’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은 대부분의 경우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정작 당사자에겐 몇 번의 시도 끝에 얻은 반복학습의 결과일 뿐이다.

봉사도 마찬가지다. 안 해본 사람들은 봉사라는 말에서부터 거룩한 뭔가를 상상하곤 하지만 그 일을 꾸준히 해온 사람들에겐 특별할 것 없는 생활의 일부분일 뿐이다. 결국 그것을 경험할 계기가 있었느냐 없었느냐의 차이에 불과하다.

사단법인 열린치과의사회(회장 김성문)는 그런 봉사에의 경험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봉사자들이 경험을 통해 즐거움을 얻게 하고, 즐거움 속에서 스스로의 내공을 쌓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 후원하는 일이 바로 열린치과의사회의 임무이다.

이런 측면에서 해외진료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비행기를 타고 몇 시간을 날아가야 하는 해외봉사는 분명 참가자들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느낌과 경험을 제공하게 되는데, 이는 단순히 거리상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까지 스스로를 가둬왔던 관습적 틀에서 깨어나는 진전된 경험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소외된 이웃이나 북한 이탈주민에 대한 지금까지의 진료봉사가 충분한 명분을 갖춘 행위였다면, ‘저 멀리 인도네시아의 시골 어딘가에 위치한 한국회사 다다코리아와 그 회사의 현지인 직원 및 가족들은 대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에 대한 근원적 고찰 같은 것 말이다.

물론 이걸 말로 설명할 순 없는 일이다. 어떤 설명이 그 곳 무치악 환자들의 입을 벌려 틀니를 장착해줘야 하는 우리의 당위성에 명분을 실을 수 있을까. 그저 해보면 아는 일이다. 이 일이 왜 필요한지, 이 같은 행위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 지는 경험으로 체득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다행히 열린치과의사회는 몇 번의 시행으로 해외진료봉사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는 확신을 얻었고, 또 그 일에서 적으나마 성과를 내고 있다. 이번 5차 해외봉사단의 경우 너무 덩치가 커지지 않을까 걱정 했을 정도로 회원들의 호응도도 높았다.

치과의사 6명, 치과기공사 4명, 치과위생사 10명, 도우미 2명 등 22명으로 구성된 제5차 해외봉사단은 8월 1일 아침 인천공항에 집결했다. 밤잠을 방해하는 경기중계에 막 적응을 해가던 참이라 그곳에서 맞을 올림픽 금단현상이 약간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공항은 여느 때처럼 설레고 있었다.

혹 인도네시아를 여행할 일이 있으면 그 나라 국적기인 가루다 항공을 이용할 것을 권한다. 가격이 쌀뿐 아니라 서비스도 충분히 한국적이고, 무엇보다 입국심사를 기내에서 끝내기 때문에 수속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공항을 빠져나와 마중 나온 다다코리아 사람들을 만나 자카르타로 향했다. 아직 해가 남아 있는 시간이라 일행은 정체가 심한 도심 진입로를 통과하면서 색다른 풍경을 대하기도 했다. 차선도 신호등도 없는 도로를 거침없이 물 흐르듯 엉켜 달리는 차들을 바라보는 느낌은 ‘이 사람들에겐 교통이라는 규제가 오히려 거추장스러울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규제의 부작용은 곧 나타났다. 많은 사람들이 대로변에 길게 늘어서서 지나가는 차들에게 손짓을 하고 있기에 동승한 다다코리아 한국인 직원에게 무얼 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도심으로 들어가려면 승용차에 3인 이상 탑승해야 벌금을 물지 않으므로 차들이 모자라는 인원을 사서 태우고 들어가는 것’이란다. 법 취지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현상에 절로 웃음이 났다.

어쨌든 일행은 명동보다 더 화려한 자카르타 시내에서 저녁을 먹은 후 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 반을 달려 사당 라야의 다다코리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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