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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트럭여행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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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트럭여행③
  • 이승종 교수
  • 승인 2016.12.1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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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


<234호에 이어>

전체 여행 일정과 주의사항 등에 관한 큐의 설명이 끝나고 이번에는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멘지(원래 이름은 Mezelli 인데 줄여서 ‘멘지’라고 부름)가 아침, 점심, 저녁 메뉴에 대해 설명한다.

아침에는 주로 오트밀이나 토스트 등 컨티넨탈 식을 먹고 점심은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로 샌드위치를, 저녁은 단백질 보충을 위해 고기류를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큐에 비하면 멘젤리는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다가 큐와 같은 고향 사람이라는 특전으로 큐의 도움을 받아 노마드에 들어왔다고 한다. 언젠가 음식점에서 식사하는 도중에 포르투갈에서 온 크리스틴이 멘젤리에게 생일이 언제냐고 물으니까 머뭇거리더니 잘 모른다고 한다.

모두들 머쓱해서 있는데, 멘젤리가 자기 어머니도 잘 기억을 못해서 기록부 상에 생월로 되어있는 11월을 그냥 생일로 쓴다고 한다. 포르투갈에서 온 크리스틴이 어색한 분위기를 수습하고자 즉석에서 멘젤리 생일축하를 하자고 했다.

모두들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테이블에 있는 초를 하나 켜서 불게 했다. 가엾기도 하지. 아마 멘젤리는 생일축하를 받은 것이 생전 처음일런지도 모르겠다.


캠핑장에 도착해서 텐트를 치면 주방팀은 멘지를 도와 식사를 준비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테이블과 의자를 펴는 등의 주변 정리를 한다. 노마드에서 미리 유인물을 통해 공지를 했기 때문인지 제법 일사불란하게 잘들 한다. 나도 처음에는 나서서 그런 일을 하는 것이 조금 쑥스러웠는데, 남녀를 가리지 않고 모두들 스스럼없이 하니까 곧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어딜 가나 꾀쟁이들이 있어서 일부러 늑장을 부리기도 하고, 자기만 쏙 빠져나가 볼일을 보고 오기도 하지만 아무도 그런 사람에 대해 내색은 하지 않는다.

우리 부부도 나이든 사람 티를 내지 않기 위해 항상 먼저 나서서 일을 시작하고 정리를 도우니까 자연 젊은 사람들도 따라하게 된다.

그렇게 며칠 지나니까 모두들 “We are a Good team!”하고 엄지를 치켜든다.

식사 후에는 설거지를 위해 하루 세 명씩 조를 짜서 멘지를 돕는다. 세 명의 역할은 한 명이 식기를 닦으면 두 번째 사람이 깨끗이 헹구고 세 번째 사람이 타월로 건조 시키는 등이다.


그런데 우리 여정이 거의 사막을 다니다 보니까 물을 최대한 아껴야 하기 때문에 통에 받아 놓은 설거지물이 내가 보기에는 상당히 더러웠다. 그래서 처음 식기 닦는 것을 보고 멘지에게 “식기는 다음 식사하기 전에 다시 한 번 더 닦는 거지?”하고 물었더니 “Why?” 하고 대답한다.

‘왜냐니, 그러면 저렇게 더러운 물에 헹군 식기로 먹으라는 거냐?’하고 혼자 속으로 혀를 차고 있는데,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 Korea라고 하니까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는 왜 그러는지를 몰랐는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 허물이 없어졌을 때 집사람이 멘지와 이야기 하던 도중, 언젠가 한국사람들로만 이루어진 그룹이 있었는데 세 번을 헹구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함께 많이 웃었다.

얼마나 깔끔을 떨고 또 얼마나 무시하는 행동을 보였겠는지 안 봐도 본 듯하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는 이야기가 있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인들의 문화와 습관을 존중하는 것이다.

여행 내내 아프리카 사람들이 물 아끼는 모습을 봐왔는데, 최소한의 물로 생활해야 하는 그네들의 오랜 습성이 몸에 밴 때문이겠지만 우리의 물낭비는 정말로 되돌아봐야 할 문제다.

어쨌든 처음에는 더럽게 느껴졌던 식기 때문에 배탈이 나거나 문제가 되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중간에 냉장고가 고장나는 바람에 안에 있던 마요네즈가 상해서 나를 포함한 몇 사람이 가벼운 배앓이를 했을 뿐이다. 그래도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곳은 아프리카이기 때문에’라고 이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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