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여행기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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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여행기 32
  • 이승종 교수
  • 승인 2018.05.31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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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빛에 물든 아프리카

선착장에 큐가 마중을 나와 있는데, 모두들 반가워서 “Q, I missed you!”를 외친다. 트럭 안에 들어가니 따뜻한 것이 그렇게 안락할 수가 없다. 모두들 이렇게 트럭이 반가웠기는 처음이라고 환호성이다.

나미비아 국경을 넘어 점심을 길에서 먹고 이른 시간에 Caprivi 지역, 오카방가 강둑에 자리 잡은 Rainbow River Lodge에 도착했다.

지금이 거의 만수위로 제일 경관이 좋단다. 이곳 계절이 늦가을이라 그런지 강물에 비친 나무와 풀들이 모두 황금색으로 빛난다.

이곳 캠핑장도 롯지와 함께 있는데, 이제 남은 캠핑 일정 두 번은 아무리 힘들어도 캠핑으로 마무리 짓기로 했다. 이렇게 평화롭게 보이는 곳도 강물 속은 악어가 우글거리고, 밤에는 뭍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롯지도 악어의 공격을 피할 수 있도록 높게 설계되어 있다.

이곳 화장실과 샤워실은 전부 캔버스 천 장막으로 벽을 만들었는데, 나름 운치가 있다. 당연히 문도 없어서 들어가는 입구에 ‘Occupied’라는 팻말이 걸려 있으면 사람이 있다는 표시다. 나무를 때서 보일러 물을 데우는데, 그래도 더운물이 잘 나오고 캠핑장 바로 옆에 수도가 있어서 여러 가지로 편리한 곳이다.

바에서는 와이파이도 되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은 전부 바에 몰려가 있는데, 큐가 나무를 가져오더니 모닥불을 피운다. 이곳에서 사용되는 화목은 저클 트리라는 종류인데, 너무 단단하지도 무르지도 않아서 불을 붙이기도 쉽고 꽤 오래간다. 벌겋게 달은 부분을 삽으로 톡톡 치면 숯 덩어리처럼 잘라져 멘지가 모아 취사그릴용으로 애용한다.

보통 때 같으면 우리 대화에는 끼이지 않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큐와 멘지가 오늘따라 말이 많다. 자기 자라온 이야기, 고향 이야기 등으로 한참을 함께 앉아 있었다. 이제 내일이면 자기네들 고향인 짐바브웨로 들어가기 때문이리라. 고향은 항상 좋은 것이다. 두 사람은 짐바브웨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Bulawayo 출신이란다.  두 사람 다 그곳에 가족이 있지만 노마드 일 때문에 몇 달에 한 번 꼴로 집에 간다니 설렐 만도 하다.


오늘도 Caprivi 지역을 거쳐 Kasane까지 400km를 넘는 드라이브다. 더구나 보츠와나 국경을 통과해야 하는데, 큐 말로는 모든 것을 수기로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단다. 정말 국경 사무실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데, 우리 일행 열두 명 수속하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이곳은 우리가 며칠 동안 지냈던 오카방가 델타에 물을 공급하는 오카방가 강 상류에 해당되는 곳이다.

도처에 커다란 바오밥 나무들이 있는데, 엄청나게 커서 우리 부부가 들어가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특히 이 나무는 내부에 어른 대여섯 명이 들어갈 정도의 커다란 동굴이 있는데, 조상 대대로 원주민들이 죽은 사람들을 장사 지내던 곳이란다.

워낙 아침부터 서두른 덕분인지 오후 두시쯤 목적지인 Thebe River Safaris에 도착했다. 텐트만 대충 설치해 놓고는 바로 쵸베 국립공원 사파리를 간단다.

이곳은 에토샤와는 다르게 한정된 지역 안에서 동물들이 밀집돼 살고 있기 때문에 훨씬 많은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유난히 동물들을 좋아하는 영국 할머니들은 신이 났다. 한 번은 어린 새끼들 서너 마리를 대동한 코끼리 일가족이 지나가는 바람에 차를 세우고 구경하는데, 맨 마지막으로 지나가던 대장 코끼리가 돌아서더니 5m쯤 앞에서 꼼짝을 않고 노려본다. 영국 할머니들은 재미있다고 사진을 찍고 난리를 피우는데, 갑자기 코로 차를 치면서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다. 

앞자리에 있던 영국 할머니 들은 놀라서 끽 소리도 못하고 움츠러드는데, 운전사가 노련하게 차를 뒤로 후진시키니까 한참을 더 노려보더니 유유히 제 갈 길을 다시 갔다. 이 동물들은 애완동물이 아니라, 자기네들 생활터전인 것이다. 조그만 동물들이 자기 바운더리에 와서 까부니까 기분 나쁘다는 것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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