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트럭여행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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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트럭여행①
  • 이승종 교수
  • 승인 2016.10.2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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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텐트치는 법을 시범 보이는 팀의 리더

오늘부터는 드디어 20일간의 트럭킹 캠핑여행이다. 전부터 해보고 싶었는데, 첫째는 지역이 한국에서 너무 멀어 일부러 하러 가기에는 선뜻 계획이 세워지지 않았고, 케이프타운까지 오가고 비행기를 갈아타는 데만도 만만치 않아 적어도 4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데,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기회만 노리고 있었는데, 마침 6월 초에 케이프타운에서 세계학회가 있어서 학회 핑계로 1주일, 개인 휴가로 3주일해서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60이 넘은 나이에 애도 아니고 무슨 캠핑여행이냐고 탐탁지 않게 여기던 집사람을 “당신을 누가 60대로 봐” 등등 갖은 말로 구슬러 겨우 같이 동행하게 되었다.

케이프타운에는 시내 구경과 희망봉 구경도 할 겸 또, 나미비아 비자를 받느라고 5일간 머물렀기 때문에 제법 지리에 익숙해서 별 문제 없이 노마드 회사 본점이 있는 시내 집결지에 도착했다.

우리 팀은 17명인데, 포르투갈인 4명을 포함해서 독일, 미국인 등 유럽인이 8명, 중국인 3명, 한국인이 우리 부부와 아마추어 사진작가 부부 넷 말고도 젊은 남녀 한 명씩 해서 6명이나 된다. 요즘 우리나라 TV에서 아프리카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져서 인지 한국 사람들이 부쩍 늘었단다.

우리는 1년 전부터 벼르고 별러서 하는 여행인데, 젊은 사람들은 불과 몇 주일 남겨놓고 신청들을 했단다. 대개가 이삼십 대의 젊은이들로 당연히 우리가 제일 나이가 많다. 열일곱 명의 신청서류와 보험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느라고 거의 두 시간이 걸려 출발 했다.

중간에 테이블마운틴이 한 눈에 보이는 호숫가에서 사진도 찍고 작은 타운에 들러 사막여행에 필요한 물, 과일, 영양보충을 위한 말린 고기와 간식거리 등을 샀다. 혹시나 해서 우리도 한국에서 말린 고기나 모기퇴치제 등을 조금씩 사왔는데, 우리가 다닌 루트는 며칠마다 들리는 타운에 슈퍼마켓이 있어서 물자조달 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180킬로를 달려 첫 숙박지인 Cederberg 지역에 있는 Marcuskraal Campsite에 도착했는데, 이 지역은 오렌지와 포도 농장으로 유명하다는데 특히 캠핑장 주위는 전부 오렌지 밭이었다.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텐트치기였다.

우리가 가는 케이프타운-빅토리아폭포 루트는 남아프리카 투어에서 가장 핵심적인 코스로 롯지에서 숙박을 하는 accommodated팀(이하 롯지숙박팀)과 텐트에서 잠을 자는 tented 팀(이하 캠핑팀)으로 나뉜다.

캠핑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회사에서 지급 받은 텐트와 매트리로 본인 스스로가 텐트를 쳐야 한다. 어두워지기 전에 텐트를 치는 것이 좋기 때문에 항상 캠핑장에 도착하면 텐트부터 친다.

팀 리더의 텐트 치는 법 시범에 이어 각자의 텐트를 배정받고 텐트를 쳤다. 폴대를 연결해서 십자로 교차시키고 텐트바닥 네 귀퉁이에 고정시키면 돔 모양의 지붕 형태가 만들어 진다. 텐트 벽에 붙은 고리를 폴대에 연결하면 텐트가 완성된다.

텐트라면 우리는 보통 등산할 때 치는 가벼운 텐트를 생각했는데, 캔버스 천으로 만들어진 옛날 군용텐트 비슷한 heavy duty tent다. 무게도 만만치 않고 높이도 높아서 여자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어려울 정도이다. 특히 내가 배정받은 텐트는 오래됐는지 더 뻣뻣해서 다루기가 힘들었는데, 다른 것으로 바꿔 달라고 하려다가 그것도 운이지 하고 그냥 쓰기로 했다.

팀 리더의 텐트치는 법 시범

 몇 번 시행착오를 거치니까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짐을 부리고 침구를 정돈하니 옛날 미국에서 캠핑여행 하던 때가 생각난다. 그때는 젊었고 또 미국은 모든 것이 비교적 안전했기 때문에 걱정이 없었는데, 낯선 땅에서 자려니 살짝 걱정도 앞선다. 텐트를 세운 후 한 시간 정도 오렌지 밭 사이로 자유산책을 하고 공동샤워장에서 샤워를 하고 나니 훨씬 기분이 좋아진다.

여행 중 우리가 머문 캠핑장들은 거의 모두 샤워를 할 수 있었고 샤워가 없던 곳은 중간에 아주 오지를 간 곳 한 군데 밖에는 없었다. 전기가 없는 곳은 몇 군데 있었는데, 차량자체에 비치된 조명이나 캠핑장의 자가발전을 통해서 제한적이지만 전기를 공급 받았다.

다섯 시에 집결을 하라고 해서 갔더니 모두 모여 있다. 팀 리더는 짐바브웨 출신의 ‘큐’라는 사람인데,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하고 6개 국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는 30대 중반의 사람 이다. 나중에 이야기를 통해서 알게 됐지만 큐는 짐바브웨에서 태어나서 남아공에서 공부를 했고 아들 둘에 딸 하나 등 3남매를 둔 가장이었다. 가이드 일을 하느라고 집에는 몇 달에 한번 정도 밖에 못 가지만 부인이 소를 45마리나 가진 농장을 운영해 비교적 여유가 있어 보였다.

큐의 첫 인상은 영화 ‘Nowhere in Africa’에 나오는 오브아처럼 느껴졌다. 2차 대전 직전 히틀러의 유태인 탄압을 피해 케냐에 정착한 유태계 독일인 발터의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충직한 흑인 하인이자 요리사로 나오는 오브아는 껑충한 키에 어린 딸 레기나를 번쩍 안아 올리는 사람 좋은 모습이다.

큐도 언제나 쾌활하고 말끝마다 “싸와(오케이 정도의 의미)~” 하면서 전체 팀원들의 분위기를 돋운다.

트럭 맨 앞좌석에는 가운데 식품 냉장고가 있어서 두 개의 좌석을 서로 마주보도록 배치했다.


트럭킹은 다른 여행보다 팀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많이 필요한데, 예를 들면 자기 텐트 치는 것 외에도 주방 돕기, 캠핑장비 나르기, 차 실내 청소하기 등등이다. 팀원들이 돕는 것을 볼 때마다, 큐는 특유의 말끝이 높이 올라가는 “Thank you^^~~”를 하는데 재미있어서 나중에는 사람들이 모두 따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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