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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설]치과도 쇼닥터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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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설]치과도 쇼닥터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 이현정 기자
  • 승인 2015.11.19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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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과의사가 종합편성채널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치의학 통합의학 전문의로 자신을 소개하며, 검증이 채 되지 않은 치료법들을 소개했다. 치아를 손가락으로 자극한 뒤 환자의 팔을 눌러 얼마나 버티는지 실험하면서 이른바 ‘치아전신반응 테스트’라고 하고, 심지어 치과에서 지혈용으로 사용하는 약솜으로 통증과 비염을 잡아준다는 치아교정법을 자세히 소개했다.

치의학계가 화들짝 놀랄 만큼 치의학적 근거를 찾기 어려워 보이는 이 치료법은 TV 전파를 타며 마치 과학적 사실인 것처럼 대중에게 전달됐다.

‘쇼닥터’는 올해 내내 의료계의 이슈였다. ‘쇼닥터’는 인포테인먼트 형식의 건강프로그램이 늘어남에 따라 의사들의 TV출연 비율이 증가하고, 일부에서 인기에 영합해 허위과장된 정보를 제공하는 행태들이 나타나면서 생긴 신조어다.

일부 의사들의 상업적 발언 등이 빈번해지면서 대한의사협회는 이미 ‘의사 방송 출연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규제에 나섰다. 최근에는 의협이 제안한 이 가이드라인이 세계의사회의 윤리규정으로 채택되며 전세계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의사가 방송 출연 시 특정상품의 명칭상표 등을 의도적으로 소개하거나 부각시켜 상품을 권유해선 안되며, 의료행위나 의약품을 언급할 경우 환자들에게 비현실적인 기대감을 갖게 하거나 시청자를 현혹시킬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해선 안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대한한의사협회 사정이 다르지 않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쇼닥터 근절에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의과나 한의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쇼닥터 문제의 심각성이 덜했던 치과계도 더 이상 방관할 수만은 없게 됐다. 일부 치과의사들이 대중매체에서 자신의 치과를 홍보할 목적으로 자극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근거가 전혀 없는 치료법들을 소개하는 사례가 서서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근거없는 치의학 정보 제공은 결국 치과계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아직 치과의사 쇼닥터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폭발적인 이슈를 생성할 만큼 불거지지 않았다고 해서 미뤄둘 것이 아니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미리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치과의료계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정화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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