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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칼럼] 프로와 아마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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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칼럼] 프로와 아마추어
  • 이승종 교수
  • 승인 2015.09.1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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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연세대학교치과대학 보존학교실) 교수

 

요즘 한국 여자골프가 세계를 제패하면서 젊은 사람들 사이에 프로골퍼에 대한 부러움이 높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번 우승만 하면 엄청난 액수의 상금과 함께 평생을 울궈먹을 만한 명예가 따라 오니 대리만족이라도 함께하기 위해 골프를 안 하는 사람도 주말이면 TV 앞을 못 떠난다. 필자도 거의 매주 월요일 새벽이면 누가 돈 주는 것도 아닌데 우리 낭자군단과 우승의 감격을 함께하기 위해 졸린 눈을 비비고 텔레비전 앞에 앉는다. 외국에서도 한국여자들의 유전자를 분석해봐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 요즘 프로골퍼들의 인기는 가히 하늘을 찌른다고 하겠다.

프로를 정의하는 데에는 많은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지만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이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고 일을 완벽하게 해 내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도둑이 아무리 완벽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존경 받는 프로가 될 수 없고, 따라서 프로란 도덕적 소명감을 필요로 한다.

프로 운동 선수들이 오직 우승과 상금에만 혈안이 된 것처럼 보인다면 사회로부터 존경 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프로 운동선수들이 앞 다퉈 상금의 일부를 사회소외계층을 위해 기꺼이 기부하는 것이다.

아마추어리즘이라는 말은 라틴어인 Amator(love)에서 유래됐다고 하는데, 직업이 아닌 스스로의 기쁨과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어쨌든 아마추어라는 말은 전통적으로, 돈을 받고 경기를 하는 직업선수와 대비되는 순수한 개념으로 사용돼 왔다.

그러나 스포츠 관련 사업을 하는 사업가들에게는 상류계층 만이 아니라 다양한 계층에서 특출한 재능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필요했고 그들에게는 물질적 보상이 필요했기 때문에 선수들도 무늬만 아마추어고 실제로는 프로로써의 이익을 취하는 소위 Shamateurism(섀머추어리즘; 돈을 받는 세미프로 선수를 아마추어로 취급하는 것)이 생겨나게 됐다.

요즘 전문가 사회에서 사용되는 ‘Professional’은 원래는 전문가 중에서도 의사나 변호사 교수 등과 같은 지적 전문가를 말한다. 이 사람들을 전문직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단순히 지식이 전문적이라서가 아니라 그만큼 사회에서 요구하는 도덕적 소명감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돈하고는 상관없이, 사회적인 지위와도 상관 없이 환자가 있는 곳이면 장소를 불문하고 달려가는 허준의 젊을 때 모습과 허준의 스승으로 알려지면서 허준에게 자기의 몸을 해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도록 스스로의 목숨을 끊어가면서 스승으로서의 직업의식에 투철했던 유의태는 아마추어일까 프로일까.

돈과 상관없이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의미에서 보면 아마추어에 가깝지만, 두 사람은 단순한 취미의 범주를 넘어서 자신의 일생과 목숨을 바쳐가며 직업의식을 지켰다는 의미로 본다면 분명 프로라고 해야 할 것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프로로 살 것인가, 아마추어로 살 것인가?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의사의 모습은 다분히 이중적이다. 한편으로는 허준과 같이 돈을 떠나 순수한 직업의식으로 무장되어 낮은 수가에도 복지사회를 위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회보장의 틀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아마추어리즘을 요구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높은 전문성과 고도의 기술을 가진 프로로서의 입장을 요구하기도 한다.

대를 사는 의사들이 허준식 인술과 고도의 전문성을 모두 갖춘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이런 기준으로 의사를 구분한다면 전문성은 좀 떨어지지만 환자를 위해 돈과 상관없이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하는 아마추어와, 고도의 기술과 전문성으로 무장되어 자기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응당의 대가를 확실히 요구하는 요즘식 프로, 또 사회에서 요구하는 의료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을 유지하면서 사회가 책정한 범위 안에서 사례를 받는 섀머추어리즘으로 구분될 수 있으리라.

누가 가장 행복한 의사일까. 누구나 의료인이라면 한번쯤은 슈바이처나 이태석 신부 같은 고결한 아마추어로서의 꿈을 동경해 봤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사들은 현실과 적당히 타협해 가면서 사회가 정한 테두리 안에서 보수도 받고 인정도 받는 섀머추어리즘으로 평생을 살아간다.

그렇다면, 비록 몸은 여러 가지에 매여 있어 어쩔 수 없다 치고 가슴만이라도 아마추어로 한번 살아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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