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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진료영역 갈등의 현주소<上> ① 정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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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진료영역 갈등의 현주소<上> ① 정형외과
  • 정동훈기자
  • 승인 2015.03.06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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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걸이’로 진단하고 ‘운동’으로 치료?

‘정형외과’ 간판 버리고 ‘체형교정의원’ 변모해 턱관절 ‘환자 모시기’ 나서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 개원가는 저마다 특화된 진료영역의 블루오션을 찾아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현대인의 변화한 생활습관 등으로 측두하악장애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건강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에 따라 턱관절장애치료가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측두하악관절자극요법 시행기관 접수 현황에서도 2003년 19개에 머물던 기관수가 지난해 199개로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러나 턱관절장애치료에 집중하는 곳이 치과뿐만은 아니다. 정형외과의원와 한의원, 재활의학과의원 등도 턱관절장애 환자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정형외과의 경우 골절이나 외상환자가 감소하면서 ‘뼈가 부러지는 골절, 탈구, 외상 등을 진료 및 치료하는 과’에서 ‘관절의 전반적인 염증이나 만성질환을 치료하는 곳’으로 진료 방향을 바꿨다.

팔과 다리, 척추를 비롯한 신체 부위의 부속적인 기능과 형태를 보존하고 물리적으로 치료하는 곳으로 진료 형태를 바꾼 것이다.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정형외과’라는 간판도 버리고 걸음걸이 교정부터 턱관절 치료까지 행하는 ‘체형교정의원’이라는 간판을 새로 내걸었다. 이에 본지는 ‘체형교정의원’으로 변모한 정형외과의 턱관절장애를 어떤 식으로 진단하고 있는지 서울에 위치한 체형교정 네트워크 중 한 곳을 찾아가 예약과 검사를 직접 받아봤다.

# 얼굴을 비대칭하게 만드는 턱관절 장애를 비수술로 교정치료한다는 체형교정의원에 예약을 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이 울리자 상담직원이 “어디가 불편하냐”고 물었다. 턱관절 때문에 상담을 원한다고 하니 상담직원은 “상담과 진단을 모두 합해 약 2시간 정도 걸리고, 진단비가 12만 원 정도 나온다”고 말했다.

턱관절 한 곳만 진단할 수 없고 걸음걸이부터 시작해 체형 모두를 종합적으로 진단하는 전신체형교정검사를 해야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이를 치료한다는 것이 상담직원의 설명이다.

# 상담 예약을 한 기자는 해당 의원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둘러봤고 턱관절과 관련된 체형교정의원들의 검색을 시도했다.

해당 의원은 “전문적인 노하우와 객관적인 치료결과를 보여준다”며 ‘단기간 전신체형 성공사례 1000명(최고)’, ‘단기간 치료환자 만족률 최고!(90%이상) 등의 문구를 쓰며 홍보하고 있었다. 수술과 약물, 주사시술 등으로 치료를 받거나 차도가 없어 절망했던 환자들에게 통증없는 바른 체형을 꿈 꿀 수 있는 희망을 심어드린다는 것이 이 의원의 약속이었다. 

특히 해당의원은 턱관절장애 집중 치료 클리닉이 있어 턱관절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체형 교정을 하게 되면 턱관절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신체 균형을 모두 맞출 수 있다고 소개했다.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턱관절 치료 체형교정의원만 해도 40여 곳. 최근에는 카이로프랙틱 센터라고 해서 수안재활복지학과 출신 비의료인이 턱관절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는 곳도 성행하고 있다.


# 예약된 시간에 맞춰 해당 의원 건물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진료안내 간판에 턱관절 클리닉이 크게 적혀 있었다. 환자 대기실에는 턱관절과 관련된 자료들이 스크랩돼 있다.

스크랩된 자료에는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의 사용으로 인해 어깨의 정렬이 흐트러지게 되면 일자목과 얼굴의 비대칭, 턱관절 증후군이 나타나게 되고, 통증과 턱관절의 소리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고 적혀있다. 잠시 기다리니 직원이 초진 기록지를 주며 작성하라고 했다.

해당 의원의 기록지에는 첫 내원 시 진행되는 검진 항목과 기본 검사 비용 금액이 나열돼 있다. 기본 검진 항목은 △디지털 전신 X-ray 검사 △3D 입체 전신 체형 분석 검사 △3D 영상 분석 검사 △족저압 분석 검사 △신체 유형 분석 검사 △운동 능력 검사 등으로 비용은 약 10만 원이다.


# 초진 기록지를 작성하자 직원이 원장실로 안내했다. 턱관절이 아파서 왔다고 하자 원장은 “턱관절을 제외한 ‘허리’나 ‘자세’가 불편한 부분에 대해 물으며 턱관절이 목이나 다른 부분과 관련이 많고 생활습관이 중요하기 때문에 턱만 교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기자가 다른 곳은 불편한 곳이 없고 턱관절만 치료를 원한다고 하니 갑자기 원장은 상담 데스크로 걸어가 직원과 기자의 검진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잠시 뒤 직원은 기자에게 “아까 전화한 내용처럼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알기 위해 전체적으로 진단할게요”라고 했다.

원장이 검진 항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이 검진항목을 결정하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기자가 검사를 받겠다고 하자 ‘경영지원실장’ 명찰을 단 직원이 기자를 검사실로 안내했다. 탈의실로 인도한 그는  ‘반바지’ 하나를 주고 다른 옷은 모두 벗으라고 말했다.

# 처음 진행된 검사는 ‘Gait Analyzer(걸음유형분석검사)’. 압력센서를 통해 걸음형태 측정으로 체형 변형의 원인을 찾고 걸음걸이 3단계 분석을 시행하는 걸음교정을 위한 검사라는 것이 직원의 설명이었다. 

이어진 검사는 ‘Arch Finder(아치측정 및 발 스캔 검사)’. 개인의 아치형태와 크기를 측정해 걸음교정을 통한 바른 체형 유지가 가능토록 한다는 것이다. 검사는 계속 이어졌다. 근골격계의 균형도를 측정한다는 ‘Postural Analyzer(체형분석검사)’와 전체 골격 구조와 변형의 원인을 찾는다는 ‘Podoscope(족부분석검사)’, 고화질 디지털 영상 분석장치를 통해 전신 자세와 체중 지지도, 실시간 밸런스를 분석한다는 ‘3차원 입체 전신 체형검사’가 진행됐다.

전신 자세균형검사가 모두 마친 후 방사선사가 오더니 전신 X-ray 촬영을 했다. 이를 통해 턱관절 등의 정확한 증상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모든 검사가 끝난 뒤 직원은 체형교정실로 기자를 데려갔다.

체형교정실에는 이미 10여 명이 넘는 환자들이 매트리스를 깔고 체형 교정 훈련과 걸음걸이 자세 훈련 등을 받고 있다. 체형교정실로 들어가자 처음 예진을 진행했던 원장이 아닌 또 다른 의사가 기자에게 진단 내역을 설명했다.

해당 원장은 “턱관절이 경추 1번과 2번과 연관돼 있고, 해당 경추의 움직임이 상실되면 턱관절에 힘이 많이 받게 된다”며 “경추 1, 2번이 틀어져 있어 이를 교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저작근 강화 운동과 상부 경추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

원장은 진단 내역을 차트에 적고 기자를 처음 예진을 진행했던 원장실로 보냈다. 

처음 기자를 예진했던 원장은 차트지를 보며 기자의 증상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자세는 나쁘지 않지만 어깨가 오른쪽으로 많이 틀어진 것 같다. 검사를 해 보니 목 쪽에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근육 좀 풀어주고 경추 좀 맞춰서 주변 근육을 단련시켜 보자는 것이었다.


# 종합적인 소견과 치료방법 및 비용 상담은 또 다른 원장이 진행했다. 2시간 동안 기자가 만난 의사는 벌써 3명이다.

해당 원장은 치과의 턱관절장애 치료에 대해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었다. 환자들이 치과에 방문해도 초음파와 찜질, 생활습관을 고치는 정도밖에 못한다는 것이다.

기자가 그럼 어떤 치료를 해야 하냐고 묻자 원장이 제시한 치료 방법은 목 근육을 풀어주며 턱관절을 바르게 정렬시켜주는 교정 운동 치료였다. 치료기간은 3~6개월.

구강내장치 필요성에 대해 묻자 원장은 치과에서는 입을 열고 닫을 때 오른쪽과 왼쪽의 높낮이의 간격을 구강내장치를 이용해 맞추는 것뿐 경추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치과에서는 목을 볼 수 없고 턱관절만 보기 때문에 전기 자극치료만 해봐야 소용이 없고, 턱관절장애를 위해서는 기자가 받았던 모든 검사가 마땅하다는 것.

진단을 위해 들어간 비용만 12만원. 실제 턱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더라면 치료를 거부하지 못했을 정도로 운동치료 비용은 비쌌다.

치료방법에 대해 원장은 일단 운동치료를 30회 받아보자고 제시했다. 1회 당 치료 비용은 약 13만원, 25회 결제를 하게 되면 총 330만원. 서비스도 있었다. 5회 치료를 무료로 받게 해주고, 오늘 받았던 검사비는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해당 의원이 기자에게 적용한 상병부위는 턱관절의 통증(K0763), 턱관절잡음(K0761), 두통(R51)이다. 턱관절 장애의 진단은 임상의와 임상 검사, 영상 진단 등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맞다. 특히 환자가 호소하는 주된 통증 정도와 부위, 시가 등을 파악하고 관절음, 개구 장애 등 기능적 이상이 나타나는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턱관절장애 진단에 필요하지 않은 과잉 진단과 함께 도수치료로 턱관절을 치료하고 있는 체형교정의원이 급속도로 늘어가면서 국민들의 구강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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