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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진료영역 갈등의 현주소<上> ② 성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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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진료영역 갈등의 현주소<上> ② 성형외과
  • 김정민 기자
  • 승인 2015.03.06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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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집 살림하는 양악수술과 안면윤곽술

해묵은 영역갈등 아직도 미해결 숙제로 … 대국민 인식 개선 및 홍보 절실

성형외과와 치과 간의 영역갈등은 해법을 찾을 기미가 없다. 최근 강남 모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수술을 받고 사망한 환자가 발생하면서 마치 치과의사의 안면윤곽수술이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언론보도가 이어져 갈등은 더 심각해졌다.

양악수술은 치의학 분야 구강외과의 턱교정수술 종류 중 하나지만 미용에만 집중한 양악수술의 확대로 환자들 역시 성형외과를 찾는 경우가 허다하다.

양악수술은 안정적인 교합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수술이다. 상악골과 하악골의 위치관계를 결정할 때 교합은 필수적이다. 외모 개선을 고려하는 술식만으로는 올바른 수술결과를 얻을 수 없다.

그렇다면 성형외과는 어떤 식으로 양악수술과 안면윤곽술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일까. 치과와 성형외과 간의 영역갈등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직접 성형외과를 찾아갔다.

외모지상주의 부추겨
눈에 띈 곳은 강남의 A성형외과다. A성형외과는 실제 케이블 방송에 협찬을 하고 턱관절 시술이나 안면골에 대한 수술 등 구강악안면에 대한 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A성형외과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성형 전후 사진이 담긴 팝업광고를 띄우고 여러 SNS를 통해 심의받지 않은 광고를 노출시키는 형태다.

치의학과 관련된 치주질환과 치아관리법도 다양한 증상과 예방에 대한 글로 홍보한다.

취재를 위해 병원을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이와 같이 포털 사이트 메인 광고와 수많은 팝업 창, 페이스북의 타임라인 광고 등이 발길을 이끄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우선 A성형외과의 예약은 어려웠다. 원장의 상담을 원한다면 감안해야 하는 부분이다. 전화상담은 힘들고 내원을 권유하며 상담예약이 많다는 것을 알려줬다. 

예약환자에 대한 서비스와 마케팅은 확실하다.

상담 당일까지 하루 한번 꼴로 전화를 걸어 예약을 상기시켜주고, 병원의 위치확인과 더불어 예약시간까지 문자로 꼼꼼히 챙겨준다.

# 물론 광고도 이에 못지않다. A성형외과가 위치한 근처의 역에 다다르자 한쪽 벽면에 게시한 대형광고부터 출입구 계단 벽에 양악수술과 안면윤곽술뿐만 아니라 눈, 코 수술, 지방 제거술 등의 다양한 시술을 알려준다. 8개중 4개가 이 병원의 광고다.

한 건물에서 몇 개 층을 함께 사용하는 A병원에는 상담 대기환자 수가 많았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외국인도 상당 수 앉아있다.

기자는 간단한 차트작성과 데스크 직원이 신상을 파악한 후 잠깐의 대기시간이 있었다.

상담코디네이터의 안내로 안면윤곽술과 양악수술의 가벼운 설명을 들었다. 안면윤곽술은 턱뼈를 도려낸다고 설명하며 사각 턱 부위만 하는 것과 앞턱 선으로 이어지는 긴 곡선 부위까지 하는 것 두 가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덧붙인 말은 이 두 가지 수술을 치과에서 한다는 건 결코 추천할 수 없다고 한다. 이유는 구강외과 의사들이 하는 치과수술은 구강, 입안에 대해 국한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병원은 20여 년 가까이 성형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턱관절만 봐온 원장님이 계시다고 했다. 부작용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면서 성형외과에서는 구강과 심미적인 부분, 전체적인 밸런스를 보고 바디의 균형까지 고려하기 때문에 완벽한 시술을 위해 정말 A병원으로 잘 오셨다고 칭찬(?)까지 했다. 또한 수술을 하게 되면 턱 굴곡만 하는 사람은 없고 두 가지를 함께하는 긴 곡선 수술까지 같이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미용적인 측면을 고려한 언질을 줬다.

병원에서는 X-RAY실에서 3장의 상하좌우 촬영을 하고 바로 원장실로 안내했다.

양악수술이 성형외과?
# 성형외과 의사는 해골모형에 턱 부분을 보여주고 모니터에 환자들의 후기 사진을 보여주면서 “안면윤곽술은 뼈를 도려내고 턱의 부피를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양악수술은 턱을 포함하는 하악을 집어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질문을 했다. “양악수술과 안면윤곽술이 치과에서 하는 수술이지 않냐”고.

원장은 “치과의사한테는 윤곽수술을 받을 수는 없다. 치아만 다루는 치의가 어떻게 안면에 대해 알겠느냐, 양악은 구강외과에서 할 수는 있다. 교합이 들어가기 때문이지만 바깥을 다듬는 것은 전혀 할 수 없는 것이다. 안면윤곽은 성형외과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의사는 특히 “얼굴이 골고루 발달한 기자의 경우 모든 부분을 건드려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하며 “턱을 이왕 건드린다면 턱 끝까지 한 번에 손을 보는 게 좋다”고 했다. 지금  상태가 부정교합이라고 말하며 양악수술과 함께 교정까지 하면 훨씬 나은 모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턱관절과 기자의 광대뼈를 가리키며 이곳도 손보면 이상적인 수술효과가 나올 수 있다면서 전체적인 곳을 함께 하는 수술을 권유하기도 했다.

또한 “양악수술이 턱관절 수술보다 3배가량 비싸며 비싼 수술이 더 좋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 원장이 설명한 수술에 대해 금액을 고지 받는 동안 패키지수술로 계약할 시 100만 원 가량 할인을 해준다는 제안도 받았다. 치아교정을 하면 별도로 600만 원 정도가 추가된다. 

또한 상담해준 원장은 수술에 참여하기보다는 언론에 노출하고 여러 방송매체 인터뷰 등 얼굴마담역할을 하며 실제 수술 집도의와는 애매한 경계선으로 구분돼 있는 듯 했다.

상담코디네이터는 수술상담을 했던 원장이 수술을 집도한다는 확답을 주지 않으며 “우리병원은 실력 좋은 의사분이 여러 분 계시다”는 말을 했다. 차트에 기록된 상담 결과만 보고 수술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섀도닥터가’ 가까이에 있는 것이다.

실제로 모 치과의사는 “섀도닥터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며 협진사항을 환자에게 사전고지 해달라고 구두로 부탁 할 뿐 변경되는 사항은 크게 없다”고 전했다. 심지어 “성형외과의 응급 상황 시 환자와 별도의 상의없이 치과의사를 포함한 여러 의사가 출장수술을 하는 것이 개원가의 현실”라고 말했다.

A성형외과는 치과와 협업을 강조하면서, 언제나 치과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는 점을 홍보한다. 하지만 병원 홈페이지 의료진 소개 코너에 치과의사는 없다. 성형외과의사와 마취과 의사만 있을 뿐이다.

실제 병원 광고에도 성형외과와 치과가 같이 있긴 하다. 그러나 실제 의료광고심의위원회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A성형외과는 심의신청도 되지 않은 타이틀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A성형외과에는 치과전문의가 상주하지 않는다. 양악수술에는 교정이 필요하다는 원장의 말대로라면 치과의사 상담을 바로 연결해줘야 하지만 상담코디네이터는 치과의사를 만나기 전 “먼저 치아의 본을 뜨는 과정과 원장과의 상의를 통해 다시 예약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별도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바로 상담 받을 수 없음을 알려줬다.

의료 분쟁 빈번
실제 지난 12월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술의 일종인 광대뼈 축소술을 받다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언론에서는 해당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치과의사고, 치과의사의 부족한 응급처치 능력과 시술행위 때문이라고 떠들었다.

사망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도 않은 시점에서 주요사인을 치과의사에게 덮어씌우며, 갈등을 부추겼다.

치과-성형외과의 영역갈등은 꽤 오랜 이슈다. 오히려 치과의 치료범위가 문제인양 말하는 일부 성형외과들은 실제 어느 정도 안면학과 골격에 대하여 케이스를 다뤘는지 알 수 없다. 그 사이 싸움은 자본의 힘겨루기로 변질되고 있다.
 

 

[인터뷰] 대한구강악안면외과학회 이진규 홍보이사


“안면학 배운 치의가 수술해야”

대한구강악안면외과학회 이진규 홍보이사는 “성형외과가 재건술과 봉합, 소멸된 세포조직을 보완시키는 시술은 할 수 있겠지만 뼈를 직접 깎거나 제거하는 등의 시술은 교육과정에서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올바른 수술활동을 한다고 보기 어렵다. 광대뼈와 안면골은 치과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 홍보이사는 “학과수업에 배정된 골절학이나 구강학, 안면학 등의 교육을 받고 임상에 나가 턱관절 수술과 양악수술 등을 하는 것이 기본원칙인데, 성형외과 의사는 연수 몇 개 듣고 임상을 하기에 부족함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응급처치의 경우 치과의사들이 잘할 수 있다는 걸 환자들에게 어필해야 한다”고 말하며 “치과가 실제 일어나는 응급상황의 케이스를 학부과정 및 보수교육에서 상당히 다루기 때문에 안정성도 높고 수술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형외과에서 만연하는 안면관련시술과 턱관절 수술은 “치과 분야가 치아치료에만 국한됐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초래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용에 중점을 두고 성형외과를 선택하는 환자들이 많은 것에 대해 “심미는 오히려 치과”라며 “성형외과보다 치과가 심미에 바탕을 둔 치료를 한다”는 걸 대국민적 홍보를 통해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홍보이사는 “최근 안면윤곽술 등의 피해사례가 급증하는 현상은 국민이 치과의 영역을 정확히 모르고, 무분별한 과대광고와 비의료인의 상담술에 솔깃하게 되기 때문”이라면서 치협과 개원의가 “안면윤곽수술 및 양악수술, 턱관절 영역이 치과영역이라는 것을 함께 홍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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